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추상미술의 대가 ‘물방울 작가’ 김창열 화백의 삶을 담은 다큐멘터리 <물방울을 그리는 남자>가 9월 28일 국내 관객들과 만난다. 개봉에 맞춰 9월 21일부터 10월 15일까지 서울 종로구 성곡미술관에서 동명의 사진전도 열린다. 

영화 <물방울을 그리는 남자>는 자신을 둘러싼 상처와 그리움을 예술로 승화시킨 ‘물방울 작가’ 김창열 화백의 고독과 침묵 그리고 그의 작품에 핵심을 이루는 ‘물방울’의 의미에 다가가는 최초의 다큐멘터리이다.

다큐 '물방울을 그리는 남자' 한 장면  [사진 (주)미루픽처스/(주)영화사 진진]
다큐 '물방울을 그리는 남자' 한 장면 [사진 (주)미루픽처스/(주)영화사 진진]

지난 2021년 92세의 나이로 생을 마감한 김창열 화백의 가장 마지막 모습을 만날 수 있는 영화는 1971년 첫 번째 ‘물방울’ 작품을 탄생시킨 이후로 약 50년 동안 오로지 ‘물방울’만을 그려온 화백의 작품 세계와 더불어 전쟁의 트라우마와 고향을 향한 그리움, 상실의 눈물 등 그의 내밀한 이야기를 조명한다. 또한, 세상과는 조금 떨어진 곳에 펼쳐진 화백의 속마음과 가족들과 함께하는 보통의 일상 그리고 그가 일평생 천착했던 ‘물방울’의 의미 등 김창열 화백을 이루는 모든 것에 대한 탐구를 이어가며 고요한 울림을 전한다.

김창열 화백은 백남준, 김환기, 박서보 등과 함께 한국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아티스트로, 프랑스 문화예술공로훈장 슈발리에, 대한민국 은관문화훈장 등을 수상했다.

김창열 화백은 1929년 평안남도 맹산 출신으로, 어린 시절부터 할아버지를 통해 서예를 접하고 외삼촌에게 데생을 배우는 등 미술과 가까운 유년기를 보냈다. 이후 식민 통치와 전쟁 등 한국의 역사적 격동기를 몸소 지나온 그는 제주도와 서울 그리고 60년대 뉴욕을 거쳐 1969년 프랑스에 정착하게 된다. 파리에서 화가로서 작품 활동을 이어가던 그는 캔버스를 재활용하기 위해 물감 위에 뿌려둔 물이 만들어낸 ‘물방울’에 매료되어 그 이후 50년간 오로지 물방울만을 그리기 시작한다. 1972년 파리에서 열린 ‘살롱 드 메 전’에서 첫 번째 물방울 작품을 선보인 이후 마대, 신문, 천자문, 나무, 한지 등 다양한 질감과 글자에 물방울을 결합하여 자신만의 작품 세계를 펼친 그는 ‘물방울 작가’로 불리며 백남준, 김환기, 박서보, 이우환 등과 함께 한국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화가로 자리매김했다. 이후 국내외 주요 미술관에서 60여 회의 개인전을 개최하는 등 왕성한 활동을 이어간 김창열 화백은 문화 예술 발전을 통한 국가 발전의 공을 인정받아 2012년 은관문화훈장 수훈자로 선정되었으며, 한국 화가 중에서는 최초로 프랑스 문화예술공로훈장 오피시에 등을 받았다. 2016년에는 제2의 고향이라고 밝힌 제주도에 그의 이름을 딴 ‘제주도립김창열미술관’을 개관하며 화제를 모았는데, 김 화백은 미술관 개관을 먼저 제안한 데 이어 작품 200여 점을 기증하며 지역 문화 발전을 위해 힘썼다. 한국 추상미술의 거장으로 국내 미술계를 이끌던 김창열 화백은 지난 2021년 92세의 나이로 생을 마감, 국내외 문화·예술계의 깊은 추모와 더불어 뉴욕타임스 또한 “동양 철학과 전쟁의 상흔에서 비롯된 아름다운 물방울을 그려낸 세계적인 아트 스타”라며 애도를 표했다.

다큐 '물방울을 그리는 남자' 한 장면  [사진 (주)미루픽처스/(주)영화사 진진]
다큐 '물방울을 그리는 남자' 한 장면 [사진 (주)미루픽처스/(주)영화사 진진]

 

김창열 화백의 둘째 아들로 <물방울을 그리는 남자>를 연출한 김오안 감독은 “2015년 말부터 영화를 촬영하게 됐다. 당시 아버지는 서울에, 나는 파리에 살고 있었는데 ‘다큐멘터리를 만든다면 아버지에게 그동안 여쭤보고 싶었던 질문을 하면서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에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되었다”라고 작업 계기를 밝히며 아버지와 아들 간의 긴밀한 대화를 담게 된 이유를 전했다.

김오안 감독은 포토그래퍼, 뮤지션, 영화감독 등 다방면으로 활동 중인 올라운드 아티스트이다. 파리국립미술대학과 파리국립고등음악원에서 각각 사진과 작곡을 전공한 그는 파리, 뉴욕, 서울 등 전 세계의 도시에서 약 20차례 개인전을 개최하였으며, 밴드 ‘Chinese Army’의 프론트맨과 뮤직비디오 감독으로 활동하는 등 다양한 예술 분야에서 활약하고 있다.

다큐 '물방울을 그리는 남자' 메인 포스터  [이미지 (주)미루픽처스/(주)영화사 진진]
다큐 '물방울을 그리는 남자' 메인 포스터 [이미지 (주)미루픽처스/(주)영화사 진진]

김 감독은 “자라면서 가장 힘든 것은 아버지의 침묵이었다”라고 전하기도 했는데, 어린 시절부터 자신과 아버지 사이에서 느꼈던 미묘한 틈은 물론, 오랜 시간 아버지를 둘러싼 고독과 상처까지 짚으며 세계적인 거장이자 아픔을 간직한 한 인간에 관한 에세이를 탄생시켰다. 또한, 아들이 바라본 아버지 김창열의 모습과 더불어 같은 아티스트로서 바라본 ‘물방울 작가’ 김창열 화백의 집념과 성실 등 인물의 다양한 측면을 담아내며 웰메이드 휴먼 다큐멘터리의 탄생을 알렸다. 이 밖에도 김오안 감독은 영화의 음악을 직접 담당하며 ‘물방울’이 살아 움직이는 듯한 선율과 동·서양이 결합된 개성 넘치는 사운드 등 완성도 높은 음악을 통해 아트 무비로써 매력과 몰입을 배가시켰다. 여기에 파리를 기반으로 다양한 작업을 이어온 포토그래퍼 이자 시노그래퍼, 영화감독인 브리짓 부이요가 공동 연출로 참여, 그는 김오안 감독의 제안으로 영화의 초반부터 함께하며 영화가 더 내밀한 김창열의 세계를 담아낼 수 있도록 조언과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이렇듯 다재다능한 프랑스 아티스트 듀오의 협업으로 탄생한 <물방울을 그리는 남자>는 김창열 화백의 그림만큼이나 아름답고 고요한 경험을 선사한다.

세계 3대 다큐멘터리 영화제인 캐나다 핫독스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공식 초청을 비롯하여 한국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폴란드 크라쿠프영화제 등 유수 영화제에서 상을 거머쥐며 주목받았다.

'물방울을 그리는 남자' 사진전 포스터  [포스터 (주)미루픽처스/(주)영화사 진진]
'물방울을 그리는 남자' 사진전 포스터 [포스터 (주)미루픽처스/(주)영화사 진진]

영화 개봉을 한국을 방문한 김오안, 브리짓 부이요 감독의 포토그래퍼라는 두 사람의 이력을 살려 9월 21일부터 성곡미술관(서울 종로구 경희궁길 42)에서 사진전 <물방울을 그리는 남자>가 열린다. 다큐멘터리 필름과 관련된 사진과 영상 50여 점을 선보인다. 9월 24일(토) 오후 2시부터 오후 4시까지 김오안 감독과 브리짓 부이요 감독과 함께하는 작가와의 만남도 예정되어 있다. 전시는 10월 15일까지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한편, <물방울을 그리는 남자>가 9월 28일 개봉을 앞두고 이동진 평론가와 함께하는 인디토크를 확정한 가운데, 전석 매진을 기록하며 화제를 모으고 있다. 9월 24(토) 인디스페이스 오후 7시 상영 후 진행되는 인디토크는 김오안 감독과 브리짓 부이요 감독이 함께 참석하여 영화에 관한 심층적인 이야기를 나눌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