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9년 12월 일본을 방문한 탐방단은 곳곳에서 일본 천황기와 연결된 우리 고대 문화 흔적을 발견했다. (오사카의 백제왕신사 방문모습)
일본 내 백제역사문화탐방단은 지난해 12월 1일부터 5일까지 4박 5일 일정으로 일본에서 펼쳐진 백제의 찬란한 역사 문화 유적과 천손 문화의 발자취를 따라갔다. 2010년이 한일병탄 100주년이라는 점에서 한·일간의 역사적 관계를 다시 한 번 정립하고 우리 민족이 한 단계 더 도약하기 위한 역사적인 메시지를 고찰해 볼 수 있었다.

첫 목적지 일본 오사카는 백제의 옛 터전으로 ‘백제왕신사(百濟王神社)’와 ‘백제사적(百濟寺跡)’이 있다. 백제왕신사의 정문에는 천손문화를 상징하는 도리이(鳥居·솟대)가 우뚝 서 있었다. 백제왕신사는 비다쓰천황(敏達天皇·572∼585 재위)때 백제 왕족 왕진이가 조상을 제사 지내기 위해 세운 사당으로 ‘백제국왕’과 신라신‘우두천왕(牛頭天王)’을 합사하고 있다.

백제왕신사 바로 옆 백제사(百濟寺) 옛 터전은 일본정부가 지정한 최초의 ‘특별사적’이다. 조정 중신인 백제왕남전(百濟王南典)이 죽자 쇼무천황은 애통해하며 백제사를 세우도록 조칙을 내림으로써 일본 왕실이 관장하는 백제 성지가 됐다.

일찍이 1891년 도쿄대학 사학과 구메 구니다케(久米邦武·1839∼1931) 교수는 “우두천왕은 신라 신 스사노오노 미코토(素盞吾尊)”라고 단정해 뒷날 일본 국수주의자들의 공격 대상이 돼 끝내 도쿄대학에서 추방당했다. 백제왕신사와 백제사적에서 동쪽으로 불과 3km 남짓한 곳에 1,600여 년 전 일본에 논어와 천자문을 전하여 일본 문화의 시조로 숭앙받는 백제인 왕인 박사의 묘가 있다.

고금집(古今集)의 기록에 따르면 “백제인 오진 왕(5세기)의 넷째 왕자 오사자키노미코토가 왕인박사의 천거로 ‘닌토쿠왕’으로 등극했다.”고 한다. 왕인 박사는 그 당시 왕실 교육 장관(西文首)이며 정무장관이었던 것이다. 이어 탐방단은 백제로부터 전파된 불교문화가 꽃피웠던 아스카 시대의 문화재를 볼 수 있는 나라국립박물관(奈良國立博物館)에 들렸다. 또한 고구려승 혜자(惠慈)와 백제승 혜총(惠聰)으로부터 불교를 배운 쇼토쿠 태자(聖德太子)가 사재를 털어 세운 일본 최고(最古)의 목조건물 법륭사(法隆寺)에 도착했다. 소장 유물로는 백제인이 일본으로 건너가 제작한 목조 백제관음상과 고구려 담징이 그린 금당 벽화가 유명하다. 12월 3일 교토의 조상신(祖神)으로 불리는 간무천황(桓武天皇)의 헤이안 천도 1,100주년을 기념하여 1895년에 건립한 헤이안 신궁(平安神宮)과 일본의 국보인 키요미즈테라(淸水寺)를 탐방하였다.

삼국유사 연오랑·세오녀의 설화일본의 시조인 아미테라스와 연결

2001년 12월 23일 아키히토천황은 68회 생일을 앞둔 기자회견에서 “나 자신은 간무천황의 생모가 백제 무령왕의 자손이라는 것이 ‘속일본기’에 기록되어 있기 때문에 한국과의 혈연을 느끼고 있다.”고 했다. 이 간무천황의 어머니이자 49대 광인천황(光仁天皇, 고닌)의 왕비인 고야신립(高野新笠, 타카노노니이가사)이 백제의 왕족 출신이다.

12월 4일에 방문한 이세신궁은 일본 천황가의 시조인 아미테라스 오미가미(天照大御神)를 모시는 사당으로 도쿄의 메이지신궁(明治神宮), 오이타의 우사신궁(宇佐神宮)과 함께 일본의 3대 신궁으로 불린다. 천 년이 넘은 고목들로 둘러싸인 이세신궁은 일본인들이 평생 한번은 꼭 가봐야 되는 곳으로 여기는 신성한 곳으로 매년 600만 명이 찾는다.

일본 고사기와 일본서기에서는 고천원(高天原), 즉 하늘나라로부터 ‘아마테라스’가 손자 ‘니니기’를 세상으로 하강시켜 일본이라는 나라를 세웠다는 천손강림(天孫降臨) 사상이 내려온다. 삼국유사에서는 신라 8대 아달라 이사금 4년(서기 157년) 동해 바닷가에 살던 연오랑(延烏郞)과 세오녀(細烏女)가 일본에 가서 왕이 되었다고 한다.

고사기, 일본서기, 삼국사기, 삼국유사 등을 종합해보면 이 세오녀가 이세신궁에 모셔진 아미테라스 오미가미로 볼 수 있다. 즉 한민족 단군의 후예가 일본 천황가의 시조가 된 것으로 한·일 간의 역사인식을 새롭게 정립할 수 있는 사건이다. 정장을 차려입고 이세신궁에 끊임없이 찾아오는 일본인들을 바라보면서 일본 문화 속 깊이 스며 있는 뿌리 사상에 대한 깊은 숭앙심이 세계 제2의 경제 대국 일본 국민을 하나로 통합하게 하는 원천이라는 것을 느꼈다.

[출처] 국학신문 2010년 1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