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고의 전설에 의하면, 세계 최초의 인류는 나반(那般, 아버지의 어원)과 아만(阿曼, 어머니의 어원)이라고 하기도 하고, 또 마고麻姑라 하기도 한다. 마고성에서 인간은 지유를 먹고 그야말로 아무런 고통도 모르고 복을 누리며 살았다. 그런데 오미五味의 변變을 겪으면서 그 낙원의 세계가 깨지게 되었다.

이를 다시 복본(復本, 본래 신성을 회복)하기 위해 천부天符를 징표로 삼아 황궁黃穹씨, 유인有因씨, 환인桓因씨가 대를 이으며 수행하였다. 마침내 거발한 환웅의 시기에 이르러 홍익인간 할 세상을 개척하기 위해 신시를 개천함으로써 커다란 진전을 이루었다. 그러나 이 또한 그 완성을 보지 못했기에 “언젠가 정말 새로운 신인이 나타나 천부인天符印으로 하늘의 경을 열어 그토록 염원해 왔던 새로운 인간 세상을 열어나가게 된다.”는 것이었다.

거불단 환웅은 “이제 그때가 되었다!”면서 하늘의 조화 속에 지금껏 자신에게까지 전해내려 왔던 천부인이 사라지는 꿈을 꾸게 된다. 그 뜻이 무엇인지 파악하고자 하는 가운데 그것이 실제로 일어난 일임을 확인하고 당황한다. 이것은 환웅의 자리를 왕검에게 물려주지 못하고 자신의 대에서 천신족의 대통이 끊기게 된다는 뜻을 내포했기 때문이다.

이에 거불단 환웅은 혼란을 염려해 그 사실을 숨기려한다. 그러나 강력한 세력으로 등장한 범씨족의 호한 수장은 천부인이 사라졌다는 소문을 근거로 그것을 보여 달라는 요청을 해왔다. 여기엔 명분으로만 근근이 유지되어 왔던 천신족의 권위마저 인정치 않겠다는 뜻이 담긴 것이었다. 여기서 거불단 환웅은 아들 왕검을 위해 일전불사를 생각한다. 그 당시 웅씨족의 비왕으로 일하고 있었던 왕검은 굴러온 돌이 박힌 돌 빼려고 한다는 웅갈 등 웅씨족 왕자들의 시기와 배척을 받아 아무런 뜻도 펴지 못했다. 왕검이라는 신성한 이름 대신에 그야말로 천신족의 밝달족 출신이라는 뜻으로 단군이라 불리면서 인질이나 다름없는 대접을 받고 있는 처량한 신세였기 때문이다.

 이에 거불단 환웅은 ‘자신의 아들도 지켜주지 못한 아비’라는 회한에 고민하면서도 어쩔 수 없이 제국 간의 새로운 중심 세력이 누구인지 결정할 수 있는 천신제를 대대적으로 열겠다고 선포하기에 이른다. 이를 계기로 각국은 자신의 나라가 얼마나 강력한 나라인가를 시위하면서 천신족을 대신해 새로운 제국의 중심으로 거듭나기 위해 경쟁에 돌입한다.

한편 단군은 청년의 나이에 이를 때까지 서로들 아귀다툼을 벌이는 혼란스러운 세상에서 본때 있게 일 한번 제대로 처리해내지 못하고 있는 자신을 심히 자책한다. 아버지 거불단 환웅을 뵐 면목도 서지 않아 천신족으로 돌아가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웅씨족의 비왕으로서 그 무엇을 할 수 있는 방안도 서지 않는지라 답답해하며 속만 태운다. 그러다가 드디어 도적떼의 창궐을 계기로 자신이 직접 도적을 소탕하겠다고 주청하여 세상으로의 발길을 내딛는다. 그 과정에서 백성들이 가난 속에 착취당하고 유랑하거나 도적떼가 되는 비참한 실상에 새롭게 눈뜨게 되었다.

세상의 아귀다툼과 백성의 비참한 현실 해결할 길을 찾아 세상을 나서다

동시에 “다른 그 무엇이 아닌 이런 세상을 탓하라.”고 하는 도적의 말에 큰 충격을 받는다. 여기서 그는 도적들의 문제가 그들을 단순히 소탕한다고 해서 풀어질 성질의 것이 아니라 뭔가 근본적인 대책이 세워져야 한다는 것을 직감한다. 그래서 도적들에게 자신의 영지에서 살도록 해주겠다고 제안하여 자기 직속 부장인 소우리 장군에게 이들을 데리고 가서 안착시키도록 명한다.

그러면서 그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무엇인지를 고민하고자 더 넓은 세상으로의 주유를 결심한다. 어쩌면 이것은 지금껏 자신이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허송세월만 보내며 자책했던 생활에서 빠져나오는 길이기도 하였기에, 그는 천신제가 다가옴에도 불구하고 개의치 않고 계속 세상을 향해 앞으로 나아간다.

그는 여러 나라 사람들의 생활도 보고 수신水神족에 들려 하백녀도 만난다. 하지만 그 어디에서도 그 해결책을 찾지 못함에 하백녀와 미래를 기약하고는 또다시 길을 떠난다. 그러나 도무지 가늠도 되지 않는 여정인지라 밑도 끝도 없는 그 고행의 과정은 고달프기만 했다. 그가 지쳐 쓰러지려는 찰나에, 각 나라들이 신성시 하는 토템을 부숴버리는 기이한 행동을 하는 신지를 만나게 된다.

여기서 단군은 이런 혼란스러운 세상을 극복하자면 지금까지의 사고방식과 습성으로부터 벗어나야 한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래서 신지가 태고의 전설을 실현할 조짐을 하늘이 보여주고 있으니 같이 동행하자고 하는 제안을 거부하고는 자신의 길을 선택한다. 여전히 짙은 안개에 싸여 있어서 좀처럼 그 실체를 알 수는 없으나 다만 단군은 태고의 전설을 실현하려는 과정에서 결정적인 단계로 진입시켰던 신시개천神市開天의 장소인 그 태초의 발아지점이라면 뭔가 암시를 주지 않겠느냐는 생각에 그곳을 향해 나아간다.     <다음호에 계속>

소설가 정호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