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편에 이어] K문화독립군 김동규 대표는 뮤지컬 ‘페치카’에 이어 지난해부터 독립운동가이자 저항시인이었던 이육사와 의열단, 단재 신채호 선생과 운암 김성숙 선생의 이야기를 담은 뮤지컬을 준비 중이다.

그는 독립운동가들의 의병정신과 우리 역사가 가진 인문학적 가치에 대한 소신과 뮤지컬 창작과정의 에피소드를 밝혔다.

뮤지컬 '페치카'에서 연해주 독립운동의 대부 최재형 역을 맡은 김동규 대표. [사진 K문화독립군]
뮤지컬 '페치카'에서 연해주 독립운동의 대부 최재형 역을 맡은 김동규 대표. [사진 K문화독립군]

대표님은 11살에 굶주림 때문에 조국을 떠나 연해주로 가서 자수성가한 최재형 선생에게 조국은 어떤 의미였다고 보시는지.
- 연해주에서 최재형 선생은 이방인이었죠. 제국주의 시대 서양 우월주의가 팽배한 사회에서 디아스포라로서 중국인, 일본인보다 못한 취급을 받을 때입니다. 러시아 선장의 후견을 받았지만 어려서 힘든 뱃일부터 시작해 통역가로, 사업가로 성공하기까지 차별 속에 수많은 러시아 사람들과 치열한 경쟁을 해야 했는데 러시아 사람보다 더 성공할 수 있었던 동력이 DNA에 새겨진 자기 정체성, 민족적 자존감이었을 겁니다.
1910년대 무역과 통역을 하며 세계정세를 읽던 젊은 지성인으로서 망국의 과정을 지켜보며 자신의 거취에 확고함이 있었겠죠. 또한, 사업을 하며 그가 믿고 일을 맡길 사람들은 고려인이었어요. 비록 나라는 망했지만, 돈을 벌어 고려인 사회의 부흥을 꾀하면서 민족적 사명감이 더욱 커졌다고 봅니다.

뮤지컬 ‘페치카’ 초연 때 특별히 도움을 주신 분들이 계시다고.
- 역사적 고증을 위해 독립운동사를 오랫동안 연구하신 수원대 박환 교수님과 독립기념관 연구위원을 역임한 김주영 박사님의 자문 그리고 이동언 박사님, 그리고 한국외국어대 반병률 명예교수님의 저서에서 큰 도움을 받았습니다. 예전에는 접근하기 어려웠던 구소련의 극비 문서나 가쓰라·태프트 밀약과 같은 미국의 비밀문서들이 공개가 되면서 좀 더 나아졌지만, 자료가 많지 않아 확실치 않은 부분은 추론에 의해 충분히 가능한 전개인지 자문을 받았습니다. 예술적인 창작이 역사 왜곡이 되면 오히려 대중에게 전하는 영향력이 떨어지니 도움이 필요했죠.
그리고 배우 김성녀 선생님께서 1990년대까지 생존하셨던 최재형의 딸 올가 역으로 출연해서 작품에 대한 큰 애정을 보이며 아낌없이 칭찬과 격려를 해주셔서 무엇보다 큰 힘이 되었습니다.

뮤지컬 '페치카'에서 최재형의 딸 올가 역을 열연한 배우 김성녀 씨. [사진 K문화독립군]
뮤지컬 '페치카'에서 최재형의 딸 올가 역을 열연한 배우 김성녀 씨. [사진 K문화독립군]

‘페치카’ 초연 때 청소년들을 초청하는 이벤트를 하셨다고.
- 지인과 팬들이 십시일반으로 10만 원 티켓을 구입해 주었는데 본인 관람 외에 청소년 2명이 무료로 볼 수 있는 것이었습니다. 교육기관과 연계해 청소년을 초대했는데 2,000명 모집에 6,000명이 몰렸어요. 이후 경기도문화의전당, 성남아트센터 등 여러 공연에서도 같은 방식으로 지금까지 1만여 명 이상의 청소년이 무료로 관람했습니다.

강원도 원주에서 청소년과 함께 하는 공연은 무엇인지. 
- 오늘도 원주에서 아이들과 연습하고 왔어요. 공연 제목은 ‘빛이 된 사람들’이고 부제는 ‘생명의 땅 원주’입니다. 강원도는 천도교와 동학운동이 활발했고, 원주는 광주민주화운동 이전에 1970년대 민주화 운동이 시작된 곳이죠. 그리고 지학순 주교님의 인권운동과 농민운동, 생명운동이 일어난 곳이기도 하죠.
3년 전부터 원주초등학교 학생들과 원주의 이야기를 담은 공연을 해 왔어요. 지금은 원주초등학교 재학생이 많지 않아 올해 원주 전역의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모집했는데 60명이 지원해서 그중 20명을 선발해 연습하고 있죠. 11월에 공연을 합니다.

뮤지컬 '페치카' 공연 장면. [사진 K문화독립군]
뮤지컬 '페치카' 공연 장면. [사진 K문화독립군]

대한민국 역사는 세계 어느 나라도 따라올 수 없는 ‘인문과 예술 소재의 보물창고’,
자기주도형 역사축소 벗어나 ‘문사(文史, 문화와 역사)로 철(哲)드는 대한민국’ 추구

코로나 장기화로 공연계가 타격을 받았는데 K문화독립군의 상황은 어떠했는지.
- 2019년 주요공연장에서 만석으로 성공적인 공연을 했지만 2020년이 되면서 코로나로 인해 모든 것이 중단되어 그야말로 암담했죠. 재무적인 어려움 속에 서울보증의 후원으로 간신히 ‘페치카’를 비대면 공연녹화를 할 수 있었습니다. 90분간의 공연을 유튜브에 공개하면서 2만 명이 넘게 보았고, 육군 IPTV에서 ‘페치카’영상을 송출해 약 12만 명의 군장병이 관람한 것, 멀리 LA 한국문화원까지 동참해 1개월 간 교민들에게 보여 준 것은 기대이상의 성과였습니다.
2021년 온라인 관객을 대상으로 감상문대회를 개최했는데 미국과 러시아에서도 메일로 감상문이 도착했죠. 서울에 사는 70대 중반 아주머니께서는 인터넷 제출이 어려워 원고지에 직접 쓴 감상문을 들고 사무실로 찾아오셨어요. 그 정성을 대하며 K문화독립군 활동의 사회적 가치를 확인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뮤지컬 공연 외에도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고.
- 뮤지컬 ‘페치카’ 제작과 공연에 집중해 3~4년이 지났고 2020년부터 공모전 경험을 바탕으로 해외동포, 다문화, 외국인 대상 K-Value 프로젝트를 실행할 준비가 이미 되어 있습니다. 다만, 재무적 뒷받침이 있어야 해서 고민이 큽니다.
지금으로서는 저예산으로 가능한 일을 위주로 진행하고 있죠. 예를 들어 2020년에는 일제강점기 성남 일대에서 활약한 동천 남상목 의병장에 대한 토크콘서트를 촬영했고, 성남문화원 특강으로 예술 속 친일코드, 예술로 보전하는 역사의 문제점에 대한 강의도 하고 있습니다. 성악가 겸 예술감독이기 때문에 노래도 직접 들려주면서 강의를 하면 반응이 좋습니다.
그리고 8월 26일에는 성남아트리움에서 성남시의 태동이 된 성남(광주대단지) 민권운동에 대한 창작 공연도 준비 중입니다.

K문화독립군 김동규 대표는
K문화독립군 김동규 대표는 "우리 역사는 '인문과 예술 소재의 보물창고'와 같다"라며 예술을 통해 '문화와 역사(文史)로 철(哲)드는 대한민국'을 꿈꾼다고 소신을 밝혔다. [사진 강나리 기자]

K문화독립군 활동을 통해 대표님이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것은 무엇인지.
- 대한민국의 역사는 비록 질곡이 크지만, 세계 어느 나라도 따라올 수 없는 ‘인문과 예술 소재의 보물창고’라고 봅니다. 그런데 뛰어난 우리 역사와 문화를 자랑하지 못할망정 지나친 사대주의에 빠져 있죠. 자기주도형 역사축소를 하며 알게 모르게 족쇄를 차고 있어요. 그래서 저는 예술을 통해 우리의 것을 회복하자는 것입니다. 외국의 것을 수용하면서 공존하면 되는데 우리는 받아들이기만 하지 우리 것을 바로 세우고 유지하는데 소원했다는 것이죠. 그동안 기술과 기능 위주의 발전에 치우쳤지만, 이제는 변화해야죠.
인문학은 교양이고, 이를 통해 우리 사회의 집단지성이 높아지는 길입니다. 인문학을 문화와 역사, 철학 즉, 문·사·철(文史哲)이라고 하잖아요. 그래서 ‘文史로 哲드는 대한민국’이 되어야 한다고 표방하고 이를 주제로 강연도 합니다. 저는 그 도구로 예술을 활용하는 것입니다. 굳이 책을 읽지 않아도 윤동주의 ‘서시’, 안중근 어머니의 노래를 들으면 감동을 받고 관심을 갖게 되잖아요.
앞으로 우리 역사와 문화를 예술로써 보전하여 세계화하고, 왜곡된 역사를 예술 활동을 통해 바로잡는데 기여하고자 합니다. 대한민국 역사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시대와 상황은 다르지만 기꺼이 정의와 평화, 그리고 생명을 위해 일어섰던 의병정신이 현대의 시민정신으로 뿌리내릴 수 있도록 힘쓰고자 하는 것이죠.

1편 K문화독립군 “뮤지컬로 우리 독립운동사를 알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