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해영 작가는 불특정한 풍경이나 공간을 소재를 사용하여 작품 세계를 구축한다. 풍경과 공간의 일부분에서 낯선 순간을 마주하면 카메라로 그 순간을 포착하고, 캔버스 위에 옮긴다.
조해영 작가에게 사진을 찍어 기록하는 과정은 현장에서 마주한 감각과 기억을 소환하는 실마리가 된다. 사진을 보고 캔버스 위에 옮기는 작가의 붓질과 움직임은 그 순간 겪은 감각적 경험을 기록하는 행위이다. 사진 속 풍경을 그대로 재현하는 것이 아니다.
"머릿속으로 그 감각적 경험을 되살려 빠른 속도로 첫 화면을 그려낸다. 화면 위에는 절묘하기도 하고 망설인 것도 같은, 필요하지만 지루한 붓 자국들이 혼재한다. 이것들을 잇고 펼쳐서 내가 경험한 시공간으로 향해간다.”(조해영 작가 노트)
작가가 수집한 대상은 본래의 공간 성질과 무관하다. 어떠한 정보도 담고 있지 않은 탈기능화하고 비정형의 상태가 된다. 정보를 최소화하듯 붓을 도구로 사용하는 그림에서 나타나는 특징인 붓 자국이 캔버스 위에 층층이 쌓이면서 결국엔 플랫한 화면만을 남긴다. 이렇게 수없이 반복한 붓질은 몽환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이런 작품을 관람할 수 있는 전시회가 열린다. 조해영 작가 개인전 <Tinted Grey>를 9월 20일부터 10월 11일까지 Gallery BK Hannam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에서 볼 작품은 어떤 것일까.
조해영 작가는 “화면 위 뒤섞인 붓 터치를 내가 경험한 감각과 닮도록 정제한다. 이렇게 여러 겹을 쌓으면 그리고 싶은 것과 그릴 수 있는 것의 사이 공간이 드러난다. 그리고 싶은 감각과 그리는 손의 거리는 그림마다 다른데 <Tinted Grey>전시작 가운데 새로운 시리즈 Grey Tinted Rainbow는 심리적 경험과 그리기 사이의 거리가 가까운 그림이다"고 말했다.
이번 조해영의 <Tinted Grey>의 불특정적이고 몽환적인 작품들을 통해 관람객의 상상력을 자극하고, 회화의 가능성을 더욱 확장하는 자리이다. 기존 Magenta-Green(2016~), White Curve(2017~), White Curve-Rainbow Tinted(2019~) 연작과 함께 공중에 감도는 이색(異色)으로부터 얻은 감각에 관한 새로운 시리즈 Grey Tinted Rainbow를 만날 수 있다.
조해영 작가의 작품은 Gallery BK Hannam(서울특별시 용산구 대사관로 25)에서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