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복은 오랜 세월 한국인의 삶과 함께 했다. 가족공동체를 중심으로 전승되어 인생에서 주요한 순간마다 특별한 의미를 담아 짓는 한복이 있었다.

손바느질로 한복을 만드는 모습. [사진 문화재청]
손바느질로 한복을 만드는 모습. [사진 문화재청]

갓 태어난 아이에게는 ‘배냇저고리’를 입혔다. 연약한 아이의 피부에 닿는 옷이라 부드럽고 자극이 없어야 하기에 가능한 한 솔기를 적게 지었다. 만 1살, 돌을 맞은 아이에게는 돌복으로 ‘까치두루마기’를 입혔다. 까치설날로 불리는 섣달그믐(음력으로 한 해의 마지막 날)에도 아이들에게 입혔고 때로는 설빔으로 입혔다. 까치두루마기에 붙이는 색동소매는 사악한 기운을 물리치는 벽사(闢邪), 운수가 좋을 조짐을 뜻하는 길상(吉祥)의 뜻이 담겨있다.

(위) 배냇저고리 (아래) 1919년 영국 화가 엘리자베스 키스의 판화 속 한복 [사진 국립민속박물관]
(위) 배냇저고리 (아래) 1919년 영국 화가 엘리자베스 키스의 판화 속 한복 [사진 국립민속박물관]

혼례식의 신부는 연두저고리와 다홍치마, 즉 ‘녹의홍상(綠衣紅裳)’을 입고 겉옷으로 활옷이나 원삼을 착용하며 족두리나 화관을 썼다. 죽음의 순간 망자에게 입히는 수의(壽衣)는 살아계실 때 윤달에 미리 준비하면 장수할 수 있다고 여겼다. 이때 수의에는 바느질 매듭을 하지 않는데, 매듭을 맺으면 망자나 자식들이 화통(化通)하지 못하다고 생각했다.

(시계방향으로) 혼례복 중 원삼, 전남 청산도의 상복, 단원 김홍도 풍속화첨 속 조선의 복식, 1911년 미국 탐험가 로이 채프먼 앤드루스가 촬영한 사진 속 한복차림. [사진 국립민속박물관]
(시계방향으로) 혼례복 중 원삼, 전남 청산도의 상복, 단원 김홍도 풍속화첨 속 조선의 복식, 1911년 미국 탐험가 로이 채프먼 앤드루스가 촬영한 사진 속 한복차림. [사진 국립민속박물관]

또한, 설, 단오, 추석 등 명절에 새로이 옷감을 장만하여 옷을 지어 입었는데 이것을 ‘설빔’, ‘단오빔’, ‘추석빔’이라 했다. 계절이 바뀌는 시기의 명절에 필요한 옷을 장만해 가족의 건강과 안녕을 빌었다. 우리 민족에게 단순한 의복이 아니라 가족공동체의 안녕을 기원하고, 예를 갖추는 중요한 매개체로 역할을 해온 무형적 자산이다.

고대 한복의 모습은 고구려 고분벽화와 신라의 토우(土偶), 중국의 사서(史書)등 유물과 기록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삼국시대부터 바지·저고리 또는 치마·저고리로 이루어진 복식의 기본이 완성되었고, 우리 고유의 복식문화를 기반으로 변화‧발전해 조선시대에 우리 복식의 전형을 확립했다.

(왼쪽) 고구려 쌍영총 고분벽화에서 확인할 수 있는 삼국시대 복식. (왼쪽) 경주 용강동 고분 출토 토우에서 확인할 수 있는 삼국시대 복식. [사진 문화재청]
(왼쪽) 고구려 쌍영총 고분벽화에서 확인할 수 있는 삼국시대 복식. (왼쪽) 경주 용강동 고분 출토 토우에서 확인할 수 있는 삼국시대 복식. [사진 문화재청]

‘한복’이라는 용어는 1876년 개항 이후 서양 문물로 들어온 양복과 우리 옷을 구별하기 위해 사용된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정확히 누가 언제 처음 사용했는지는 특정하기 어렵다.

이렇듯 오랜 역사와 전통 속에서 다양한 형태로 지속하면서 우리 민족의 정체성과 가치를 대표해 온 전통생활 관습이자 전통지식인 ‘한복생활’이 지난 20일 신규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되었다.

‘한복생활’은 바지와 저고리 또는 치마와 저고리로 이루어진 2부식 구조, 옷고름을 갖춘 한복을 지어 치마⭢저고리, 바지⭢저고리 착용 순서에 따라 입고, 예절, 격식, 형식이 필요한 의례와 관습, 놀이 등에 맞춰 향유하는 문화 전체를 뜻한다.

국가무형문화재로서 가치는 첫째, 오랜 역사를 가지고 한반도 내에서 전승되는 점, 둘째, 고구려 고분벽화, 신라의 토우, 중국 사서 등 관련 유물과 기록이 확인되는 점, 셋째, 역사·미학·디자인·패션·기술·경영(마케팅)‧산업‧교육 등 전방위적으로 학술연구가 왕성하고 앞으로도 학술연구 자료로서 가능성이 큰 점, 넷째, 가족공동체를 중심으로 현재에도 명절이나 일생의례에서 예를 갖추는 차원에서 갖춰 입는 근간이 지속, 유지되는 점, 다섯째, 현재에도 생산 주체와 연구기관, 가족공동체 등 다양한 전승공동체를 통해 한복을 착용하는 등 ‘한복생활’ 관련 전통지식이 전승, 유지되는 점에서 인정받았다.

‘한복생활’은 온 국민이 전승, 향유하는 문화란 점에서 ‘김치 담그기’, ‘장 담그기’, ‘제염’, ‘온돌문화’ 등과 같이 특정 보유자와 보유 단체를 인정하지 않는 공동체종목으로 지정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