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6일 유엔경제사회이사회(ECOSOC) 연례회의가 열리던 스위스 제네바 유엔본부에서는 특별한 국제세미나가 개최되어 회의에 참석한 유엔 관계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특히 당시 세미나는 매년 1회씩 열리는 유엔경제사회이사회 연례각료급회의(AMR, Annual Ministerial Review) 회기 중 개최되어 더욱 주목을 받았는데, 1백여 명의 유엔 관계 인사와 국제사회의 정신건강 분야 단체 및 전문가들이 참여했다. 당시 국제 세미나의 주제는 다름 아닌 ‘인류 정신건강을 위한 뇌교육의 역할’이었으며, 이 세미나는 한국 뇌교육의 글로벌 중추 기구인 국제뇌교육협회와 한국뇌과학연구원이 주최로 펼쳐졌다.

뇌과학·뇌건강 시대 넘어 뇌교육 시대로

▲ 미국과학재단 보고서(NSF, Converging Technologies for improving Human Perfomance, 2002)

미국과학재단(NSF)은 2002년 미 상무성에 보고한 보고서(NSF, Converging Technologies for Improving Human Performance, 2002)에서 20세기 후반의 IT기술 시대는 21세기 초·중반에 이르러 BT, NT, CT 중심의 시대로 나아가면서 이른바 뇌 중심의 융합 기술 시대가 될 것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이미 그 조짐은 여기저기서 나타나고 있다. 20세기 후반에 접어들면서 학문 영역의 벽이 허물어지고 서로 대립하며 날을 세우던 인문사회와 과학기술 분야의 영역 파괴도 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20세기 과학 기술의 발전을 주도하던 전기전자, 화학, 수학, 심리학 등의 대표적인 학문 분야도 ‘헤쳐모여’ 식으로 ‘융합’ 현상을 가속화하고 있는데, 그 중심에 ‘뇌과학’이 있다. 미국에서는 ‘뇌과학을 통한 과학(Science through Neuroscience)’이라는 말이 유행할 정도로 모든 학문 영역이 ‘뇌’와 융합해 나아가는 중이다.

뇌 융합 분야의 핵심으로 떠오른 인지과학도 인간 뇌의 의식 현상과 인지체계에 대한 규명을 거쳐 인간의 심리적·신체적·사회적 능력을 최대한 효과적으로 발휘할 수 있게 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이때 물리적 환경을 향상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바로 인간 자신의 심리·신체적 요인의 변화, 즉 교육의 문제다. 교육이 인간의 사고와 행동 변화를 이끄는 의식 변화의 주된 요소이자, 그 의식 현상이 뇌에서 일어나는 작용임을 이해할 때 21세기 교육 변화의 흐름에서 ‘뇌’가 차지하는 의미가 단순한 차원을 넘어선 것임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뇌과학·뇌건강 시대를 넘어서 ‘뇌교육’이 지니는 특수성이 바로 여기 있다. 바로 인간의 본질적 문제를 다룬다는 점이다. 미국을 중심으로 2000년대 초반 뇌기반교육(Brain-based education)이라는 학문적 접근이 진행되었지만 보편화하지 못한 까닭은 인간 뇌의 근본 가치에 대한 철학적 탐구와 실제적 방법론이 뒷받침되지 못한 것이 가장 큰 이유였다.

‘뇌교육’이란 단어와 학문적 정립이 한국에서 가장 먼저 시작된 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는데, 무엇보다도 서구에서 찾아볼 수 없는 인간 뇌의 근본 가치에 대한 깊은 탐구와 이를 바탕으로 한 체험적 교육방법론의 개발, 발빠른 국제화가 가장 크게 자리하고 있다.

체험적 교육 방법의 혁신적 차별성

2000년대 초 미국의 교육계를 중심으로 시작된 뇌기반교육(Brain-based learning)은 현재도 뇌의 성장 단계에 맞춘 인지발달 교육법, 뇌기반 교수 학습 등 다양한 분야에서 학문적 연구가 진행되고 있고, 선진 교육계를 중심으로 집중력 저하, 학력 부진, 폭력적 성향 등 학교 현장에서 발견된 문제점을 ‘뇌’의 관점에서 해결해보려는 접근도 있다. 하지만 학교 현장까지 보급되지 않은 데 비해, 한국의 뇌교육이 선진교육계를 중심으로 오히려 활발하게 보급·인정받고 있는 데에는 앞서 기술한 인간 뇌의 근본 가치에 대한 뇌철학을 바탕으로 뇌의 실제적 변화를 초래할 수 있는 체험적 교육방법론이라는 커다란 차별성이 존재한다.

▲ 통합적 뇌교육시스템 BEST (국제뇌교육종합대학원 제공)

한국 뇌교육의 학문화와 세계화는 오랜 시간에 걸쳐 진행되었다. 현재 뇌교육 분야의 유엔자문기구에 지정된 한국뇌과학연구원은 1990년 설립 당시 한국인체과학연구원이란 이름으로 인간에 대한 총체적 탐구에 중점을 두었고, 이후 한국뇌과학연구원으로 명칭을 바꿔 인간 뇌 활용에 관한 연구를 본격화했다. 한국뇌과학연구원은 기존 뇌 연구의 주된 연구 방식이던 세포 기반의 뇌신경생리학, 뇌질환 연구 등의 분야가 아닌 인간 뇌에 대한 근본 탐구와 이해를 바탕으로 한 인간의 뇌 기능과 활용 분야를 중점적으로 연구해왔다.

이와 함께 2003년 국제뇌교육종합대학원대학교(총장 이승헌)가 설립되어 뇌교육의 철학과 원리의 바탕인 국학을 기반으로 한 뇌교육학 정립이 본격화되었다. 이렇듯 오랜 기간 교육 현장에서의 적용 데이터를 체계화하고 과학적 연구와 접목해 집대성한 것이 바로 뇌교육의 통합적 교육 시스템이라 할 수 있는 BEST(Brain Education System Training)다.

BEST는 연령·계층·영역별로 총 3백60가지 프로그램으로 짜여 있으며, 두뇌 건강, 자기 계발, 학교 교육, 노인 건강 등 그 활용 분야도 다양하다. 또한 모든 개별 프로그램은 뇌교육 5단계를 근간으로 구성되어 있다. BEST로 대표되는 뇌교육의 통합 프로그램도 미국, 일본을 중심으로 한국 뇌교육의 국제 보급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것이 장점으로 손꼽힌다.

국제뇌교육협회, 국제적 뇌활용 컨설팅 기관으로 발돋움

2008년 말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소가 발행한 보고서의 ‘뇌연구 주요 사건’ 표에 따르면, ‘IBREA(국제뇌교육협회)’의 설립이 IBRO(국제뇌연구기구), SFN(신경과학학회) 등과 나란히 기재되어 있다.

21세기를 대표하는 키워드라는 ‘뇌’ 분야 중 뇌과학에 있어 실제 세계 선두권을 달리는 첨단 뇌 영상 분야 등을 제외하고는 한국은 뇌과학 분야에서 세계 10위권을 차지하고 있지만, 뇌에 대한 건강, 교육 등 실제적 뇌 활용 분야에서는 한국이 선도적 위치를 점하고 있다고 할 수 있는데 그 중심에 바로 ‘뇌교육’이 있다.

▲ 제네바 유엔본부에서 개최된 뇌교육 국제세미나 (2009. 7)

2004년 설립된 국제뇌교육협회의 성장은 한국 뇌교육 세계화의 속도와 맞물려 있다. 2006년 한국 사단법인 등록, 2007년 미주뇌교육협회 설립, 2008년 3월 일본뇌교육협회 설립에 이어 6월 유엔본부에서의 1백 개국 지부 설립 행사 개최를 계기로 국제적 단체로 발돋움했다. 2009년 2월에는 유엔글로벌콤팩트(UN Global Compact)에 가입하며 국제사회 공헌에도 앞장서고 있다.

현재 국제뇌교육협회는 뉴욕 본부와 국제연수원을 갖추고 매년 수차례에 걸쳐 유엔과 협력해 국제컨퍼런스 개최와 뇌 문화 잡지 《브레인월드》 발행, 두뇌올림피아드 IHSPO 국제대회 개최를 거쳐 미주 뇌교육 보급에 앞장서고 있다. 2008년부터는 BMC(Brain Management Consultant 뇌운영관리사)란 뇌교육 전문가를 배출하며 인재 양성에도 적극 앞장서고 있다.

국제뇌교육협회(kr.ibrea.org)는 30여 년간 구축된 뇌 활용 콘텐츠와 교육 프로그램, 광범위한 국제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과학, 건강, 교육, HRD(인적 자원 개발), 두뇌 상품 등 사회 전반의 뇌 컨설팅과 정보 교류를 거쳐 새로운 시대적 트렌드와 뇌 활용에 관심 있는 기업, 단체에서 국제적인 뇌 컨설팅 기관으로 자리하고 있다.

한민족의 국학이 뇌교육의 철학적 뿌리

인간의 정신적 사고를 총괄하는 사령탑인 뇌의 활용이 곧 행동을 의미하고, 그 행동이 개인과 사회에 현실화된 모습으로 나타난다. 누구나 가진 뇌를 과연 어떻게 쓰는 것이 올바른 것인가에 대한 뇌철학이 중요한 이유가 바로 여기 있다. 올바른 뇌철학을 갖고 있느냐가 뇌교육 시대를 주도하는 경쟁력이 되는 셈이다.

주목할 만한 것은 한국의 뇌교육이 지니는 뇌철학의 뿌리가 바로 한민족의 국학에 있다는 점이다. 국학은 우리 민족 고유의 정신으로, 유교, 불교, 기독교 등 외래의 정신이 들어오기 전부터 있던 한민족 고유의 원형을 담은 철학과 정신, 생활 문화 습관을 의미한다.

하늘·땅·사람의 조화와 상생을 강조한 ‘천지인’, 하늘을 공경하고 인간을 사랑하는 ‘경천애인’, ‘널리 인간을 이롭게 하라’는 ‘홍익인간’ 등 모두가 한민족의 국학에 담긴 정신이다. 한민족 고유의 대표적 경전 중 하나인 《삼일신고》의 <신훈>에는 ‘자성구자 강재이뇌自性求子 降在爾腦 (본성에서 찾으라. 너희 뇌 속에 내려와 있다)’라는 문구에 이미 뇌의 가치를 기술해놓고 있다. 뇌에 대한 원리와 철학이 한민족의 유구한 역사 속에 모두 담겨 있는 셈이다.

서양에서는 21세기에 들어서야 뇌에 대한 과학적·의학적 탐구를 거쳐 미래 자산으로 관심을 기울이고 있지만, 한민족의 유구한 역사 속에서 이미 뇌의 중요성을 자각하고 있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또한 우리 선조들은 이러한 뇌에 부합하는 정신과 생활 습관을 인재 양성의 근간으로 삼았고 생활 속에서도 이를 실천하고자 했다.

실제로 고조선과 삼국 시대의 고구려·백제·신라에 있어, 하늘·땅·사람이 하나라는 천지인 정신과 문무 교육, 몸과 마음을 함께 다스리는 심신 수행의 습관은 한민족의 원형을 담고 있는 정신문화를 형성하는 골격이 되고 있다. 한국의 뇌교육은 이러한 한민족의 정신문화적 자산과 21세기 뇌과학적 연구가 결합되어 체계화·학문화된 것이다. 결국 21세기 뇌교육 시대를 한국이 선도할 커다란 지혜를 우리의 선조들이 마련해준 셈이다.

[출처] 브레인 Vol.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