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끊겼던 창덕궁‧창경궁과 종묘 사이를 잇는 공간을 복원하며 궁궐담장길이 만들어져 시민들이 지난 역사를 돌아보며 걷는 산책로가 되었다.

서울시 종로구 원남사거리에서 바라본 궁궐 담장길. 율곡로 터널 위로 새로 조성된 궁궐 담장길이 보인다. [사진 강나리 기자]
서울시 종로구 원남사거리에서 바라본 궁궐 담장길. 율곡로 터널 위로 새로 조성된 궁궐 담장길이 보인다. [사진 강나리 기자]

지난 7월 새로 생긴 궁궐담장길은 서울 종로구 원남동 사거리에서 돈화문까지 340m로 폭은 3m이다. 창경궁 담장 맞은편 율곡로 터널 왼쪽에 엘리베이터가 있어 담장길로 오를 수 있게 되어 있고, 창덕궁 돈화문 쪽에서는 담장길로 오르는 계단이 마련되었다.

원남사거리쪽 율곡로 터널 왼편에 궁궐담장길로 오르는 엘리베이터가 있다. [사진 강나리 기자]
원남사거리쪽 율곡로 터널 왼편에 궁궐담장길로 오르는 엘리베이터가 있다. [사진 강나리 기자]

1995년 우리나라 첫 유네스코 세계유산이 된 종묘는 국가를 대표하는 상징물로, 조선의 역대 왕과 왕비의 신주(위패)가 모셔진 왕가의 사당으로, 본래 동궐인 창덕궁‧창경궁과 담장을 사이에 두고 하나의 숲으로 이어져 있었다.

궁궐담장길에서 창경궁을 바라본 모습. [사진 강나리 기자]
궁궐담장길에서 창경궁을 바라본 모습. [사진 강나리 기자]

그러나 일제강점기 조선총독부는 강제병합 직후인 1912년 경성부 시구개수(市區改修) 계획을 세우고, 그중 종묘관통도로(현 율곡로) 개설을 추진했다. 순종과 조정, 민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일제는 1932년 4월 22일 도로를 개설함으로써 창덕궁, 창경궁과 종묘 사이의 지맥이 끊기고 원래 모습를 크게 훼손했다. 풍수지리상 북한산 주맥이 창경궁에서 종묘로 흐르게 되어 있는 것을 도로 신설과 확장이라며 끊어버려 종묘가 섬처럼 분리된 것이다.

저녁시간 새로 조성된 궁궐 담장 너머 해가 구름 속에서 빛나고 있다. [사진 강나리 기자]
저녁시간 새로 조성된 궁궐 담장 너머 해가 구름 속에서 빛나고 있다. [사진 강나리 기자]

서울시가 2011년 첫 삽을 뜬지 12년 만에 창경궁과 종묘 사이 율곡로 위에 터널을 조성하고, 그 위에 90년간 끊겼던 지형을 연결했다. 일제가 허물어버린 창경궁과 종묘 사이 궁궐담장(503m)은 공사 중 발굴된 옛 종묘 담장 석재와 기초석을 30% 이상 재사용했다.

왕이 비공식적으로 창경궁에서 종묘로 갈 때 이용했던 '북신문'을 고증하여 복원했다. 조선왕조실록에는 명종 2년
왕이 비공식적으로 창경궁에서 종묘로 갈 때 이용했던 '북신문'을 고증하여 복원했다. 조선왕조실록에는 명종 2년 "밤 삼고(三鼓, 밤11시~1시)에 상(上, 임금)이 북신문을 통하여 종묘의 재실로 나아갔다"는 기록이 있다. [사진 강나리 기자]
정면에서 바라본 북신문. [사진 강나리 기자]
정면에서 바라본 북신문. [사진 강나리 기자]

왕이 비공식적으로 종묘를 방문할 때 지났던 ‘북신문(北神門)’도 종묘의궤, 승정원일기 등 문헌을 통해 규모와 형태가 유사한 창경궁 동문인 월근문을 참고해 복원되었다. 또한, 궁궐담장길을 따라 창경궁과 종묘에 분포한 참나무류, 소나무, 국수나무, 귀룽나무 등 우리나라 고유 수종으로 관목과 화초를 심어 숲을 가꾸고 있다.

북신문 맞은편에는 창경궁으로 이어진 길이 앞에 철문이 있다. 향후 창경궁과 종묘 사이 자유롭게 오갈 수 있도록 서울시와 문화재청이 협의 중이라고 한다. [사진 강나리 기자]
북신문 맞은편에는 창경궁으로 이어진 길 앞에 철문이 있다. 향후 창경궁과 종묘 사이 자유롭게 오갈 수 있도록 서울시와 문화재청이 협의 중이라고 한다. [사진 강나리 기자]

궁궐담장길은 매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개방된다.

북신문 서쪽 언덕에서 발견된 종묘 북쪽 담장의 기초로 추정되는 흔적.
북신문 서쪽 언덕에서 발견된 종묘 북쪽 담장의 기초로 추정되는 흔적.
궁궐담장길 끝에는 종묘 쪽으로 내려가는 길과 창덕궁 돈화문쪽으로 내려가는 길이 있다. 창덕궁 담장 밖. [사진 강나리 기자]
궁궐담장길 끝에는 종묘 쪽으로 내려가는 길과 창덕궁 돈화문쪽으로 내려가는 길이 있다. 창덕궁 담장 밖 공원. [사진 강나리 기자]
궁궐담장길에서 창덕궁 쪽으로 내려가는 계단. [사진 강나리 기자]
궁궐담장길에서 창덕궁 쪽으로 내려가는 계단. [사진 강나리 기자]
창덕궁 돈화문 쪽에서 바라본 율곡로 터널. 터널 좌우에 보행로가 있다. [사진 강나리 기자]
창덕궁 돈화문 쪽에서 바라본 율곡로 터널. 터널 좌우에 보행로가 있다. [사진 강나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