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력 9월 23일은 24절기 중 추분(秋分). 낮과 밤의 길이가 같은 추분을 지나 점차 밤이 길어지며 이제 본격적인 가을이 시작된다.

밤과 낮의 길이가 같은 추분은 풍성한 수확의 시기이다. [사진 Pixabay 이미지]
밤과 낮의 길이가 같은 추분은 풍성한 수확의 시기이다. [사진 Pixabay 이미지]

선조들은 들과 산에서 온갖 곡식과 열매를 거두어들일 시기여서 봄 춘긍기와 정반대로 풍성함이 넘치는 계절을 즐거이 맞이했다. 조선 후기 헌종 때 정학유가 농가의 세시풍속을 읊은 《농가월령가(農家月令歌)》의 춘분 대목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온갖 곡식 열매 맺고 결실을 재촉하니/ 들에 나가 돌아보니 힘들인 보람 나타난다/
온갖 곡식 이삭 패고 무르익어 고개 숙여/ 서쪽 바람에 익는 빚은 누런 구름처럼 일어난다.

흰 눈 같은 면화송이 산호 같은 고추송이/ 처마에 널었으니 가을볕에 맑고 밝다/
안팎 마당 닦아 놓고 발채와 망태기 장만하소/ 면화 따는 바구니에 수수이삭 통가지요/
무꾼 돌아올 때 머루 다래 산과일이로다/ 뒷동산 밤 대추는 아이들 차지구나”

또한, 춘분이 더위가 시작되는 변환점이라면 추분은 추위가 시작되는 변환점이기도 하다. 그래서 “추분이 지나면 우렛소리 멈추고 벌레가 숨는다”는 속담이 있다. 여름이 지나며 하늘을 울리던 천둥소리는 사라지고 벌레들은 동면을 위해 둥지의 입구를 막아 추위를 대비한다는 뜻이다.

농사를 짓는 사람들도 추분을 즈음해 논밭의 곡식을 거두어들이고 목화를 따고 말리는 등 가을걷이를 마치고 호박고지, 박고지 등 나물을 말려 겨울 식량을 준비했다.

가을은 등잔불을 가까이하고 책을 읽기 좋다는 ‘등화가친(燈火可親)’의 계절이기도 하다. 풍성한 가을걷이와 겨울 추위를 대비를 하는 추분을 맞아 자신의 가을걷이와 겨울대비를 생각해보는 것도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