Ⅴ. 맺음말: 근대 이후 민족종교의 등장과 민족종교의 원형 회복 과제

조선말 유교성리학이 시의성을 상실하자 종래 유교성리학에 의해 이단으로 탄압되어온 사상들이 양성화될 수 있는 토양이 마련되었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기층문화로 저류화되어 있던 민속·무속문화에 새로운 활로가 주어지게 되었다. 선도문화는 이미 오랜 세월동안 민속·무속문화로 종교화되어 있었기에 이즈음 민속·무속문화가 새롭게 양성화되었다 할지라도 그 모습은 종교의 방식을 넘어서지 못하였다. 학계에서는 이를 ‘민족종교’로 칭한다.

전근대 한국사회의 민속·무속화된 방식의 선도를 계승하고 있는 대표적인 민족종교로 1860년대 등장한 동학(東學), 1910년대 등장한 대종교(大倧敎)가 있다. 이외에 원불교, 증산교 등 많은 민족종교들에는 중국 삼교(유교·불교·도교)의 요소가 강하게 나타났다. 선도가 민속·무속화하는 과정에서 중국 삼교와도 긴밀한 습합이 이루어졌고 이러한 중국 삼교적 요소들이 그대로 계승되었던 때문이었다.

근대의 대표적인 민족종교 동학과 대종교 중에서 선도의 원형에 더욱 충실한 경우는 대종교였다. 대종교는 사상면에서 선도의 3대경전(천부경·삼일신고·참전계경)을 중심으로 하였고, 수행면에서 선도의 지감·조식·금촉 수행론을 따랐다.[성통] 실천면에서는 홍익인간·재세이화라는 선도적 기준에 따라 일제의 압제 속에서도 무장독립투쟁을 주도하였다.[공완] 대종교는 1920년대 무렵 전국적으로 20~30만 교도를 거느릴 정도로 민족종교의 열풍을 불러 일으켰다.

대종교가 선도의 성통·공완적 원형에 가장 근접한 편이었다 하더라도 신학 방면에서 하느님·삼신을 선도 본연의 생명(기)로 바라보지 않고 삼성(환인·환웅·단군)이라는 인격신으로 보았던 점, 수행적 요소가 약하였던 점 등 성통의 측면에서는 미진함이 있었다. 민속·무속으로 종교화해 버린 한국선도가 점차 그 원형을 회복해가는 과정상에서 등장한 것이 대종교였기에 삼성을 인격신으로 신앙하는 종교적 요소를 완전히 떨쳐내지 못한 측면이 있었던 것이다. 계속 살펴온 바와 같이 선도의 원형 회복을 위해서는 자성개발을 본령으로 하는 선도수행[성통] 및 홍익인간·재세이화라는 사회실천[공완]의 양대 요소가 되살아나야 했는데, 1970년대말·1980년대초가 되어서야 이러한 변화가 나타났다.

광복 이후 서구화의 추세 속에서 약화 일로를 걷던 민족종교는 1970년대말·1980년대초 새로운 변화를 맞이하게 된다. 서구화에 대한 반성적 시대분위기 하에서 동양명상법이 주목되기 시작하였으며 같은 맥락에서 고유의 선도수련 전통이 주목되었다. 여러 선도수련단체가 등장하였고 많은 대중들이 여기에 참여하면서 선도수련문화가 대중화되기 시작하였다. 이러한 흐름은 ‘단학’ 계열에 의해 주도되었다.

1980년대 이후의 선도수련문화는 선도수련을 통한 자성개발을 중심으로 하였던 점에서 선도의 ‘성통’ 요건에 충실한 방식이었다. 선도가 변질된 민속·무속의 형태, 또 근대 이후의 민족종교의 형태에서 벗어나 수련법을 중심으로 하였으니 선도의 성통적 본령이 발현되기 시작한 것이었다.

선도수련문화가 확산되면서 선도의 대사회적 실천 성향도 발현되었다. 1990년대 ‘단학’의 ‘홍익문화운동’은 당시 선도문화에 대한 한국사회의 인식이 낮은 상황에서 개천절·광복절 행사, 단군상 보급 등을 통해 홍익인간·재세이화 정신을 널리 알려가는 데 주력하였다.

2000년대가 되면서 선도는 ‘민속·무속’의 차원을 넘어서 ‘국학’의 차원으로 새롭게 자리매김되었고 ‘뇌교육’의 이름으로 세계화하는 모습을 보였다.[성통] 이렇게 선도의 대중적 기반이 국내를 넘어 국외로까지 확대되면서 선도의 실천 성향도 본격화되었다. ‘국학운동’을 넘어 전지구적 차원의 홍익인간·재세이화를 위한 ‘지구인운동(지구시민운동)’이 시작된 것이다[공완].

2010년대에는 선도가 ‘국학’의 차원을 넘어 ‘지구경영학’의 차원으로 확대되면서 특히 기왕의 지구인운동(지구시민운동)이 ‘지구경영’이라는 보다 적극적인 방향을 취하게 되었다. 선도수련(뇌교육)을 통한 인성 회복에 기반하여[성통] ‘경쟁→지배’의 방식이 아닌 ‘생명→조화→홍익’의 방식으로 인류문명의 방향 전환을 추진해가게 된 것이다.[공완]

이러한 과정과 맞물려 선도의 상징인 ‘마고삼신-삼성’도 그 원형적인 모습을 회복해가게 되었다. 오랜 세월 민속·무속문화에서 보여졌던 모호하고도 박잡한 모습을 거슬러 ‘근원의 생명-스승왕’으로서의 원모습을 회복하게 된 것이다. 현대의 마고삼신-삼성은 ‘근원의 생명 회복[성통]-지구경영[공완]’이라는 의미에서 지구를 든 이미지로 형상화된 것이 특징이다.(<자료15>)

<자료15> 선도제천문화의 신격적 원형을 회복한 현대 한국사회의 ‘마고삼신-삼성’

1. 근원의 생명으로서의 마고삼신 2. 스승왕으로서의 삼성(환웅·단군)

좌로부터 2009년 미국 아리조나주 세도나 마고가든에 세워진 마고삼신상(현재 철거된 상태), 2016년 천안 국학원 경내에 세워진 마고삼신상, 2: 좌로부터 2021년 미국 세도나 마고가든에 세워진 환웅상, 2008년 천안 국학원 경내에 세워진 국내 최대 33m 높이의 단군상. [사진 정경희]
좌로부터 2009년 미국 아리조나주 세도나 마고가든에 세워진 마고삼신상(현재 철거된 상태), 2016년 천안 국학원 경내에 세워진 마고삼신상, 2: 좌로부터 2021년 미국 세도나 마고가든에 세워진 환웅상, 2008년 천안 국학원 경내에 세워진 국내 최대 33m 높이의 단군상. [사진 정경희]

 

이상 1980년대 이후 ‘선도수련법(뇌교육)’의 확산[성통] 및 ‘홍익인간·재세이화(홍익문화운동·국학운동·지구인운동·지구경영)’의 진전[공완] 과정을 살펴보았다. 선도수련법이 널리 보급되고 홍익인간·재세이화 실천운동이 깊어지면서 선도의 성통·공완적 원형이 회복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현재의 한국 민족종교도 새로운 시대적 과제를 부여받게 되었다. 배달국시기 선도문화의 원형으로 바라볼 때 단군조선 와해 이후 선도는 오랜 시간에 걸쳐 민속·무속화(종교화)의 길을 걸어왔고 현재의 민족종교에 그 흔적을 남기고 있다. 지금은 민족종교가 오랜 구각에서 벗어나 원래의 모습, 곧 ‘선도 원형’을 회복해야 할 때이다. [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