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와 조선 시대 문방 가구 가운데 하나가 경상(經床)이다. 경상은 경전이나 책을 얹어놓고 읽는 데 쓰였던 책상을 말한다. 불교를 국교로 삼았던 고려시대에 경상은 사찰의 필수품이라고 볼 수 있다. 스님들이 불경을 경상에 올려 놓고 보았던 것이다. 경상은 형태가 아름다워 불교의 강력한 후원자였던 왕실과 귀족계층에서도 사용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흐름은 조선시대까지 이어져 부유한 양반 계층의 사랑방에서도 경상을 사용하였다. 하지만 사대부 선비들은 검소함을 미덕으로 여기어 장식이 과다한 경상을 꺼렸다.

경상  [사진 북촌박물관]
경상 [사진 북촌박물관]

우리나라 경상은 중국 당나라·송나라 시대의 제탁(祭卓)양식에서 영향을 받아 모양이 독특하다. 즉, 상판(床板)의 양쪽은 두루마리형으로 말려 있고 호족형(虎足形) 네 다리에는 아름다운 운당초(雲唐草)나 죽절형(竹節形)의 조각장식이 있다.경상은 같은 목적으로 쓰였던 서안(書案)과 달리 위쪽 판의 끝부분[귀]이 말려 올라간 것이 특징이다. 서안이 전체적으로 일직선의 간결한 형태라면, 경상은 올라간 귀와 호족형(虎足形) 다리로 이루어져 곡선의 화려한 모습을 보인다.

서안   [사진 북촌박물관]
서안 [사진 북촌박물관]

 

경상은 다른 가구와 달리 사랑방의 중심 공간에 놓였다. 글을 읽거나 쓰는 본래의 기능 외에도 주인과 손님 또는 연장자의 위치를 보여주는 중추적인 역할을 하였다. 또한, 주인과 가장 가까이에 두고 사용하는 가구이므로 방주인의 학식, 안목, 취향이 반영되어 제작되었다.

북촌박물관은 조선시대 경상의 다양한 모습과 함께 당시 생활상을 느낄 수 있는 전시 <경상(經床), 귀를 올리다>를 9월 21일부터 11월 30일까지 개최한다.

'경상(經床), 귀를 올리다' 전시 포스터  [포스터 북촌박물관]
'경상(經床), 귀를 올리다' 전시 포스터 [포스터 북촌박물관]

서울시 종로구 가회동에 있는 북촌박물관은 매년 전시를 통해 목가구의 격조와 문화를 소개한다. 이번 <경상, 귀를 올리다>는 오늘날 책상의 역할을 한 문방가구 중 하나인 경상을 소개하는 전시다. 불교에서 사용한 경상부터 일반 사랑방 경상까지 한 공간에 모아 보여주는 전시는 이번이 처음이다.

사용계층 변화와 함께 경상의 다양한 모습을 감상하면서, 당시의 생활상과 가치관을 살펴볼 기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