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흔히 시간을 ‘흘러가는 강물’이나 ‘활시위를 벗어난 화살’에 비유한다. 시간의 흐름을 막을 수 없다거나 덧없다는 의미일 것이다. 이것은 시간에 대한 착각이다. 시간과의 싸움에서 강물처럼 흘려보내는 사람은 그 시간이 자신의 시간이 아니며, 결국 자신의 인생도 아니게 된다. 최소한 지나간 시간이 아까워서 땅을 치고 후회할 정도는 되어야 한다. 시간을 그냥 흘려보내는 사람들은 자신의 피해의식에서 나오는 이야기를 하게 된다. 과거의 기억도 자신이 힘들었던 것, 남을 힘들게 했던 이야기만 하는 것이다.

성공한 리더인 홍익인간의 시간 관리는 다르다. 시간을 흘려보내지 않고 멈춰 세워 거기에 가치 있는 자신의 소중한 비전을 싣는 비전열차로 만든다. 우리는 기쁨과 영광의 스토리를 만들어 시간이라는 천에 수놓아야 한다. 자기 인생에 좋은 기록을 남기고자 하는 사람들이 모여 서로 돕게 되면 그 세상이 아름다워지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자기 운명의 짐인 사명이 명확해야 시간의 열차에 실을 수 있다는 것이다. 시간은 절대 쓸모없는 것을 싣고 가지 않는다. 정말 가치 있는 좋은 목적이 있으면 시간도 기다려 준다. 안중근 의사는 인간의 힘으로 막을 수 없이 도도하게 흘러가던 역사, 즉 시간의 흐름을 멈춰 세운 인물이다. 모든 사람이 목숨에 연연할 때 안 의사는 목숨을 초개와 같이 민족의 제단 앞에 내놓았다.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는 일본이 침략전쟁을 전개하여 전 아시아를 제국주의 발밑에 놓는데 정말 중요한 사람이었다. 안 의사가 권총 한 자루로 시간을 멈췄고 결국 일본의 멸망을 가져왔다. 재판과정에서 판 ․검사들이 안중근을 회유했다. 특별열차로 그의 아내와 아들들을 싣고 와서 보여주며 “네가 미쳐서 그런 짓을 했다고 해라. 이토 히로부미를 잘 몰라서 그랬다고 해라. 그러면 살려주겠다.”고 회유했다.

그러나 안 의사는 “너희는 열 번 죽어도 한국 사람을 모른다. 나는 독립군 대장으로서 우리나라와 아시아의 평화를 유린한 이토를 처형한 것이다. 개인적으로 그를 미워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신념을 가진 사람이었고 진실의 힘은 누구도 막지 못한다. 일본인 간수 치바 쥬시치(千葉十七)도 그를 존경해 “곧 당신이 사형 당한다. 그 전에 글 하나만 써 달라.”고 요청했다. 안중근 의사는 ‘위국헌신군인본분(爲國獻身軍人本分, 나라를 위하여 몸을 바치는 것은 군인의 본분)이란 글을 단숨에 써주었다.

죽을 때까지 안 의사의 사진과 글을 소중히 간직했던 치바 간수는 그때 일에 대해 “너무 자신만 생각했다.”는 후회를 했다. 보통 사형수들이 취조를 받으러 갈 때는 걸어가도 사형장으로 방향을 틀면 의식을 놓고 거의 끌려가다시피 몸을 가누지 못한다. 보통 인간은 죽음 앞에서 초연할 수 없는 것이다. 그러나 안중근은 당당했다. 단군의 자손 중에 위대한 인물이 나온 것이다. 끝까지 정신을 잃지 않고 신념을 지킨 신인(神人)이다.

목숨을 걸 일, 그런 가치를 발견한 사람만이 시간과 공간을 디자인할 수 있다. 사람이 시간과 공간의 주인이 되려면 깨달아야 한다. 신인만이 그렇게 할 수 있다. 신인은 사람의 모습을 하고 있으나 신의 의식을 가진 사람, 최고의 완성된 사람이다.

지금은 도술(道術)의 시대라 할 수 있다. 과거 도술로 여겨지던 축지법(縮地法), 천이통(天耳通), 천안통(天眼通)이 항공기, 고속열차, 휴대전화, 통신 등 과학기술의 발달로 일반화되었다. 그러나 사람들은 그 속에서 자유롭게 도인처럼 살기보다는 도술의 지배를 받는 입장에 있다. 신용카드를 쓰고 주민등록번호, 여권번호, 또는 사회보장번호를 부여받는데 자신도 인식하지 못한 자신의 생활 패턴을 기업이나 관공서에서 알게 된다. 도술이 일반화된 세상에서 사람들은 돈, 명예, 권력을 추구하지만 판․검사가 되거나 대통령이 되어도 완성하지 못하면 시간과 공간의 노예로 산다. 돈, 명예, 권력은 시간 앞에서 무상하다.

우리 민족의 가장 오래된 경전 ‘천부경’은 일시무시일(一始無始一)로 시작해 일종무종일(一終無終一)로 끝난다. 그 핵심은 ‘시간과 공간’이다. 始와 終은 모두 시간에 관한 이야기이고 내용은 시간으로 이루어진 공간에 대한 것이다. 그런데 시간과 공간을 이해하려면 뇌를 알아야 한다. 뇌를 이해하는 것이 시간과 공간을 이해하는 것이고 ‘천부경’을 아는 것이다.

정보와 자본, 권력의 잘못이 아니라 어떤 철학을 가진 사람이 이를 사용하느냐가 관건이다. 상생과 소통의 철학을 가지고 시간과 공간을 디자인할 수 있는 사람, 신인합일(神人合一)이 된 사람이 21세기 지구촌 시대를 열어야 한다. 이것이 도통(道通)시대의 개막이다.

 

 

 

이승헌
글로벌사이버대학교 총장, 국제뇌교육협회 회장
국학원 설립자 www.ilchi.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