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시민연합은 지난 19일 정내권 전 유엔 기후변화 대사를 초청해  '기후 협상과 탈 탄소 미래전략'을 주제로 청년을 위한 환경 강연을 개최했다.  [사진 강연영상 갈무리]
지구시민연합은 지난 19일 정내권 전 유엔 기후변화 대사를 초청해 '기후 협상과 탈 탄소 미래전략'을 주제로 청년을 위한 환경 강연을 개최했다. [사진 강연영상 갈무리]

“기후변화 문제에 무책임한 정부, 나쁜 기업을 비난한다고 해결되지 않는다. 정치적 지지자이자 소비자로서 우리가 기후변화의 주체가 되어야 한다. 개도국에서 선진국으로 넘어간 유일한 나라, 한국이 오히려 선진국과 개도국을 이끌고 갈 수 있다.”

정내권 전 유엔 기후변화 대사는 지난 19일 지구시민연합이 주최하고 청년팀인 지지배(지구를 지키는 배움터)가 주관한 ‘청년을 위한 환경강연’에서 이같이 말했다.

정내권 전 대사는 아인슈타인의 명언을 인용해 “기후위기가 생기게 만든 자유시장 체제의 생각을 바꾸지 않고 기후위기를 해결한다는 것은 불가능”이라며 지속가능한 시장 체제로의 전환, 신기후경제학과 지속가능경제학으로 바뀌어야 함을 강조했다.

그는 “자유시장 체제에서 공기나 물은 자유재, 즉 공짜라고 생각한다. 주인이 없고 가격이 없다 보니 마구 소비하고 오염시켜왔다”라며 “탄소가격을 부가하면 개인도, 기업도 불만을 갖고 정치적 지지를 받아야 하는 정치인도 나서지 않기 때문에 매우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탄소가격을 지불하지 않는 기존의 소비패턴, 생산체제로는 인류의 생존이 걸린 기후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라며 해법으로 차별적인 탄소가격 지불 시스템을 제안했다.

차별적인 탄소가격 지불시스템의 사례로는 독일 고속철 요금이 있다. 승객에게 레률러 티켓과 그린티켓 중 선택하게 한다. 레귤러 티켓이 50유로라면 그린티켓은 70유로인데, 추가로 지불한 20유로만큼 철도회사에서 솔라 & 윈드 파워(신재생에너지)를 구입한다.

정내권 전 대사는 “우리나라의 경우 2022년 1월 여론조사에서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10년 내 전기가격 2배 인상에 찬성이 48%, 반대가 45%였다. 찬성하는 48%, 환경의식이 있는 소비자부터라도 차별화된 가격지불 운동을 시작해야 하며, 이것이 지속가능 시장으로 개편하는 첫 걸음이 될 것”이라고 했다.

홍익인간 철학과 전통 가진 한국, 선진국과 개도국 양쪽 선도할 ‘키 플레이어’ 역할 할 수 있어

30여 년간 유엔에서 기후변화 문제에 참여해 온 정 전 대사는 1992년부터 2015년 파리기후협정까지 법적 구속력있는 기후 체제의 꿈이 좌절된 국제사회의 현황을 설명하고, 개도국에서 선진국에 진입한 대한민국의 입장에서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고 관철해나간 경험을 전했다. 

“2008년 UN 기후변화 대사가 되었을 때 선진국들은 한국이 선진국 클럽에 들어왔으니 법적구속력이 있는 선진국의 의무를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래서 '우리는 경제발전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되었는데 200년간 탄소배출을 한 선진국과 똑같이 책임질 수 없다. 과거에 대한 책임은 지지 않지만, 미래에 대한 책임은 진다. 우리 능력에 맞는 만큼 법적 책임이 아닌 자발적으로 하겠다'고 하여 비구속적이고 자발적인 서약을 제안했고 국제사회에서 받아들여졌다. 개도국도 발전때문에 책임을 분담하지 못하겠다는 게 아니라 능력만큼 미래에 대한 책임을 지겠다고 해야 선진국에게도 제대로 책임을 물을 수 있다.”

정내권 전 유엔 기후변화 대사는 청년들에게 국제사회에서 개도국과 선진국을 선도할 수 있는 한국의 역할에 대해 강조했다. [사진 지구시민연합]
정내권 전 유엔 기후변화 대사는 청년들에게 국제사회에서 개도국과 선진국을 선도할 수 있는 한국의 역할에 대해 강조했다. [사진 지구시민연합]

그는 “지금 국제사회에서 선진국들도 개인주의, 자국 이기주의가 극심하다. 우리나라도 자국 이기주의가 있지만 마치 오지랖이 넓은 듯 다 같이 잘해 보자는 한국인만의 기질이 있고, 홍익인간이라는 철학적 배경과 전통이 있다”라며 “개도국과 선진국의 대립 속에서 한국이 양쪽을 선도해나갈 수 있는 ‘키 플레이어(Key Player, 승부를 가를 핵심선수)’ 역할을 할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정 전 대사는 “기존의 틀에 우리를 끼워 맞출 필요가 없다. 필요하다면 우리의 틀을 만들면 된다. 우리 청년들이 국제사회에 나가 국제모임이나 회의에서 기후변화 등과 같은 의제를 논쟁‧협상할 때 우리 입장을 관철하고 회의를 주도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라며 “우리에게 전 세계를 끌고 갈 수 있는 높은 도덕적 지혜도 있고 아이디어도 있다. 국제사회를 널리 이롭게 할 수 있다”라고 했다.

끝으로 정내권 전 대사는 강연에 참석한 청년들을 향해 “환경에 관심이 있고 깨어있는 내가 먼저 탄소가격을 지불하겠다는 자발적 탄소가격 지불운동이 K 한류 기후운동이 될 수 있다. 환경운동이 아니고 사회운동”이라며 “한국 사회부터 바꾸고 그 다음 전 세계 지구촌도 바꾸며 전 세계를 선도해나갈 한국 청년들이 되었으면 한다”라고 격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