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자생하는 무궁화 꽃봉오리를 비롯, 황기 새싹, 고춧잎, 우무, 모자반 등 식물과 해조류에서 질병을 예방하거나 치료하는 효능을 가진 성분이 잇따라 발견되고 있다. 산림청 국립산림과학원과 농촌진흥청, 국립해양생물자원관 등 연구기관들이 자생식물과 해조류 등에서 건강기능성을 가진 성분을 발견하고 실용화 방안들을 잇따라 발표함으로써 각종 질환의 예방과 치료에 활용할 수 있는 식품이나 약제 개발에 청신호를 밝히고 있다. 특히 일부 성분은 수입품을 대체해 국산화 가능성을 높여 생물산업의 국제 경쟁력을 높일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우리나라 무궁화, 비만 개선에 뛰어난 효능 입증

무궁화 ‘평화’ 꽃봉오리[이미지 산림청]
무궁화 ‘평화’ 꽃봉오리[이미지 산림청]

산림청 국립산림과학원 무궁화연구팀은 국내 육성 무궁화품종인 ‘평화’의 꽃봉오리 추출물이 지방형성을 효과적으로 억제해 체중 감소에 효능이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지난 12일 밝혔다.

항산화 활성이 우수하고 비만 예방 효과가 있어 즐겨 마시는 히비스커스차의 원료인 로젤(roselle, Hibiscus sabdariffa)이 국내 무궁화와 분류학적으로 동일 속 식물임에 착안하여 연구를 수행했다. 보유한 국내외 무궁화품종 200여 종을 비교 분석한 결과, 평화 꽃봉오리의 더운물 추출물을 10ug/ml 농도로 처리했을 때 지방형성을 65%까지 감소시켰고 히비스커스차보다 약 3배 이상 우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지방식이로 비만을 유도한 동물에게 정상식이, 고지방식이, 고지방식이와 평화 추출물을 각각 투여한 결과, 평화 추출물이 지방 크기를 감소시키고 지방형성을 억제한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내장지방 세포조직을 분석한 결과, 평화 추출물 동시 섭취군이 고지방식 단독 섭취군보다 지방조직의 크기를 31%까지 효과적으로 억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만은 섭취하는 영양분에 비해 에너지 대사가 적어, 여분의 에너지가 지방 형태로 체내에 비정상적으로 축적되는 현상으로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불임, 암 등 다양한 합병증의 발생을 높이므로 과도한 체지방 축적을 억제하는 지속적 관리가 필요하다.

국립산림과학원 산림바이오소재연구소 서정원 소장은 “이번 연구는 무궁화 꽃봉오리를 더운물로 추출해 효능을 입증함으로써 침출차 등으로 쉽게 활용할 수 있는 길을 연 것에 큰 의미가 있다”라며 “해당 무궁화품종을 유용한 항비만 소재로 고도화해 보급함으로써 새로운 소득 창출 자원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전했다.

 

‘황기 새싹’의 뇌 신경세포 보호 효과 확인

농촌진흥청이 황기 새싹이 뇌의 신경세포를 보호하는 데 효과가 있음을 실험을 통해 확인하고 관련 연구 결과를 특허 출원했다고 지난 6월 밝혔다.  

농촌진흥청은 다른 작물에서도 새싹에 기능 성분이 풍부하다는 점에 착안, 싹이나 순이 식품의약품안전처 식품 원료로 등록된 약용작물 3종(황기, 갯기름나물, 잔대) 중 수확량과 재배 방법 등을 평가해 황기 새싹을 선발했다.

연구진은 20시간 정도 물에 담가 놓은 황기 씨를 물 빠짐이 좋은 플라스틱 상자에 펼쳐놓고 하루 4회 물을 주며 15일간 키운 뒤, 동결 건조해 황기 새싹 추출물을 만들었다. 이어 실험실에서 뇌에 파킨슨병이 진행될 때의 상황과 비슷하게 만든 ‘파킨슨병 세포 모델’에 이 추출물을 처리했다. 그 결과, 황기 새싹 추출물이 신경세포가 죽는 것을 막고 신경세포를 증식시키는 것을 확인했다.

이번 연구는 뿌리를 말려 한약재나 한방 식품 소재로 이용해왔던 황기를 새싹으로 재배해 신경세포 보호 효과를 입증함으로써 쓰임새를 넓혔다는 데 의미가 있다. 앞으로 황기 새싹을 기능성 식품 소재로 사용할 수 있도록 산업체 등과 협업해 추가 연구를 이어갈 계획이다.

 

“고춧잎으로 혈액 속 당 조절하세요”

 

잎 전용 고추 ‘원기2호’[이미지 농촌진흥청]
잎 전용 고추 ‘원기2호’[이미지 농촌진흥청]

당뇨병은 다양한 합병증을 유발하는 질환이므로, 꾸준한 관리와 치료를 필요로 한다. 고령화 추세에 따라 당뇨병의 사회, 경제적 부담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농촌진흥청이 잎에 혈당을 떨어뜨리는 성분이 많은 ‘잎 전용 고추 품종’을 개발하고 채소 섭취를 통한 혈당 관리 가능성을 지난달 제시했다.

농촌진흥청은 고춧잎에 혈당 상승 억제(AGI) 활성이 높다는 점에 착안, 850여 점의 고추 유전자원을 대상으로 혈당 상승 억제(AGI) 활성을 분석하고 2008년 기존 고추 품종보다 잎에 혈당 상승 억제(AGI) 활성이 약 4배 높은 ‘원기1호’를 개발했다. 이어 지난해에는 조직 배양을 통해 ‘원기1호’보다 혈당 상승 억제(AGI) 활성이 약 3배 높은 ‘원기2호’를 육성하는 데 성공했다. 

분석 결과, ‘원기2호’의 혈당 상승 억제(AGI) 활성은 74.8%로, 시중에서 판매되는 당뇨병 치료 약 ‘아카보스(80.2%)’ 못지않게 혈당 상승 억제(AGI) 활성이 높게 나타났다. ‘원기2호’의 잎은 일반 고춧잎처럼 나물이나, 장아찌, 전 등 다양하게 조리해 먹을 수 있다. 열매도 일반 풋고추처럼 섭취할 수 있고 재배 방법도 비슷하다.

농촌진흥청은 ‘원기2호’ 고춧잎 생산 기술과 잎 전용 품종에 대한 홍보, 제품 고급화를 위한 포장 방안 등 현장 요청사항을 반영해 지속적으로 관련 기술을 지원할 계획이다. 

해조류 ‘가는보라색우무’, 항염·항산화·항균 효과에 탁월  

 

가는보라색우무 현장사진[이미지 국립해양생물자원관]
가는보라색우무 현장사진[이미지 국립해양생물자원관]

국립해양생물자원관은 우리나라 동해안에 자생하는 해조류 ‘가는보라색우무’ 추출물이 항염, 항산화 및 항균에 우수한 효능이 있음을 발견하고, 지난 5월3일 특허 출원을 마쳤다고 밝혔다.

가는보라색우무(Symphyocladia linearis)는 홍조식물 비단풀목 빨간검둥이과에 속하며 속초, 강릉, 영일만, 부산, 제주도 등지에서 생육하며 조하대의 암반에서 연중 출현하는 해조류이다. 

국립해양생물자원관 천연물자원실은 100ug/ml 농도에서 세포 실험 결과 염증 유발 인자인 일산화질소(Nitric acid, NO)와 PGE2 (Prostaglandin E2) 생성을 각각 78.0%, 94.8% 억제함으로써 항염 효과가 특히 뛰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활성산소종(Reactive oxygen species, ROS)을 48.8%가량 억제하여 항산화 효과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으며 황색포도상구균 (Staphylococcus aureus)과 바실루스 세레우스 (Bacillus cereus) 균의 생육을 억제하는 등 항균 효능도 뛰어난 것으로 관찰됐다.

이번 연구결과를 통해 가는보라색우무 추출물이 항염, 항산화, 항균에서 모두 효과가 있는 것을 밝혀냈으며, 이를 토대로 기존 해양 바이오산업에 주로 사용되는 대황, 감태, 톳 외에 다양한 해양바이오 산업에 적용할 수 있는 새로운 생물 소재로서의 가능성을 확인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앞으로 연구팀은 가는보라색우무가 해양바이오산업에 활용될 수 있도록 지표성분 분석, 지표성분 분리기술 개발 등 추가 연구를 지속할 계획이다.

 

신종 해양미생물에서 눈 질환 예방 천연색소 물질 발견

해양수산부(장관 문성혁)는 백내장 등 눈 질환을 예방하는 효능을 가진 천연색소인 지아잔틴을 생산하는 해양미생물에 대한 특허 출원을 마치고 건강기능식품 등으로 제품화하기 위한 대량생산 기술 개발 등 추가 연구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해양수산부 산하 연구기관인 국립해양생물자원관 연구팀은 지난해 충남 태안군 연안 퇴적물에서 신종 해양미생물을 채집했다. 연구진은 유전자 분석을 통해 이 물질이 펄비비르가(Fulvivirga sp.) 종의 하나로 중 세계적으로 보고된 적이 없는 신종 해양미생물임을 확인했다.

유전체 해독과 물질 분석 결과 이 펄비비르가 종이 눈을 보호하는 기능을 가진 물질인 ‘지아잔틴’ 생산능력이 있는 것을 확인했고, ‘펄비비르가 TSD2061(Fulvivirga sp. TSD2061)’로 명명했다. 추가적인 연구를 통해 ‘펄비비르가 TSD2061’ 균주와 이를 이용해 ‘지아잔틴’을 생산할 수 있는 방법을 고안해 지난해 12월 특허 출원했다.

‘지아잔틴’은 사람의 눈 망막 속 황반에 농축된 형태로 다량 분포하며 자외선(UV)으로부터 눈을 보호하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눈 영양제를 제조하는 데 많이 쓰인다. 현재는 금잔화(마리골드)라 불리는 꽃 추출물에서 생산되며 현재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해양수산부는 퇴행성 안구 질환 치료 등 지아잔틴의 효능을 추가 분석하고, 대량생산에 적합한 공정을 개발하는 등 산업적 활용을 촉진하기 위한 추가적인 연구도 지원할 계획이다.

 

해조류‘잔가시모자반’추출물에서 항염증효과 발견

 

잔가시모자반 사진[이미지 국립해양생물자원관]
잔가시모자반 사진[이미지 국립해양생물자원관]

국립해양생물자원관(관장 최완현)은 국내 해역에서 자생하는 해조류 ‘잔가시모자반(Sargassum micracanthum)’ 추출물에서 신규화합물 Sargassumin B를 분리, 이 물질이 항염증 효과가 있음을 발견했다고 지난 7월 밝혔다. 

잔가시모자반(Sargassum micracanthum)은 모자반과(Sargassaceae), 모자반속(Sargassum)에 속하며 제주도, 울진, 완도, 고성 등 국내 인근 해역의 조하대 상부와 조간대 하부의 암반에서 생육하는 대표적인 자생 해조류로 알려져 있다. 
 
국내에는 약 30여종의 모자반이 자생하고 있고, 모자반류가 생성하는 대표적인 유효성분은 사가크로메놀(sargachromenol), 사가퀴노익산(sargaquinoic acid), 사가하이드로퀴노익산(sargahydroquinoic acid), 이소케토카브로릭산(isoketochabrolic acid)에서 항염증 효능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립해양생물자원관 천연물자원실은 4개의 주요 화합물 외 유효 성분을 발굴하기 위해 연구를 수행했다. 제주에서 확보한 잔가시모자반 추출물로부터 UPLC-MS, NMR 등의 화학구조 분석을 통해 부테놀로이드 계열의 신규화합물을 발굴했고, 추가적으로 잔가시모자반에서 Farnesylacatone 계열 화합물도 분리했다. Sargassumin B와 Farnesylacatone계열 화합물을 대상으로 염증반응 세포실험을 실시한 결과 두 화합물 모두 염증 효능이 나타나는 것을 확인했다. 
 
최완현 국립해양생물자원관장은 “이번 연구를 통해 사용이 미미한 잔가시모자반을 생물소재로 활용하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며 “앞으로 잔가시모자반 뿐만 아니라 국내 모자반류의 생물소재 가치를 높이기 위한 지표성분 및 유효성분 분석을 적극 지원하겠다”라고 말했다.

 

해조류 대황(바다나무) 추출물의 피부 광노화 예방 효과 확인

해양수산과학기술진흥원(원장 오운열)은 울릉도와 독도에 자생하며, 주로 식품으로 섭취하는 해양식물 대황(Eisenia bicyclis) 추출물의 광노화 예방 및 보호 효과를 확인하고 과학적 검증을 통해 SCI급 논문에 게재함으로써 기술력을 선점했다고 지난 6월 밝혔다.
 
대황(Eisenia bicyclis)은 울릉도 및 독도에 자생하는 국내 자생 해양식물로 예로부터 식품으로 섭취하였으나, 피부건강에 대한 기능성은 지금까지 알려진 바가 없었다. 주관연구개발기관인 코스맥스바이오(주)는 표준화된 대황추출물을 연구에 사용함으로써 원료 최적화가 완료된 소재의 기능성을 입증했으며, 최종추출물 원료는 수용성 분말 성상으로 건강기능식품 모든 제형에 적용 가능하며 제형 안정성 시험도 완료된 상태이다.

대황추출물은 피부건강 기능성에 대한 과학적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인체적용시험을 진행할 예정으로 피부 주름 및 피부 보습에 대한 효과를 확인하여 개별인정형 소재로 개발, 해외에 의존하고 있는 피부 기능성 원료를 대체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