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문스님.
경술국치 100년인 조선왕실의궤를 비롯한 도서 1,205책이 일본으로부터 반환된다. 1965년 섣부른 한일협정으로 우리 정부가 ‘문화재 반환’을 공식적으로 요구할 수 없는 현실적 한계를 민간의 노력으로 극복했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

외규장각 도서도 144년 만에 ‘영구대여’라는 형식으로 프랑스 파리국립도서관에서 돌아올 예정이다. 전 세계적으로 약탈 문화재를 되찾기 위한 활발한 노력이 진행되고 있다. 20세기 오만한 제국주의의 잘못을 21세기에 들어 바로잡는 것이다. 이번 조선왕실의궤 반환을 주도한 시민단체인 조선왕실의궤환수위원회(이하 환수위) 사무총장 혜문스님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의궤반환 운동을 꾸준히 해왔는데
2006년 환수위를 구성하고 4년간 노력했다. 한일 양국 국회의원과 시민단체, 남북 불교계의 공조, 지방정부의 협력 등으로 민족적 쾌거를 이루었다.

되돌려 받는 1,205책 도서의 가치는
단순히 양이 아니라 문화재 가치, 수준으로 평가해야 한다. ‘대전회통(大典會通)’과 같은 도서는 현재 고서점에서 수십만 원 정도에 거래되는 데 다른 책들도 거의 그 정도라고 보면 된다. 수량에 집착할 필요는 없다. 1965년 한일협정 당시 1,400여 점을 반환받을 때 짚신, 막도장, 우체부모자 등으로 수량만을 채운 것을 받았다.

제실 및 경연 도서 등은 유통경로를 입증 못해 돌려받지 못했다는 데
아쉬운 일이다. 조선왕실의궤의 경우는 그동안 일본 외무성에 지속적인 반환요구를 했고 국회 결의안도 2회나 채택되었다. 그러나 제실 및 경연 도서 등에 대해 우리가 유통경로를 입증하지 못했다. 뿐만 아니라 공식적으로 반환을 요구한 적도, 논의된 적도 없어 애초부터 반환이 성사되기에는 무리였다. 반면 이 도서 등은 우리나라에 십만 여 권 정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고 문화재 가치도 그다지 높지 않다. 실제로 국가지정문화재로 지정된 것도 없는 것으로 안다.

돌아온 문화재 중 국가지정문화재는
현재까지 파악한 바로는 한 점도 없다. 반환도서 중 조선왕실의궤만이 유네스코 지정 세계기록문화유산에 등재되어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가 보관한 의궤 역시 국가지정문화재로 지정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다만 현행 문화재보호법 상 “세계유산등에 대하여는 등재된 날부터 국가지정문화재에 ‘준하여’ 유지, 관리 및 지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환수위는 11월 8일 국회에 ‘일본 궁내청에서 되찾은 의궤의 국보지정 청원’을 제출했다. 나머지 도서들은 국가지정문화재가 될 수 있는 수준은 아니라고 본다.

2006년 조선왕조실록 환수와 다른 점은
이번 의궤 반환은 2006년 조선왕조실록 환수의 연장선상에서 진행되었다. 2006년 당시 과거사에 대한 분명한 지적 없이 ‘서울대 기증’이란 형식으로 돌아와 ‘미완의 성공’이라 평가한다. 이번 의궤 반환은 일본총리 담화에서 ‘과거사에 대한 반성’을 포함해 한국으로 돌아오는 형태를 취하고 있다는 점이 분명한 진전이다. 실록 환수의 한계를 극복한 사건이다.

환수과정에서 당부하고 싶은 일은
이번 반환의 역사적 의미를 부각하기 위해 정부에 ‘국민환영 행사’를 광화문 광장에서 열자고 제안한다. 환수운동 과정에서 협력해온 ‘서울시’와도 이런 의견을 교환하고 있다. 또한 의궤가 국보로 지정되기를 희망한다. 후세에 물려줄 문화재로써 역사적 의미가 더해지는 뜻 깊은 일이 될 것이다.

일본에 있는 다른 문화재의 반환 문제는
분명히 알아야 할 것은 ‘문화재 환수’가 불가능한 일이 아니라는 점이다. 의궤는 일본 궁내청 이른바 ‘천황궁’이 소유하고 있던 문화재이다. 우리가 치밀하게 준비하고 노력한다면 다른 것들도 가능할 것이다. 한 가지 아쉬운 것은 경술국치 100년과 같이 의미 있는 해를 위한 준비가 너무 소홀했다는 점이다. 환수위는 이 기회에 의궤문제를 해결한다는 전략으로 임했고 적중했다.

만약 정부나 다른 민간단체에서도 수년간 치밀한 준비를 해왔다면 다른 문화재 환수도 가능했을 것이다. 의궤 반환으로 문화재 반환이 마무리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있다. 우리는 이미 65년도에 문화재 반환문제를 종결지었고 법적으로는 현재로서도 불가능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관대첩비, 실록, 의궤 등의 반환이 성과를 내고 있는 것은 앞으로도 우리의 노력 여하로 결정될 문제이지 법적인 한계를 운운할 일은 아니라고 본다.

정부에 당부하고자 하는 사항은
2006년도 반환된 실록에 서울대학교 규장각에서 도장을 찍은 일, 지금까지 대중에게 공개하지 않는 점, 유네스코에 추가 지정신청을 하지 않은 일 등을 보면 문화재 반환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다는 느낌이다. 미국에서 돌려받은 명성황후 양탄자는 중앙박물관 창고에 60년 동안 방치되다가 올 상반기 우리가 국민감사를 청구한 후 비로소 발견되었다. 옥새로 추정되는 도장은 미국이 50년대에 반환했는데 어디에 있는지조차 모른다. 반환된 문화재를 어떻게 활용하고 보호하며 국민에게 공개해야 할지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

<국학신문 12월호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