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물 "경국대전" [사진 국립중앙도서관]
보물 "경국대전" [사진 국립중앙도서관]

국립중앙도서관(관장 서혜란)은 7월 22일(금)부터 9월 25일(일)까지 본관 1층 전시실에서 ‘아! 조선 법전의 놀라운 세계’ 특별전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올해 6월 23일 국립중앙도서관 소장《경국대전》이 국가지정문화재 보물로 지정된 것을 기념하여《경국대전》을 비롯한 13종의 조선시대 법전을 소개하고, 선조들의 지혜를 나누고자 기획하였다. 법전(法典)ㆍ 수교(受敎) ㆍ 형법(刑法)ㆍ판례(判例) 4부로 나누어 법전 속의 이야기를 현대적으로 재구성하였다.

 

1부 《법을 세우다 : 법전》에서는 보물 경국대전을 중심으로 성문법이 출현한 조선시대 법전의 편찬 흐름을 보여준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고조선의 팔조법(八條法)은 문명국가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원초적인 관습률(慣習律)이다. 이후 중앙집권적 전제국가를 유지하기 위해 율령을 제정하였고, 개별 왕법을 지속적으로 시행하였다. 조선에 이르러 성문화된 법전을 처음으로 편찬하였고, 끊임없이 수정 보완하며 법치주의에 의한 통치를 강화해 나갔다.

 《경국대전》은 국가를 경영하고 세상을 다스리는 데 필요한 큰 법전으로 조선의 정치규범의 표준이자 근간을 이루는 기본법전이다.

1455년 세조 즉위부터 1485년 성종16년까지 30년간 최고의 학자들에게 교정과 보완의 책임을 맡겨 완성한 조선 최대의 편찬 사업이자 역점 사업의 결과물이다. 조선 최고의 성문 법전으로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조선을 경영하는 데 필요한 모든 법뿐만 아니라 백성이 지켜야 할 규정까지 담아냈다.

또한, 전시에서 보물 경국대전의 영인본을 직접 만져볼 수 있는데, 옛 방식으로 만들어 고색창연한 느낌을 준다.

그 옆으로 ‘조선시대 법전 편찬의 역사’를 도표로 볼 수 있다. 조선은 1394년 태조 3년 《조선경국전》에서부터 1865년 고종 2년 《대전회통》까지 수 차례 법전을 편찬하였다.

“조선은 경국대전의 완성을 정점으로 조선말기에 이르기까지 끊임없이 법전 편찬에 전력하였으므로 법전 편찬의 왕조라고 할 수 있다.”(전시도록)

전시에서는 《속대전》, 《대전통편》, 《대전회통》의 실물을 볼 수 있다.

전시에서는 "수교집록(受敎輯錄)"(사진 오른쪽), "각사수교(各司受敎)" 원본을 볼 수 있다. [사진 정유철 기자]
전시에서는 "수교집록(受敎輯錄)"(사진 오른쪽), "각사수교(各司受敎)" 원본을 볼 수 있다. [사진 정유철 기자]

 이어 2부 《임금의 말이 곧 법이다 : 수교》에서는 임금의 명령서로 특별법이라고 불렀던 수교(受敎)를 전시하며 법전과 수교를 비교할 수 있도록 하였다.

우리나라는 왕법(王法), 임금의 명령으로 만들어진 법을 중심으로 법이 제정되었다. 삼국시대에는 성문화된 율령을 제정하였다는 기록만 있어 상세한 내용을 알 수 없다. 중앙집권적 전제국가를 유지하기 위해 율령을 중심으로 하되 사회 변화를 반영하여 활발하게 제정된 왕법이 보충 역할을 하였을 것이다.

‘수교(受敎)’라는 것은 '교, 임금의 명령를 받는다'는 의미의 용어이다. 고려 말 임금의 명령으로 형성된 법 규범을 수판(受判)이라고 불렀고, 조선 건국 후에도 잠시 이어지다가 1413년 임금의 명령을 ‘판(判)’에서 ‘교(敎)’로 바꾸면서 수교(受敎)로 통일되었다.

중앙 관청이 교서(敎書), 임금의 명령서 받아들이는 것을 승전(承傳)이라 하였고, 각 관청이 받은 교서를 수교라고 불렀다. 수교는 산하 관청과 지방 관청으로 전달되어 실제의 업무 처리에 법적인 효력을 갖고 적용되었다. 임금의 말이 모두 왕법이 되는 것은 아니지만 임금의 명령을 통해 만들어진 수교는 모두 왕법이었다.

전시에서는 《수교집록(受敎輯錄)》, 《각사수교(各司受敎)》원본을 볼 수 있다.

수교집에 수록된 수교의 형태는 크게 4가지로 구분된다. 1.임금 자신이 직접 규정을 만들어 해당 관청에 지시한 것. 2. 해당 관청에서 규정을 만들어 임금에게 건의하여 받아들여진 것. 3. 다른 관청에서 만든 것을 해당 관청에서 의견을 덧붙여 임금에게 건의하여 받앋르여진 것. 4. 개인이 임금에게 의견을 개진하거나 아뢴 것을 임금이 받아들인 것. 이를 통해 수교라는 특별법의 발의자는 임금, 해당 관청, 개인 모두가 할 수 있고 임금이 이를 받아들이면 법으로서 효력을 갖게 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전시에는 ‘사회상을 반영한 수교 사례 : 제사 주관을 맏며느리에서 양자(養子)로’를 그래픽으로 소개하였다. [사진 정유철 기자]
전시에는 ‘사회상을 반영한 수교 사례 : 제사 주관을 맏며느리에서 양자(養子)로’를 그래픽으로 소개하였다. [사진 정유철 기자]

 전시에는 ‘사회상을 반영한 수교 사례 : 제사 주관을 맏며느리에서 양자(養子)로’를 그래픽으로 소개하였다. 그 일부를 보자.

조선시대 맏며느리의 제사 주관은 현재로선 상상할 수 없지만 조선 전기에는 장자가 일찍 죽으면 양자를 들이는 것보다 맏며느리가 남편을 이어 제사를 주관하는 것이 관행이었다. 그러나 이것이 사회 문제가 되어 1553년~1554년 수교에 맏며느리의 제사 주관을 엄격하게 제안하는 내용이 수록되어 시행되었다.

맏며느리의 제사 주관은 재산상속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어 집안에서는 중요한 문제였다. 맏며느리가 제사를 주관하면 종가의 재산이 같은 집안이 아닌 맏며느리의 집안으로 흘러갈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집안에서는 양자를 들이는 방향으로 적극적으로 진행하였고, 조정에서는 여러 의견을 통해 맏며느리의 재산과 제사 주관 조건을 엄격하게 제한하는 법을 강화하였다. 이후 맏며느리의 제사 주관과 재산상속은 사라지고 양자가 조선 사회에 뿌리를 내리게 되었다.

3부 《공정하게 재판하라 : 형법과 지침서》에서는 법 집행관들이 법을 공정하게 집행할 수 있도록 편찬된 형법과 지침서를 전시한다. 또한, 조선시대 재판 절차에 대한 영상을 볼 수 있다.

법 집행관들의 실무지침서 《사송유취(詞訟類聚》, 《흠휼전칙(欽恤典則》, 《증수무원록(增修無冤錄)》을 볼 수 있다. 《사송유취》는 민사소송의 처리에 참고가 되도록 필요한 법을 선별하여 편찬한 소송지침서이다. 1585년 전주에서 간행하여 16, 17세기 널리 보급되었다. 《흠휼전칙》은 정조 임금이 직접 결정하고 편안한 형벌 도구의 지침서로 수교와 같은 법의 역할을 하였으며, 모든 형벌 도구를 통일하였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지닌다.

"증수무원록" [사진 정유철 기자]
"증수무원록" [사진 정유철 기자]

《증수무원록》은 시신 검사 방법, 보고서 작성법, 검사 도구, 현장 조사 방법, 해부 지식까지 수록되어 있어 시신을 검사할 때 지침서이자 수령들의 필독서였다. 조선의 과학수사를 보여준다. 편견 없는 수사, 인체에 대한 지식의 확대, 그리고 죽음에 대한 신중한 태도 이면에는 백성들의 원통함과 억울함을 풀어주려는 애민 정신이 깔려 있었다.

시신을 검사할 때 눈으로만 보면 죽음의 원인을 파악하는 데 한계가 있었기 때문에 각 상황에 맞게 다양한 약재와 보조도구를 활용한 과학적인 판별법이 사용되었다. 이때 사용되는 여러 약품과 도구들을 법물(法物)이라고 불렀다. 법물로는 은비녀, 술지게미, 식초, 파, 소금, 매실, 감초, 은비녀 등 매우 다양하게 있었으며 시신의 세척부터 사용된 흉기 찾기 등 다양한 분야에서 사용되었다. 전시에서는 이 법물의 사용법을 볼 수 있다.

조선시대 사건에 대한 재판 절차를 영상으로 볼 수 있다. 재판 절차는 1. 시체 검시 2. 심문 3. 1차 보고 4. 재심문 5. 최종보고서 6. 법률찾기 7. 형벌 확정 8. 처형 순으로 진행하였다.

4부 《주요 사건과 판결 : 판례》에서는 조선시대 사건과 판결을 기록한 판례집을 전시하며, 판례집 속 우발적 살인 사건을 정조와 정약용의 스토리텔링 영상으로 재구성하였다. 판례집으로 《호남심리록(湖南審理錄)》, 《흠흠신서(欽欽新書》를 볼 수 있다. 판례 영상에서 우발적 살인 사건을 두고 정조는 형벌을 신중하고 너그럽게 판결하고자 한다. 반면 정약용은 정확한 법 집행과 공정한 처벌을 중시한다. 이 영상을 보고 전시장 입구에서 어느 쪽 의견에 더 공감하는지 투표를 할 수 있다.

판례 영상에서 우발적 살인 사건을 두고 정조는 형벌을 신중하고 너그럽게 판결하고자 한다. [사진 정유철 기자]
판례 영상에서 우발적 살인 사건을 두고 정조는 형벌을 신중하고 너그럽게 판결하고자 한다. [사진 정유철 기자]

전시에서는 또 조선시대 4대 법전이라 불렀던 《경국대전》, 《속대전》, 《대전통편》, 《대전회통》의 원문과 번역문을 반응형 영상으로 찾아 볼 수 있다.

전시 관계자는 “이번 전시를 통해 조선 법전의 색다른 가치와 즐거움을 느끼며 기록문화유산으로서 고문헌의 가치와 소중함을 한번 더 생각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아! 조선 법전의 놀라운 세계’ 특별전 전시 관람은 7월 22일(금)부터 휴관일(매월 둘째, 넷째 월요일)과 공휴일을 제외한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