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도협약 체결 100주년이 다가온다. 1909년 9월 8일 일본이 간도의 영유권은 청나라에 있다고 인정해준 협약을 떠올릴 때마다 가슴이 막막해진다. 이 협약은 일본이 러일전쟁에서 이긴 것을 정리한 포츠머스 조약(1905년 9월5일)과 일본이 대한제국의 외교권을 빼앗아간 을사늑약(1905년 11월17일)을 맺어 일본의 서슬이 시퍼렇던 시절에 체결되었다.

이 협약 체결로 일본은 ‘두만강 이북 지역은 청나라 땅’이라는 것을 인정해주고, 청나라로부터 남만주 철도 부설권을 대가로 받아냈다.

두만강 이북 지역인 간도를 놓고 조선과 청나라는 오랫동안 영토 다툼을 벌여왔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두 나라는 1712년 양국 간 국경선을 획정 짓는 백두산정계비를 설치했다. 이때부터 “동쪽으로는 토문을 경계로 한다.”는 정계비의 내용이 문제가 됐다. 중국(청)은 “토문은 지금의 두만강을 뜻한다.”고 주장했고, 한국(조선)은 ‘백두산에서 발원해 북쪽의 송화강으로 흘러가는 토문강’이라고 주장했다. 그로 인해 토문강과 두만강 사이에 섬처럼 펼쳐진 넓은 대지, 간도(間島, 사잇 섬)를 놓고 영유권 분쟁이 일어났다.

이 지역에는 중국인과 조선인이 뒤섞여 살고 있었다. 인도와 파키스탄은 카슈미르 지역 영유권을 놓고 오랫동안 싸워왔다. 이유는 간도와 비슷하게 두 나라 사람이 섞여 살아왔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금은 카슈미르를 양분해 영유하고 있다. 인도-파키스탄의 예를 따른다면 간도는 우리와 청이 영유권을 반분할 수 있는 지역이 되어야 한다. 그러나 우리는 제3자인 일본이 나서서 중국 손을 들어주는 바람에 전부를 잃었다. 그리고 우리는 일본의 식민지로 전락했으니 이 협약을 떠올릴 때마다 가슴이 막막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간도협약은 무효’라고 말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이러한 사람들 가운데 일부는 “국제법상 조약엔 유효기간이 있다. 이 기간은 대략 100년으로 보는데, 우리가 계속해서 문제를 제기해 왔어도 이 협약은 갱신되지 않았으므로 100년이 지난 다음부터는 무효가 된다.”고 주장한다. 과연 간도는 우리 영토로 되돌아올 수 있을까? 다른 현실도 살펴보기로 하자.

1962년 10월 12일 북한의 김일성 주석은 평양에서 중국의 주은래 수상을 만나, 조·중 변계(邊界)조약을 맺었으며 이 조약은 조·중 국경선을 압록강과 두만강으로 한다는 것을 핵심으로 한다. 일본 같은 제3자가 아니라 우리의 일부인 북한이 중국을 상대로 이 조약을 맺었으니, 간도에 대한 영유권 주장이 더욱 힘들어진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도 꿋꿋이 주장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유엔이 인정한 한국의 정통성은 대한민국에 있다는 것에 주목한다. 이러한 대한민국이 김일성-김정일 정권을 ‘반(反)국가단체’로 규정하고 있으니, 북한이 맺은 이 조약은 ‘원천무효’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을 접할 땐 힘이 나는 게 아니라 반대로 빠지는 느낌이 든다. 중국을 상대로 간도 지역을 되찾아 오기가 쉽지 않아 보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중국은 공세이다. 중국은 간도를 포함한 만주 전체가 중국의 역사 무대였다며 동북공정을 펼치고 있다.

그런데 한국과 중국 사이에 끼어 있는 북한은 핵실험을 하고 미사일을 ‘뻥뻥’ 발사하며 우리에게 강한 적대감을 드러내고 있다. 이러한 북한이, 최고 지도자의 건강 이상과 원활하지 못한 승계 문제로 혼란에 빠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북한에서 내전에 준하는 급변사태가 일어난다면 중국은 군사력을 동원해 개입할 것이다. 그리고 혼란이 잠잠해지면 친중 정부를 세우고 군대를 철수시킬 것이다. 외견상으로는 북한의 주권을 존중한 것으로 보이나 실제로는 북한을 흡수한 것과 다름없는 상황을 만드는 것이다.

경술년인 1910년 우리는 이와 똑같은 사태를 당했었다. 일본에 흡수되는 치욕을 겪은 것이다. 내년이 바로 경술국치 100주년이 되는 해이다. 포츠머스 조약-을사늑약-간도협약-경술국치로 이어진 숨 가쁘고 처절했던 역사가 조만간 한반도 북부에서 재연되는 것은 아닐까. 간도를 놓치듯 우리는 북한마저도 우리의 역사 무대에서 잃어버리는 것은 아닐까. 100년 전의 역사 교훈을 잊는다면 작금의 우리는 유사한 실수를 반복할 가능성이 있다. 역사를 잊은 민족은 모든 것을 다 잃는다. 역사의식을 가지려면 중심 철학이 있어야 한다! 그 중심철학은 우리 국민의 화합과 남북한이 하나가 될 수 있는 우리 한민족의 정통성이 담긴 것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