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가 2022년 8월 30일에 공개한 2025년부터 중·고등학생들이 배우게 될 '2022 개정 교육과정'의 한국사 시안에 따르면, 6·25 전쟁 관련 기술에서 북한의 '남침'이라는 표현이 빠졌습니다. 또한 근현대사 단원에서도 ‘자유 민주주의’에서 ‘자유’를 빼고 ‘민주주의’라고만 표현되었습니다. 이에 논란이 일자 교육부는 확정안이 아니라며 의견 수렴 후 보완을 거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6.25 전쟁에 대해선 1990년대에 러시아의 기밀문서가 공개되면서 북한의 남침은 역사적 사실로 확인됐습니다. 북한이 6.25 전쟁 전 소련에 지원을 요청하고 소련은 중국과 전쟁 지원방안 등을 논의했다는 내용이 해당 문서에 담겼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명백한 남침 사실을 교과서에 기술하지 않으려는 이유는 교육과정 연구진이 북한을 적대시하지 않게 하기 위한 목적으로 ‘남침’을 삭제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러한 시도는 2018년에도 있었습니다. 2018년 교육과정에선 교육과정과 교과서 집필기준에서 모두 ‘남침’이란 말이 빠졌다가 비판을 받자 집필 기준의 상위 개념인 교육과정에 ‘남침으로 시작된 6·25 전쟁’이라는 문구를 추가했었습니다. 그리고 2018년 교육과정에서 ‘대한민국 발전’ 단원의 성취 기준에 ‘민주주의’라고 쓰여 있고, 성취 해설에만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라고 돼 있었는데, 이번 시안에서는 성취 해설에서도 ‘자유민주적 기본질서’ 문구가 빠졌습니다.

북한의 '남침'이라는 표현과 ‘자유 민주주의’에서 ‘자유’를 빼고 기술하려는 교육과정 연구진들이 진보정권에서 임명된 사람들이므로 진보세력의 사고를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진보세력은 친북한 성향이 있습니다. 친북한 성향이란 대체로 북한 정권의 정책이나 주장에 동조하는 부류 또는 북한 정권의 과오를 잘 알고 있고 그래서 북한 정권의 정책이나 주장에 대해 비판적인 견해를 갖고 있으면서도 그것을 겉으로 표현하지 않고 북한 정권을 비판하지 않는 부류를 말합니다.

진보세력이 왜 친북 성향이 되었을까요? 이들은 80년대 중반 마르크스·레닌주의로서의 사회주의와 주체사상이 물밀듯 밀려들 때 영향을 받은 운동권 세력으로 아직도 사회주의 또는 공산주의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으로 생각됩니다. 진보세력은 좋든 싫든 북한은 함께 민족 통일을 이뤄야 할 대상이기 때문에 설사 북한 정권에 잘못된 점이 있더라도 이를 비판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진보세력은 북한 정권을 비난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2019년 8월 15일 당시 문재인 대통령의 광복절 경축사에서 발표한 ‘평화 경제’ 주장에 대해 북한은 “삶은 소 대가리가 앙천대소(仰天大笑, 하늘을 보며 크게 웃는다)할 노릇”이라고 대한민국 대통령을 조롱해도 진보세력이 북한 정권에 침묵으로 대응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교과서에서 북한의 '남침' 표현을 삭제한 것은 북한을 의식한 행위임을 명백히 알 수 있지만 근현대사 단원에서 ‘자유 민주주의’에서 ‘자유’를 뺀 것은 무슨 문제냐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 나라가 분단이 되어 있고 북한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으로 민주주의라는 명칭을 사용하고 있는 인민민주주의 국가이므로 북한 체제와 구분이 가능한 자유민주주의라고 기술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생각입니다. 자유민주주의는 민주주의 정치제도와 자유시장경제인 자본주의 경제가 결합된 용어입니다. 진보세력은 경제체제로 사회주의 또는 공산주의 사상에 심취했었기에 사회민주주의 또는 인민민주주의에 우호적이고 자본주의에는 불편한 감정이 있기에 자유민주주의에서 자유를 삭제하려고 하는 것 같습니다.

진보세력은 좋든 싫든 북한은 함께 민족 통일을 이뤄야 할 대상이기 때문에 설사 북한 정권에 잘못된 점이 있더라도 이를 비판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 듯 한데 이런 태도는 옳지 않습니다. 우리는 현실을 냉철히 봐야 합니다. 북한 정권은 통일을 원하지 않을 것입니다. 통일이 되면 경제적인 차이로 자신들의 정권이 설 자리가 없다고 볼 것인데 어떻게 통일을 원하겠습니까? 북한이 원하는 통일은 자신들의 정권이 유지되는 통일을 원할 것입니다. 북한이 자신들의 체제를 유지하면서 통일을 하는 유일한 방법은 적화통일뿐이라는 것을 알기에 적화통일 노선을 포기할 수 없습니다.

2022년 9월 8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핵 포기 불가"를 선언하고 사실상 자의적 판단에 의해 "선제 핵 공격"을 할 수 있도록 명시한 핵무력 정책을 법령으로 채택했습니다. 아산정책연구원과 랜드연구소가 2021년에 발간한 ‘북핵위협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보고서에 따르면 2027년 북한의 핵무기 보유량은 최대 200여개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됐습니다. 이 정도면 중견 핵보유국인 영국, 프랑스에 버금가는 수준이 됩니다.

북한의 핵무력이 중견 핵보유국 수준에 달하면 미국에 핵군축 협상 및 주한미군 감축·철수를 압박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를 달성하면 핵무력을 기반으로 미국, 중국, 러시아 등의 한반도 관여를 배제하면서 핵 협박으로 대한민국을 북한의 영향권에서 통제하면서 점차 흡수통일을 하려는 것이 북한이 가진 적화통일전략일 것입니다.

제2차 세계대전 후 동서 냉전 체제하에서 분단·대립해 오던 독일, 베트남, 예멘 3개 국가가 통일을 성취했습니다. 이들 국가의 국내외적 상황과 통일 방식은 서로 달랐지만, 베트남은 1975년, 독일은 1990년, 예멘은 1994년에 각각 통일을 이뤘습니다. 독일은 공산주의 체제인 동독이 자발적으로 자본주의 체제인 서독에 편입된 평화적 통일이고, 베트남은 공산주의 체제인 북베트남이 자본주의 체제인 남베트남을 무력으로 통일한 사례입니다. 예멘은 북예멘은 자본주의 체제이고 남예멘은 공산주의 체제이므로 서로 합의통일을 했으나 지배 세력 간의 권력 다툼과 이념 갈등, 경제적 이해관계로 사회통합에 실패하고 자본주의 체제인 북예멘 세력에 의해 무력으로 재통합한 사례입니다.

예맨 사례에서 보듯이 합의에 의한 통일은 이상론이고 현실은 자본주의로 통일이냐 공산주의로 통일이냐 두 가지 길에서 선택할 수밖에 없습니다. 북한이 원하는 통일모델은 베트남 모델이고 남한이 원하는 모델은 독일 모델입니다. 북한은 무력에 의한 흡수통일을 원하고 있기에  진정으로 평화적인 민족 통일을 원한다면 북한 정권의 실체를 분명하게 인식해서 북한 정권이 붕괴되기를 바라야 할 것입니다. 북한 인민의 입장에서도 북한 정권이 붕괴되어야 북한 인민이 빈곤과 압제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진보세력이 보다 더 현실을 직시해서 이념보다 북한 인민들의 빈곤과 압제를 생각한다면 북한 정권이 의도하는 통일전략에 휘둘리지 말아야 합니다. 한국사 교과서에서 북한남침을 빼는 것과 자유민주주의에서 자유를 빼는 행위는 우리에게 정신적 혼란을 야기해서 우리의 정신적 결속력을 약화시키는 행위로 결과적으로 북한 정권을 이롭게 하는 행위라고 생각됩니다.

2022년 8월 13일에 8·15 전국노동자대회 및 자주평화통일대회 행사에서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통일위원장이 북한의 노동단체인 조선직업총동맹(조선직총) 중앙위원회가 보낸 조선직총 중앙위의 연대사를 낭독하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미국과 남조선의 윤석열 보수 집권 세력은 이 시각에도 하늘과 땅, 바다에서 각종 명목의 침략 전쟁 연습을 광란적으로 벌이고 있다. 로동자의 억센 기상과 투지로 미국과 그 추종세력의 무분별한 전쟁대결 광란을 저지 파탄시키자” 라는 북한이 보낸 연설문을 전교조 통일위원장이 그대로 낭독을 하는 모습과 교과서에서 북한남침을 빼고 자유민주주의에서 자유를 빼는 행위, 그리고 북한이 선제 핵 공격을 할 수 있다는 법령을 채택하는 행위들이 최근에 일어나고 있는 상황을 보고 지난 달까지 교직에 몸을 담았던 저는 편향된 교육으로 아이들의 가치관이 중심을 잃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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