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의 왕비가 내 사람을 만드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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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나리 기자
  • heonjukk@naver.com
  • 승인 2022-11-23 17: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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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슈룹’ 속 중전 임화령, 품고 깨우쳐 스스로 선택하도록

 

tvN 드라마 '슈룹'은 중전 임화령의 뛰어난 리더십과 불꽃 카리스마를 선보여 사극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가고 있다. [사진 슈룹 공식 홈페이지]
tvN 드라마 '슈룹'은 중전 임화령의 뛰어난 리더십과 불꽃 카리스마를 선보여 사극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가고 있다. [사진 슈룹 공식 홈페이지]

인간적인 매력과 영향력을 기반으로 신뢰를 주는 관계를 맺어 상대의 마음을 얻는 것은 한 조직을 이끄는 리더에게 가장 필요한 덕목 중 하나이다.

케이블 드라마 중 13.4%가 넘는 시청률로 1위를 달리는 tvN 드라마 ‘슈룹’에서는 가상의 조선 왕 이호의 아내로 궁궐 안을 뛰다시피 종횡무진하는 중전 임화령(김혜수 분)의 활약이 돋보인다.

중전 임화령을 맡은 배우 김혜수는 매혹적인 연기력으로 역대 사극에서 볼 수 없는 당차고 인간적이면서 때로 무모할 정도지만 국모로서 지혜와 리더십을 훌륭히 발휘하고 있다.

지난 7화부터 11화까지 의문의 상황에서 첫아들인 왕세자를 잃은 중전은 치열한 권력다툼 속에서 자신의 소생 대군들과 후궁들의 아들 왕자들 간 왕세자 경합전을 지켜보며 적절하게 개입했다.

고귀인의 아들 심소군(문성현 분)이 궁궐 밖 세상에서 벌어진 경합 도중 굶고 피폐해져 몸을 가눌 수 없는 모습으로 궁궐 앞으로 돌아왔다. 고귀인(우정원 분)은 노리개 하나를 던져주며 다시 경합에 참여할 것을 종용하고 궁지기에게 모르는 사람이라며 냉정하게 돌아섰다.

권력욕으로 아들 심소군을 잃을 뻔한 고귀인에게 진심을 전하는 중전 임화령. [사진 드라마 '슈룹' 영상 갈무리]
권력욕으로 아들 심소군을 잃을 뻔한 고귀인에게 진심을 전하는 중전 임화령. [사진 드라마 '슈룹' 영상 갈무리]

다시 일어나지 못하고 죽어가는 심소군을 중전이 남몰래 거둬 중궁전에서 치유했다. 고귀인이 그런 아들을 치욕스러워하자 목을 매던 심소군을 또다시 구한 중전은 놀라서 버선발로 뛰어오고도 잃어버린 권력의 기회에 악을 쓰는 고귀인에게 아들을 잃었던 어머니로서 진심어린 충고를 한다.

고귀인에게는 바닥까지 몰렸던 심소군을 위해 목을 맨 일을 모른 척하라고 조언하고 깨어난 심소군에게는 마치 낮잠을 자고 일어난 듯 아무렇지 않게 대한다. 결국, 고귀인의 마음을 얻어 황귀인으로 인해 최대의 위기에 몰렸을 때 고귀인의 도움을 받았다.

세자 경합전에서 최종 후보에 오른 보검군(김민기 분)과 어머니 태소용도 너른 마음으로 품었다. 중궁전 나인이었다는 신분 때문에 약자였던 태소용(김가은 분, 정3품)은 뛰어난 자질을 갖춘 아들 보검군에게 기회를 주고자 중전과 대립각을 세운 대비의 비호를 받으며 평소 따르던 중전을 음해하는 일에도 나선다.

하지만 마지막 경합을 앞두고 대비는 자신의 어떤 요구도 듣겠다고 약속한 태소용에게 보검군의 경합 포기를 명한다. 넘볼 수 없던 세자 아들의 꿈에 부풀었던 태소용은 자신이 결국 아들의 기회를 망쳤다는 죄책감에 보검군의 얼굴을 차마 보지 못한다.

중전 임화령은 욕심때문에 아들에게 큰 상처를 준 태소용이 정신을 차리도록 따끔한 충고를 하고 본래 자신다운 모습을 되찾게 했다. [사진 드라마 '슈룹' 영상 갈무리]
중전 임화령은 욕심때문에 아들에게 큰 상처를 준 태소용이 정신을 차리도록 따끔한 충고를 하고 본래 자신다운 모습을 되찾게 했다. [사진 드라마 '슈룹' 영상 갈무리]

중전은 절망에 넋을 놓은 태소용을 중궁전 나인으로 강등하고 침전 청소부터 시킨다. 오랜만에 힘든 일을 하다 침전에서 잠들어 버린 태소용을 그대로 두라 명한 중전은 화들짝 깨어난 태소용에게 “몸이 고달프니 마음의 시름이 잊히더냐? 자네가 정3품 소용이 된 것은 주상의 아들을 낳아서만이 아니라 어미로서 왕자를 잘 돌보라는 책임이 주어진 것”이라며 따뜻하지만 단호한 조언을 한다.

그리고 꿈을 펼쳐보지도 못하고 날개가 꺾인 보검군에게 “자신의 감정을 외면하고 참기만 하면 아무도 아픈 마음을 알지 못한다”라며 어머니와 같은 마음을 보였다. 태소용 앞에서 처음으로 자신의 아픈 마음을 드러내며 대성통곡을 한 보검군은 어머니와 화해를 했다. 평소 솔직하고 밝은 모습을 되찾은 태소용은 이제 중전의 다시 없는 손발이 되어주고 있다.

한편, 마지막 왕세자 경합에서 승패의 관건을 쥔 성균관 유생들은 외부와 차단한 상태에서도 대비 측에서 벼슬과 부를 약속받은 부친들의 전갈을 갖가지 방법으로 몰래 받고 판단이 기울어졌다. 중전은 직접 들어가 확실한 증거를 찾았음에도 왕에게는 찾지 못했다고 말했다. 대신 유생들에게 “흔들리지 않을 고집과 패기를 기대했다. 장차 이 나라를 이끌어나갈 유생들이 어째서 주인이 될 기회를 팔아버리느냐?”는 호된 꾸지람으로 젊은 유생들의 가슴에서 ‘정의’의 불꽃을 끄집어냈다.

왕세자 경합의 결정권을 쥔 유생들의 비리를 발각하고도 스스로 옳은 선택을 하도록 이끌어낸 중전. [사진 드라마 '슈룹' 영상 갈무리]
왕세자 경합의 결정권을 쥔 유생들의 비리를 발각하고도 스스로 옳은 선택을 하도록 이끌어낸 중전. [사진 드라마 '슈룹' 영상 갈무리]

상대방의 약점이 드러나고 명확한 승기(勝氣)를 잡고도 이를 이용하기보다 상대가 옳은 판단과 선택을 할 기회를 주며 상처를 기꺼이 보듬는 중전 임화령의 카리스마는 절로 탐복하게 한다. 홀로 앞서가는 승자가 아닌 함께 가는 진정한 리더로서 자기 사람을 만들어 가고 있다. 

드라마 제목인 ‘슈룹(爲雨繖, 우산의 옛말)’처럼 중전 임화령은 왕을 쥐고 흔들려는 신하들과의 첨예한 줄다리기를 하는 왕 이호를 보호하는 우산이자 대군은 물론 후궁들과 그 왕자들의 든든한 우산이 되고 있다. 그동안 사극에서 리더의 카리스마가 왕에게 집중된 것과 달리 드라마 '슈룹'에서는 중전의 자질로서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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