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6년부터 1945년까지 러시아와 국경을 맞댄 만주 하얼빈 일본 관동군 점령지역에서는 일본 731부대의 잔혹한 인간 생체실험 만행이 이루어졌다. 일본 731부대의 만행과 일제의 식민통치를 재조명하는 한‧러 수교 32주년 국제학술회의가 지난 9월 30일 서울 남산 힐튼호텔 그랜드홀에서 개최되었다.

지난 9월 30일 서울 남산 힐튼호텔 그랜드홀에서 열린 한‧러 수교 32주년 국제학술회의. 기념공연 모습. [사진 한·러 경제발전협의회 제공]
지난 9월 30일 서울 남산 힐튼호텔 그랜드홀에서 열린 한‧러 수교 32주년 국제학술회의. 기념공연 모습. [사진 한·러 경제발전협의회 제공]

“역사는 반인륜 범죄를 고발한다”를 주제로 한 국제학술회의는 오킹그룹(OKING GROUP)과 러시아 국영 국제통신사, Russia Today(러시아 투데이)가 주최하고, 한·러 경제발전협의회, 러시아연방과학원 중국 및 현대아시아연구소가 공동 주관했다.

이일걸 한국간도학회 회장이 ‘731부대 인간생체실험 만행’을 주제로 발제하고, ‘일본 731부대 생체실험’ 다큐멘터리가 상영되었다. 학술발표는 ▲‘일본 731부대 인간 생체실험 만행 재조명’을 주제로 러시아 알렉산드러 제빈 박사, 김영웅 박사가 발표하고 ▲‘일본제국주의의 식민통치 만행 재조명’을 주제로 서인원 박사와 최재덕 원광대 교수가 했다.

이날 나정주 한·러 경제발전협의회 공동의장은 환영사에서 “일본 731부대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 육군 관동군 소속 세균전 연구개발 기관으로 중국 하얼빈에 주둔한 비밀 부대였다”라며 “최소 3천 명의 중국과 러시아, 한국, 몽골인이 희생된 것으로 소련의 일본전범재판 결과 드러났다. 이들 수용자 중에는 독립운동을 하다 수감된 무명의 조선인 열사들도 많았다”라고 실태를 밝혔다.

또한, 그는 “역사를 알고 미래를 준비하는 민족은 밝은 미래가 있다. 하지만 도덕적으로 타락한 나라에는 미래가 없다”며 “일본은 반인륜적 범죄를 인정하고 전범국 배상의 의무를 다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대회 발제를 맡은 이일걸 회장은 한러수교 32주년의 의미를 밝히고, 일제 만행의 역사와 731부대의 구체적인 생체실험 사례, 731부대 관련자 전범 처리 문제 등을 조명했다.

이일걸 회장은 “731부대 설립 당시 만주지역 인구 중 한인(韓人)동포가 71.7%를 차지할 만큼 많아 생체실험 대상자 역시 한인 동포가 제일 많았다. 심지어 일본 내 감옥에 투옥된 한국인까지도 생체실험도구로 삼았는데 윤동주 시인과 그의 고종사촌 송몽규가 매일 의문의 주사를 맞았다는 증언을 남겼다”라고 밝혔다.

또한, 그는 “전범 처리에서 731부대 종사 간부와 부대설립 칙령을 내린 일왕에게 아무런 처벌받지 않았다. 그리고 당시 중국군, 소련군에 체포된 25명을 처벌받았지만, 미군에 의해 체포된 25명은 모두 사면받았다. 중국과 소련의 극비문서 공개로 일제의 반인륜적 범죄가 파헤쳐졌는데도 일본 정부는 사과는커녕 731부대의 모든 진실을 부정한다”라며 일본과 미국의 전범 사면에 대한 사과와 피해자 보상을 촉구했다.

이날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이 개회사를, 김삼열 독립유공자유족회 회장과 러시아 타이아나 비너 영화감독, 러시아 투데이 야크 벨라야 국장이 축사를 전했으며, 윤승길 한민족단체운동연합 사무총장이 사회를 맡았다.

주최 측은 “현재 21세기 초반이 넘어가는 시점에 한‧중‧일과 러시아 간 평화와 자유 의지를 다시 확인하고, 과거 2차 세계대전 전후 역사를 되돌아보는 시대적 성찰을 하고자 이번 행사를 준비했다”라며 “한·러 양국의 명망있는 교수의 참여와 함께 러시아 국영방송인 러시아 투데이가 학술 대회 파트너로 참여하게 된 것은 매우 뜻 깊은 일”이라고 행사 취지를 밝혔다.

한편, 이번 학술회의에 앞서 지난 3월 16일 러시아 포스코프 주립대학에서 러시아 하바롭스크 ‘국제과학실험 포럼’이 개최되어 일제의 만주 점령 시절 731부대 만행의 역사와 일본의 조선 강제 침탈 식민지 정책에 대한 학술발표가 진행된 바 있다고 주최 측이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