Ⅲ. 한국 마을제의 양대 신격 : 마고삼신-삼성 계통

1. 마고삼신 계통

4) 장승 유형

(1) 광경동 미륵

홍성군 홍성읍 광경동 마을의 미륵불은 대교리 석불입상이라고도 하는데 키 2.6m, 두께 45cm의 미륵으로 오래전부터 대교리(광경동) 주민들의 신앙의 대상으로 음력 정월 대보름날 마을 이장주관으로 ʻ광경동 미륵제ʼ를 지내고 있다. 펑퍼짐한 얼굴에 삐뚤고 낮은 코, 두툼한 입술이 미륵보다는 동네 장승에 더 가까운 모습이다. 땅속에 묻힌 미륵을 발견한 농부가 이 미륵을 세우고 위한 후 자식을 얻었다고 한다.

(2) 주천 석장승

남원시 주천면 호기리 소재 주천 석장승은 남원 호기리 석장승으로도 불리는데 높이 270cm, 둘레 221cm인 석장승으로 처음 세운 연대는 알 수 없고, 근처 논 속에 있던 것을 조선 철종 1년(1850년)경 마을 주민이 현몽하여 지금의 자리에 세워 1978년 정화된 것이다. 대체로 얼굴과 몸통만 있는 육지의 장승들과는 달리 두 손이 조각되어 있어 이채로우며 아들을 낳지 못한 어떤 여인의 꿈에 미륵이 나타나 아들을 낳도록 해 줄 테니 집을 지어달라고 해서 그 여인이 아들을 낳은 후 미륵을 위한 집을 지어주었다는 얘기가 전해온다.

주천 석장승   [이미지 최수민]
주천 석장승 [이미지 최수민]

현재 집은 없고 장승만 남아있다. 즉 미륵을 위한 집이란 뜻에서 ʻ미륵정ʼ 또는 ʻ미륵ʼ이라 불리기도 하는데 아들을 점지해 주는 민속의 삼신할미로 보아 마고 계통으로 분류하였다.

(3) 신지마을 당산할머니

부안군 하서면 신지마을 중심에서 약 100m쯤 떨어진 동북쪽 가장자리에 큰 아카시아 나무 당산목(신목)이 밭 가장자리에 있다. 1980년경 당산목이 서 있던 밭이 논으로 바뀌면서 나무의 뿌리가 손상되어 고사함으로써 당산제가 끊어졌는데 노인들의 꿈에 할머니가 자주 현몽하여 1992년 마을 주민들이 회의를 열어 영구성이 있는 석상을 조상하여 세운 것이 신지마을 당산할머니 석상이다. 제일은 음력 정월 보름날이지만 마을에 부정한 일이 생기면 음력 2월 초하루에 지낸다. 높이 190cm, 둘레 135cm, 얼굴 길이는 57cm, 폭은 35cm로 할머니 여신임을 표현한 듯 머리모양이 뒷머리 댕기를 하여 목으로 감는 ʻ머리(낭자)얹기ʼ 형태이다. 신목 대신 석인상을 세운 것으로 보아 석·목의 재료나 인상(人像)의 형태적인 부분은 실지로 마을 주민들에게 그리 중요한 요소가 아님을 알게 된다.

전북지역에서는 마을제 시설을 일컫는 말로 ʻ당산ʼ이란 명칭을 가장 보편적으로 사용하고 있음을 볼 때 이 지역은 산신계통의 ʻ당산ʼ 신앙이 일반적임을 알 수 있다. 당산할머니는 마을주민들이 당산제에서 모시는 신격인데 산신격에 해당한다. 신지마을 당산할머니는 여산신격이므로 마고삼신 계통으로 바라보았다.

<자료> 마고삼신 계통 장승 유형

이상에서 한국 마을제 시설에서 마고삼신 계통의 신격이 명확하게 드러나는 사례를 살펴보았다. 적석단 유형의 경우 마고가 2건, 삼신이 3건, 여산신이 5건으로 나타났다. 고인돌·선돌 유형의 경우는 마고가 6건, 삼신이 4건이었다. 신목 유형의 경우 삼신이 8건, 여산신이 2건으로 나타났다. 장승 유형의 경우 석장승에서 삼신이 2건, 여산신이 1건 확인되었다.

위에서 살펴본 바 한국 마을제 시설에는 그 신격이 마고삼신 계통(마고·삼신·여산신)으로 분명하게 드러나는 사례들이 많았다. 그러므로 한국 마을제 시설에서 ʻ할머니ʼ라고 불리는 거의 대부분의 제의시설들은 신격적 원형을 마고삼신으로 바라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