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복궁 신무문 앞 '사각유리등'. 지난 12일 오후 6시 점등행사를 했다. 사진 문화재청
경복궁 신무문 앞 '사각유리등'. 지난 12일 오후 6시 점등행사를 했다. 사진 문화재청

짧은 생애를 살고 갔으나 남다른 문학과 예술적 재능을 가졌던 효명세자가 시작한 밤 궁중 연희의 상징 ‘사각유리등’이 새롭게 등장했다.

옻칠을 한 나무틀로 짠 등에 아름다운 꽃 그림을 그린 유리로 사방을 두른 ‘사각 유리등’ 이 경복궁을 둘러싼 효자로와 청와대로, 삼청로, 창의문로, 창경궁로, 북인사마당, 창덕궁 돈화문로에서 350개가 종로의 밤을 밝히고 있다.

문화재청 국립고궁박물관과 종로구청이 지난 12일 오후 6시 경복궁 신무문 앞에서 점등행사를 개최한 바 있다.

'사각유리등'은 효명세자가 시작한 궁중 밤 연희의 상징으로 아름다운 꽃 문양을 그린 유리로 사방을 두른 등이다. 사진 문화재청
'사각유리등'은 효명세자가 시작한 궁중 밤 연희의 상징으로 아름다운 꽃 문양을 그린 유리로 사방을 두른 등이다. 사진 문화재청

본래 사각유리등은 바닥 틀 가운데 받침에 등잔이나 초를 꽂고, 유리등 위에 고리를 달아 궁궐 지붕 처마에 걸었던 등이다. 정조의 아들인 23대 왕 순조(재위 1800~1834)의 왕세자인 효명세자(1809~1830)가 처음 밤잔치를 시작하면서 사용되었다.

효명세자는 ‘효명(孝明)’이라는 시호처럼 효성스럽고 명민했으며, 특히 예술적 감각이 뛰어났다고 한다. 부왕인 순조의 건강이 악화되어 18세인 1827년 2월부터 대리청정을 하였는데 청정한 3년 동안 해마다 부왕과 모후를 위해 큰 연회를 열었다.

부왕 순조의 덕을 기리기 위해 존호를 올리는 ‘자경전 진작정례의(慈慶殿進爵整禮儀. 1827)’를 비롯해 모후인 순원왕후의 40세 생일을 기념하는 ‘무자진작의(戊子進爵儀. 1828)’, 순조의 등극 30년 및 탄신 40년을 기념하는 ‘기축진찬의(己丑進饌儀. 1829)’등을 직접 관장했다.

효명세자는 대규모 궁중행사를 관장할 뿐 아니라 상당수의 악장과 가사를 만들었고, 특히 궁중 무용인 정재무(呈才舞)를 다수 창작했다. 효심과 왕실의 위엄을 회복하려던 그의 업적을을 통해 궁중 연희가 획기적인 발전을 이루었으며, 궁중 연희의 세세한 기록을 의궤(儀軌)에 고스란히 남겼다.

서울 종로구 효자로의 경복궁 영추문 앞 사각 유리등. 사진 문화재청
서울 종로구 효자로의 경복궁 영추문 앞 사각 유리등. 사진 문화재청

이러한 효명세자의 업적은 2016년 KBS2 드라마 ‘구르미 그린 달빛’에서 조명되기도 했다. 효명세자 역을 맡은 배우 박보검이 직접 궁중 연희를 위한 춤과 음악을 직접 창작하고 여주인공 홍라온 역을 맡은 배우 김유정이 아름다운 춤을 선보였다.

명민하고 덕망있는 군주의 모습을 갖춰가던 효명세자는 세도정치를 견제하는 정치를 펼쳤지만, 1830년 순조 30년 윤4월 말 각혈한 뒤 며칠 만에 21세의 젊은 나이로 승하했다.

경복궁을 비롯해 창경궁, 창덕궁 등이 위치한 종로 거리에 설치된 ‘사각 유리등’ 가로경관등은 이곳을 찾는 국내외 방문객에게 조선왕실 문화유산을 알리는 상징이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