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선한 가을바람이 부는 초가을, 고즈넉한 산사(山寺)를 찾아 떠나는 여행은 바쁜 일상에 작은 쉼이 된다.
전남 순천 송광면과 승주읍에 걸쳐 경관이 빼어난 조계산 도립공원에는 천년을 훌쩍 뛰어넘는 오랫동안 자연과 사람을 품어 안은 송광사와 선암사가 있다.
그중 송광사는 신라 말 혜린(慧璘)선사가 ‘송광산 길상사’라는 이름으로 창건되었다. 고려 때 보조국사 지눌이 정혜사(定慧寺)로 고쳤고 고려 희종은 수선사(修禪寺)로 고쳤으며, 이후 진각국사 혜심스님이 송광사(松廣寺)로 바꿨다고 한다.
창건 당시에는 30~40명의 스님이 머무는 작은 사찰이었으나 고려 명종 때 보조국사 지눌(1158~1210)에 의해 80여 동의 건물을 가진 대사찰이 되었다. 6.25 전쟁 중 소실되어 현재는 50여 동을 유지하는데 현재도 그 규모가 상당한 대사찰이다. 특히, 송광사는 보조국사 지눌을 비롯해 16명의 국사가 주석했던 선종사찰로, 우리나라 삼보사찰 중 가장 많은 고승을 배출한 승보종찰(僧寶宗刹)로 유명하다.
이제 막 가을에 들어선 고요한 송광사를 걸으면 천년 간의 이야기를 간직한 곳들을 만나게 된다. 또한, 올해 칸 영화제에서 감독상을 수상한 영화 ‘헤어질 결심’에서 주인공들이 숨겨왔던 마음을 표출하는 장면에 등장한 우화각, 종고루, 침계루 등의 아름다움을 찾아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