한국인에게 ‘천부삼인天符三印’은 단군이야기의 주요 키워드로서 기억되고 있다. 환웅이 천제 환인에게서 천부삼인을 전수받은 후 태백산 신단수 아래에서 신시를 베풀었다는 기록이 그러하다. 대체로 천부삼인은 단군조선 시기 사제왕의 주술적 권위의 상징인 3개의 무구巫具, 곧 ‘청동검·청동거울·청동방울’로 해석되곤 한다.

그러나 이러한 해석은 기본적으로 상고 시기 한국인의 의식세계를 샤머니즘, 곧 무교巫敎로 바라보는 관점에서 비롯된다. 무교로써 한국 상고사의 해명이 불가하듯이 천부삼인 역시 무교적 관점으로는 도저히 그 유래와 의미를 짐작할 수 없다.

천부삼인을 무교가 아닌 한국선도의 관점으로 조망하고자 할 때 출발점은 「부도지」이다. 한국선도의 대표적 선도사서 「부도지」는 한국 고유 창세설화인 마고 설화의 원형을 위시하여 한국선도의 원형을 오롯이 간직하고 있는데 천부삼인 또한 그러하다.

율려律呂에 의해 탄생한 마고가 율려(기에너지) 자체 또는 율려의 3대 요소인 ‘빛光·소리音·파동波’또는‘하늘天·사람人·땅地’이라면 그 자손인 궁희·소희, 4천인·4천녀는 4대 원소인 공기氣, 불火, 물水, 흙土를 상징한다. 공기·불·물·흙이 제대로 섞이지 않아 창조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자 마고는 4천인·4천녀로 하여금 사람들을 태어나게 하였는데, 이들이 인류의 시조인 천인天人들이다.

천인들이 4대 원소의 균형을 바로 잡자(수증修證) 비로소 세상의 질서가 바로 잡혔다. 마고성의 천인들은 품성이 순정하여 능히 조화를 알고 지유地乳를 마시므로 혈기가 맑았으며 하늘의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특히 이들의 모습은 “의식이 완전한 상태여서 마음이 움직이면 소리 없이 모든 존재와 마음을 주고받을 수 있었다.

또한 몸의 형상을 나타나게 하거나 땅기운 속으로 감출 수도 있었으며 한없는 수명을 지녔다.”고 설명된다. 천인들의 율려 상태 즉, 머리의 의식(天), 가슴의 사랑(人), 몸의 힘(地)이 가장 순정한 상태였음을 표현한 것이다.

천인들 중 일부가 지유 대신 포도를 먹자 포도 속 오미五味가 지닌 독으로 인해 성품과 모습이 변하여 마고성에서 살 수 없게 되었다. 동시에 천인들에 의해 유지되던 공기·불·물·흙의 균형 또한 어그러져 세상이 혼돈 속으로 빠져들게 되었다.

사태가 걷잡을 수 없게 되자 마고성 내 네 종족의 우두머리인 황궁족의 수장 황궁씨는 백모白茅를 묶어 마고 앞에 사죄하고 마고성을 떠나며 언젠가는 “인류의 원래 모습(本, 율려)을 회복(復)하겠다.”는 ‘복본復本의 서약’을 했다. 또한 모든 종족들에게 복본을 위한 신표로서 천부삼인을 나누어주고 칡으로 식량을 삼는 법을 가르쳐 사방으로 나누어 살게 하였다.

마고성 분거 이후 백소족 흑소족 청궁족은 천부인을 잊어갔지만 황궁족은 천부인을 전승하면서 복본의 맹세를 끝까지 지켜나갔다. 천산주로 이주해간 황궁족은 율려를 회복함으로써 깨어진 세상의 질서를 바로잡아 갔다. 무엇보다도 복본의 맹세를 잊지 않기 위하여 황궁족의 우두머리를 통하여 지속적으로 천부를 전승하였다.

이렇게 천부삼인은 인류의 원래 모습(本, 율려)을 상징하는 3개의 상징물로서 청동거울의 빛은 머릿속 의식 회복(天), 청동방울의 소리는 가슴 속 마음 회복(人), 청동검의 움직임은 몸의 힘 회복(地)을 상징한다. 천부삼인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모든 인류가 희망해왔던 ‘율려 회복’곧 ‘인간성 회복’의 상징물이요, 나아가 한국 천손문화의 대표적 상징물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고대 한국인들은 천부삼인을 통하여 태초 인간의 근본 상태, 곧 율려를 기억하고 나아가 전 인류와 더불어 율려를 회복해야 한다는 가슴속의 오랜 맹세를 지속적으로 새겨갔다. 태초의 율려 회복을 목표로 한 한국선도의 수행이 개인적 완성보다 ‘홍익인간· 재세이화’라는 전체의 완성을 목표로 한 것은 이러한 인식의 소산이었다. 한국선도에 대한 인식의 제고와 함께 천부삼인을 무구로 바라보는 기존의 인식은 점차 바뀌게 될 것이다.

한국선도의 전파 과정에서의 천부삼인은 중국과 일본으로도 널리 전파되어갔다. 특히 일본의 천황가에서 지금까지도 ‘3종 신기神器’로서 ‘청동거울, 청동검(일명 주몽검), 곡옥’을 소중히 간직해 오고 있다. 고대 시기 한국선도의 전파 정도를 짐작하게 해주며 더 깊은 연구의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정경희 국제뇌교육종합대학원 국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