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ere You Stand Green-1, 2022, Acrylic and polyester fiber one canvas, 186x186cm [사진 김경아 기자]
Where You Stand Green-1, 2022, Acrylic and polyester fiber one canvas, 186x186cm [사진 김경아 기자]

국제갤러리에서는 12월 31일(토)까지 이기봉 개인전 《Where You Stand(당신이 서 있는 곳)》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서울점 K1, K2와 부산점에서 동시 개최한다. 

서울점에서는 작가가 그간 꾸준히 작업해온 안개 속의 몽환적인 물가 풍경이 중점적으로 펼쳐진다. 흐릿한 질감과 경계는 안개가 피어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지만, 이는 캔버스 위에 일정한 간격을 두고 얇은 아크릴 판 또는 폴리에스테르 섬유를 겹쳐 올려 두 개의 이미지를 덧댄 결과이다. 여기서 작가는 배경에 등장하는 나무나 호수가 아니라, 그것을 둘러싸고 있는 '물안개'에 관심을 갖는다.

Where You Stand Riverside-2, 2022, Acrylic and polyester fiber one canvas, 110x110cm [사진 김경아 기자]
Where You Stand Riverside-2, 2022, Acrylic and polyester fiber one canvas, 110x110cm [사진 김경아 기자]
국제갤러리에서는 12월 31일까지 이기봉 개인전 《Where You Stand》을 개최한다 [사진 김경아 기자]
국제갤러리에서는 12월 31일까지 이기봉 개인전 《Where You Stand》을 개최한다 [사진 김경아 기자]

내가 관심을 갖는 주요 모티브는 물과 안개다. 이들은 사물이나 존재의 모습을 변화시키고 초월적 영역에 다가서게 만든다. 평상시 드러나지 않았던 사물의 다른 측면에서 어떤 정신이나 영혼을 발견하는 것 같은 느낌이다.  - 작가 이기봉 

​Where You Stand Grey Shadow 3, 2022, Acrylic and polyester fiber one canvas, 181x181cm [사진 김경아 기자]
​Where You Stand Grey Shadow 3, 2022, Acrylic and polyester fiber one canvas, 181x181cm [사진 김경아 기자]
국제갤러리에서는 12월 31일까지 이기봉 개인전 《Where You Stand》을 개최한다 [사진 김경아 기자]
국제갤러리에서는 12월 31일까지 이기봉 개인전 《Where You Stand》을 개최한다 [사진 김경아 기자]

한편 본 전시에서 처음 소개되는 새로운 연작은 텍스트에 대한 작가의 오랜 관심을 기반으로 하며, 루드비히 비트겐슈타인(Ludwig Wittgenstein)의 '논리철학논고'에서 발췌한 텍스트가 깔려 있다. 캔버스 뒷면으로부터 밀어낸 듯한 모양새로 쌓아 올린 비트겐슈타인 텍스트가, 모호한 형체의 풍경 뒤에 숨어 또 다른 형태의 막으로 기능하며 우리를 둘러싼 불확정성을 드러낸다. 

​Stand on Shadow - Black Mirror 6, 2022, Acrylic, resin, and polyester fiber one canvas, 241x186cm [사진 김경아 기자]
​Stand on Shadow - Black Mirror 6, 2022, Acrylic, resin, and polyester fiber one canvas, 241x186cm [사진 김경아 기자]
​Stand on Shadow - Black Mirror 6, 2022, Acrylic, resin, and polyester fiber one canvas, 241x186cm [사진 김경아 기자]
​Stand on Shadow - Black Mirror 6, 2022, Acrylic, resin, and polyester fiber one canvas, 241x186cm [사진 김경아 기자]

비트겐슈타인 텍스트는 설치작품의 형태로도 제시되는데, 서울점과 부산점에 각기 한 점씩 설치되는 'A Thousand Pages'(2022) 신작은 한 면의 양각의 텍스트를 다른 면의 안료 가루에 찍어 펼쳐 보이는 작업으로, 마치 펼쳐진 책을 보는 듯한 감각을 일으킨다. 텍스트가 눌려 새겨지는 안료 가루 더미는 마치 타버린 책의 재를 연상시키기도, 나비가 흩뿌리는 화분을 연상시키기도 하며 생의 순환과 고리를 암시한다. 

​A Thousand Pages White, 2022, Acrylic, pigment, woods, steel and polyester fiber one canvas, 247x75cm [사진 김경아 기자]
​A Thousand Pages White, 2022, Acrylic, pigment, woods, steel and polyester fiber one canvas, 247x75cm [사진 김경아 기자]

이기봉 작가는 1957년에 태어났으며 서울대학교에서 수학했다. 1986년 미술 대전에 대상을 수상한 후부터 전세계적으로 전시를 이어가고 있다. 주요 작품 소장처로는 국립현대미술관, 호암미술관, ZKM미술관, 리움미술관 등이 있으며 2021년 로스엔젤레스 카운티 미술관(LACMA)의 단체전에서 그의 작품이 소개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