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로벌 뇌건강비즈니스의 핵심은 멘탈산업, 요가, 명상에 몰입하는 미국인들
뇌과학의 발달, 뇌건강에 대한 인식 변화 이끌어

멘탈산업의 성장에는 뇌과학의 발달에 따른 대중들의 인식변화가 큰 몫을 차지하고 있다. 불과 10년 전만해도 사람들은 뇌에 대해 큰 관심을 갖지 않았다. 무엇보다 쉽게 근접할 수 없는 대상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90년대 초 ‘뇌의 세기’, ‘뇌의 10년’ 등 국가적인 뇌연구사업이 본격화된 이후 뇌연구결과가 90년대 말부터 쏟아져 나오면서 양상은 달라졌다.

과학적 연구는 사회적 변화의 시발점을 형성한다. 보통 과학에서 건강, 교육, 문화 순으로 전이된다고 하는데, 건강분야는 한 개인의 삶과 가장 밀접한 부분이기 때문에 지금도 세계에서 가장 크게 형성된 시장 중에 하나이다. 사람의 욕구와 관심이 곧 시장을 형성하기 때문이다. 실제 뇌과학 연구의 대부분도 뇌질환연구 및 신약개발에 가장 많은 자본이 투입된다.

지금 나이든 사람들의 대부분의 관심은 ‘뇌질환’이다. 특히 치매에 대한 걱정이 주류를 이룬다. 과거 ‘심장’에 보였던 관심이 이제는 ‘뇌’로 확연히 옮겨왔다. 건강의 중심이 뇌로 이동하면서 달라진 것은 뇌가 육체 뿐 아니라 바로 정신을 총괄하는 사령탑이라는데 있다. 어떻게 하면 나의 뇌를 건강하게 할 수 있을까하는 것에 사람들의 관심이 높아진 것이다.

‘뇌세포는 60세가 되어서도 생성이 가능하다’, ‘뇌는 고정불변된 기관이 아니라,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무한한 변화의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등 뇌의 가소성neuroplasticity 연구결과를 비롯해 뇌의 비밀이 하나둘씩 밝혀지는 등 뇌과학의 발달은 사회적 인식변화의 근거를 제공하고 있다.

글로벌 뇌건강비즈니스의 핵심은 멘탈산업

뇌건강비즈니스산업의 급성장의 하나는 과거 베이비붐 세대가 이제 급증하는 노년층으로 들어섰다는 점이다. 베이비 붐 세대들은 성공적인 노년의 삶을 원하는 욕구가 크고, 그러한 곳에 투자하는 것을 아까워하질 않는다. 그리고 병이 들고 나서 치료를 하는 사후치료 보다 예방을 통한 건강증진이 효과 면에서나, 경제적인 면에서도 훨씬 뛰어나고 저렴하다는 인식도 갖고 있다. 이러한 인식변화는 개인과 기업에만 그치지 않고 세계 각국의 보건당국이 지금까지의 의료개념을 바꾸는 데 앞장서고 있다. 정부의 이러한 인식변화는 무엇보다 65세 이상 노인 8명 중 1명꼴로 증가한 치매를 비롯한 뇌 관련 질환으로 인한 국가적 지출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도 큰 몫을 차지한다. 더구나 이전까지 일반인이 가지고 있던 고정관념처럼 뇌의 기능이 고정된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변화하며 훨씬 유연하다는 최근 뇌과학의 발견이 이를 가속화시켰다. 근육을 자주 쓰면 단련되듯 뇌도 쓰면 쓸수록 그 기능이 좋아지며, 질병이나 기능저하도 늦출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된 덕분이다.

뇌건강에 대한 이러한 관심은 이미 다양한 산업을 파생시키고 있다. ‘뇌도 훈련하면 단련된다’라는 인식으로 일본 닌텐도DS 시리즈는 현재 전 세계적으로 1억대 가까이 팔렸다. 미국 포지트 사이언스(Posit Science)사의 '브레인 피트니스 프로그램', 이스라엘의 '마인드 피트(Mind-fit)' 소프트웨어도 대표적이다. 뇌건강과 두뇌 능력 컨설팅 회사인 샤프 브레인Sharp Brain 사가 내놓은 통계에 따르면, ‘브레인 피트니스Brain Fitness’로 통칭되는 두뇌 훈련 소프트웨어의 매출이 2005년 1억 달러에서 2007년 2억 2,500만 달러로 매년 50%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아직 헬스클럽 등의 기존 건강 사업과 비교해 한참 떨어지지만 소비자의 증가 추세를 볼 때 2015년에는 2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외에 개인의 인지 능력을 향상시키는 뇌파 훈련 장치나 보조 기구들은 이미 출시되거나 발전되고 있다. 최근 10억 달러 규모로 추정되는 뇌기술(neurotech) 분야에 연간 2억 달러씩 5년 동안 미 정부 차원에서 투자하는 법안이 추진되고 있는데, 상업적 전망이 무궁무진한 뇌관리 분야에도 많은 지원이 따를 예정이다. 국내에서도 뇌파학습기 엠씨스퀘어, 뉴로피드백을 활용한 브레인하모니를 비롯해 최근 출시된 두뇌관리기기 iBrain까지 두뇌증진 및 활용기기들도 여럿 나와 있다.

기존 건강식품 회사의 경우에도 비타민에서부터 코엔자임 Q10, 바코파 같은 뇌건강 식품의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으며, 개인, 병원, 보험사, 학교, 기업, 군대, 스포츠 팀에 인지 기능을 측정하는 서비스를 전문적으로 제공하는 기업의 수도 20개가 넘어섰다. 온라인뿐 아니라 오프라인에서 이른바 ‘뇌 체육관(brain gym)’이란 이름을 내건 건강센터도 다수 세워지고 있다. 또 1,000달러 정도의 비용으로 유전자를 분석하여 질환의 위험성 등을 알려주는 뇌관련 전문 유전자 분석 회사도 속속 생겨나고 있는 상태다.

이처럼 다양한 방법이 개발되고 뇌건강비즈니스 분야에서도 가장 핵심이 되는 것이 바로 동양의 정신문화에 근간한 멘탈산업이다. 특별한 기기의 도움 없이 스스로의 신체를 활용해서 가능한 분야라는 것과, 동양의 깊은 정신문화에 대한 동경심도 저변에 깔려 있다. 스트레스를 탈피하고 삶의 질적 향상에도 도움이 된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요가’로 대표되는 동양의 정신수련법들은 삶의 질 향상을 원하는 중상류층들이 애용하는 문화상품으로 자리 잡고 있다. 동양의 정신수련법들이 선진국에선 뇌건강 예방과 삶의 질 향상을 위한 멘탈산업으로 자리한 것은 눈여겨볼 일이다.

인도 요가, 미국서 삶의 질 향상과 건강예방 등 멘탈산업 주도

▲ 인도 요가가 주류인 미국 멘탈산업에서 성공적으로 자리매김한 한국의 단학
2008년 12월 10일 미국립보건원(NIH) 산하 대체의학연구소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시민 38%가 대체의학을 이용하거나 이용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소는 성인 2만3300명과 17세 이하 아동 9400명을 대상으로 면접 조사를 실시해 이 같은 결과를 얻었다고 밝혔는데 결과를 살펴보면, 자연산의학품(17.7%), 단전호흡(12.7%), 명상(9.4%), 지압·접골(8.6%), 마사지(8.3%), 요가(6.1%) 순이다. 그런데 단전호흡, 명상, 요가 등은 사실상 동류이기 때문에 미국에서 동양의 대체의학분야를 이용하는 사람 3명중 1명꼴은 정신수련을 활용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특히 미국에서는 ‘요가’하면 정신건강의 보통명사로 통할만큼 이미 사회적 트렌드를 넘어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미국에서 발행되는 <요가저널>에 따르면 지난 1994년 600만명이던 미국 요가 인구가 현재 1,500만명으로 3배 가까이 늘어났다. 단기적으로는 2001년 9.11테러 이후 급속히 늘었다고 분석하지만, 더 근본적으로 들어가면 물질주의에 대한 회의, 현대인들의 만성스트레스에 대한 탈피, 사후치료가 아닌 건강예방에 대한 관심도 증가, 정신적 삶의 질 중시 등이 중요한 이유를 차지하고 있다. 뇌과학의 발달에 따른 몸과 마음의 연결고리, 즉 물리적 운동만이 아니라 정신적 훈련법을 병행하는 것이 건강의 지름길이라는 것을 미국인들이 인식하게 됐다는데 있다.

‘요가’는 알다시피 인도의 정신수련법이다. 그래서 인도는 미국인들에게 깊은 정신문화를 보유한 나라라는 동경심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정신문화 보급을 통한 국가이미지 제고에 커다란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요가’가 보통명사로 쓰이다보니 미국에 보급된 다른 나라의 정신수련법들도 모두 ‘요가’로 묶여져 통하는 형국이다.

단월드, 미국, 일본서 뇌건강비즈니스 개척하며 글로벌성장 

▲ 인디언 성지 세도나에 자리한 세계 최대 규모의 일지명상센터.명상센터 곳곳에서 한국의 정신문화가 물씬 배어난다
‘요가’가 멘탈산업의 대표주자로 인식되는 가운데 한국 전통의 정신수련법인 ‘단학’이 차별성 있는 컨텐츠와 글로벌 서비스체제를 갖추고 미국 안방에 자리매김하고 있어 주목된다. 전문가들은 역사적으로도 인도 요가 이상으로 한민족의 심신수련에 근간한 정신문화의 역사가 깊다고 얘기를 한다. 단군조선의 국자랑, 신라의 화랑, 고구려의 조의선인제도 모두 그러한 맥을 이어온 것들이다. 일전에 방영되어 화제를 모았던 드라마 연개소문에도 ‘조의선인’들이 자연과 벗 삼아 심신을 수행하는 장면들이 나왔듯이, 우리의 선조들에게 있어 하늘, 땅, 사람이 하나라는 천지인天地人 정신과 몸과 마음을 함께 다스리는 심신수행의 습관은 한민족의 원형을 담고 있는 정신문화를 이루는 골격인 셈이다.

단월드(www.dahnworld.com)는 미국서는 ‘단요가’란 브랜드로 총 130여개의 단센터를 운영되고 있다. 한국 전통의 ‘단丹’으로 대표되는 정신문화의 상징과 ‘요가’란 보통명사를 결합한 브랜드인 셈이다. 1985년 첫 센터를 연 이후, 한국에서만 260개의 센터를 운영하는 국내 최대의 명상교육기관으로 성장한 단월드는 90년대 초부터 ‘한민족 정신문화 보급’을 기치로 해외개척에 앞장서며 현재 미국, 일본, 영국, 캐나다, 독일, 러시아, 네덜란드 등 해외 7개국 500여개의 센터를 개설했다. 특히, 2008년 일본에서는 직영으로 운영해오던 것에서 프랜차이즈 방식을 도입한 지 불과 1년 만에 87개 센터에서 362개로 비약적으로 늘어났을 정도로 일본인들의 반응은 뜨겁다.

인도 요가가 주류를 이루는 해외에서의 단월드의 이러한 성장은 전통과 미래의 적절한 조합에서 엿볼 수 있다. 먼저 단월드의 모든 프로그램들이 ‘천부경天符經’, ‘천지인天地人’, ‘홍익인간弘益人間’의 정신 등 한민족 고유의 경전과 전통적인 평화공존철학을 수련법의 토대로 갖고 있다는 점이다. 물질세계에 허덕이며 개인주의에 매몰된 미국인들에게 평화, 공존, 자연과의 합일 등을 담은 이러한 철학이 신선하고도 깊은 정신적 각성으로 다가가고 있는 것이다. 또한, '한국은 정통문화가 없고, 만약에 있다면 그것은 일본문화와 중국문화의 아류다'라고 알려질 만큼 미국 내 한국에 대한 낮은 문화적 인식에도 적지 않은 변화를 가져오고 있는 점도 정신문화의 보급이 가져오는 장점이라 할 수 있다.

해외에서의 단월드의 성공은 이러한 정신문화적 자산 뿐 아니라 21세기를 대표하는 키워드라는 ‘뇌’라는 글로벌트렌드를 그 중심 가치에 두고서 모든 수련체계에 도입하고 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수많은 수련원리들을 뇌에 기반을 두고 풀이하고 체계화 하면서, 누구나가 가진 뇌를 잘 활용하기 위한 뇌교육프로그램으로 글로벌화 되어 있어 어디를 가도 기본적으로 동일한 프로그램이 적용된다. 특히, ‘뇌파진동’은 현재 수백만 명에게 간편하면서 획기적인 두뇌운동법으로 널리 보급되어 있다. 글로벌화의 기본조건인 핵심뼈대와 글로벌시스템을 갖추고 있는 셈이다.

새롭게 펼쳐지고 있는 글로벌 뇌건강비즈니스 분야에서 문화적, 역사적 배경에서 오는 동양이 갖는 장점은 서양보다 훨씬 크다. 정신건강에 대한 현대인들의 주된 관심이 우리가 옛 것으로 치부했던 동양의 정신문화가 새로운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기 때문이다. 정신과 육체, 자연과의 조화 등의 역사적 전통도 매력적이다. 약물과 기기의 도움 없이, 인간의 신체를 통한 면역력 증가와 회복에 동양의 명상, 호흡을 비롯한 동양의 심신건강법들이 선진국에선 21세기 뇌건강시대를 맞이해 스트레스를 줄이고 건강을 예방하며 삶의 질을 높이는 멘탈산업의 대표주자로 인식되고 있는 점은 눈여겨 바라볼 일이다.

* 본 기사는 <브레인> 14호에 게재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