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서점 알라딘에 따르면 10월 6일 오후 8시 발표된 노벨문학상 수상자 아니 에르노의 국내 출간작에 독자들의 관심이 증가하는 가운데 국내에 번역된 아니 에르노의 저서 판매량이 수상자 발표 직후인 8시를 기점으로 급증했다.

스웨덴 한림원은 10월 6일(현지시각) 프랑스 출신의 작가 아니 에르노를 2022년 노벨 문학상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한림원은 "용기와 꾸임없는 예리함으로 작가는 사적 기억의 근원과 소외, 집단적 억압을 드러냈다"라며 노벨문학상 선정 배경을 설명했다.

노벨문학상 수상자 아니 에르노의 소설 "단순한 열정" [사진 알라딘]
노벨문학상 수상자 아니 에르노의 소설 "단순한 열정" [사진 알라딘]

 

 

아니 에르노의 국내 번역 작품이 직전 1개월간 총 판매량이 183권에 그쳤는데, 수상 발표 직후인 10월 6일 오후 8시부터 7일 오전 10시까지의 판매량은 1,215권으로 단 14시간만에 직전 1개월간의 총 판매량의 네 배를 넘었다.

알라딘 관계자는 “이는 수상 직후 만 하루 동안 700권 이상 팔려나갔던 2014년 수상자인 파트릭 모디아노나 300권 가량 판매되었던 2013년 수상자 앨리스 먼로, 800여 권 판매되었던 2017년 수상자 가즈오 이시구로의 판매량을 웃도는 수치이다”고 설명했다.

가장 많이 팔린 작품은 2012년 12월 번역 출간된 《단순한 열정》과 2022년 5월 번역 출간된 《세월》이다. 두 작품은 각각 213권, 162권 판매되어 알라딘 일간 베스트셀러 2, 6위에 올랐다. 다음으로 많이 팔린 작품은 《빈 옷장》, 《남자의 자리》, 《집착》 등으로 각각 121권, 96권, 73권 판매되었다.

아니 에르노가 1991년 발표한《단순한 열정》은 연하의 외국인 유부남과의 사랑을 다룬 소설이다. 유명 작가이자 문학교수의 불륜이라는 선정성과 그 서술의 사실성 탓에 출간 당시 평단과 독자층에 큰 충격을 안겨 그해 최고의 베스트셀러 화제작이 된다.

《단순한 열정》은 글쓰기의 소재와 방식, 기억과 기록을 탐구한다는 점에서 기존 작품과의 연장선상에 위치하며, 임상적 해부에 버금가는 철저하게 객관화된 시선으로 ‘나’라는 작가 개인의 열정이 아닌 일반적이고도 보편적인 열정을 분석한 반(反)감정소설에 속한다. 아니 에르노는 발표할 작품을 쓰는 동시에 ‘내면일기’라 명명된 검열과 변형으로부터 자유로운 내면적 글쓰기를 병행해왔는데, 《단순한 열정》의 내면일기는 10년 후 《탐닉》이라는 제목으로 출간하게 된다.

아니 에르노의 대표작으로 여겨지는 소설 《세월》은 1941년에서부터 2006년까지, 노르망디에서 노동자 계급으로 태어나 자라온 것에서 시작해 파리 교외의 세르지에서 프랑스 문학을 가르치던 교수 그리고 작가인 현재에 이르기까지, 가족 사진첩을 넘기듯 시간의 흐름과 함께 변화하는 자신의 굴곡진 전 생애를 다룬다.

그러나 이 책은 단지 자서전으로 그치지 않는다. 아니 에르노는 이 책을 자서전에서 일반적으로 택하는 일인칭 시점이 아닌, ‘나’를 배제한 ‘그녀’와 ‘우리’, 그리고 ‘사람들’로 서술하는 방식을 택했다. 아니 에르노는 자신의 이야기를 자신 세대의 이야기 속에 위치시키면서 개인의 역사에 공동의 기억을 투영하여 글을 쓰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었고, ‘비개인적인 자서전’이라는 새로운 형식을 탄생시키며 커다란 문학적 성취를 이뤘다.

출간 직후 문학적 성취를 인정받아, 〈마르그리트 뒤라스상〉, 〈프랑수아즈 모리아크상〉, 〈프랑스어상〉, 〈텔레그램 독자상〉을 수상했으며 2019년 맨부커 인터내셔널상 최종후보에 올랐다.

알라딘 도서팀 외국소설 담당자 권벼리 MD는 “3년 만에 국내 출간작이 있는 작가가 노벨문학상에 선정되었다. 아니 에르노는 가장 개인적인 체험을 소재로, 날것 그대로의 생의 감각을 거침없이 써내려가 짙은 해방감을 선사하는 작가다. 이번 기회에 아니 에르노의 작품이 많은 독자에게 닿을 수 있어 더없이 기쁘다.”고 전했다.

현재까지 노벨 문학상 수상 작가 중 수상 직후 가장 많은 도서 판매 기록을 올린 작가는 2017년 수상자인 가즈오 이시구로로 수상 3일만에 1천부 이상 판매된 기록이 있다.

한편 알라딘은 노벨 문학상 수상자의 기획전을 열고 해당 저자의 도서를 포함해 국내도서 3만원 이상 구매하는 독자들에게 역대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헤르만 헤세, 토니 모리슨, 도리스 레싱 필통을 제공하는 이벤트를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