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미국 피닉스 스카이하버 국제공항에서 오랫동안 식품 검수관으로 일했다. 식품 검수관은 배송 중인 해산물에서 시료를 채취한 뒤 정부 공인 검사소에서 생물학적 혹은 화학적 오염이 발생했는지, 그 여부를 검사할 수 있도록 준비하는 일을 한다. 시료를 채취한 뒤 ‘멀쩡한 생산을 왜 뜯고 나머지를 죄다 버려야 하지?’ 이렇게 생각한 그는 이미 연 생선 상자를 그대로 집으로 가져와 그 안에 든 생선을 먹었다. 그렇게 그는 매일 과분한 양의 생선을 먹었다. 그중 황새치와 날개다랑어 바비큐가 가장 맛있었다.

어느 날 그는 집에 가려고 차에 시동을 걸고서 이상하게 집과 반대 방향인 태평양 쪽으로 차를 몰았다. 몸이 너무 아파 집에 가는 길조차 제대로 떠오르지 않았던 것이다. 캘리포니아 경계에 다다라서야 그는 가까스로 정신을 추슬렀다. 그리고 다시 피닉스 방향으로 차를 돌려 귀가했다.

병원에서 의사는 설명했다. “황새치와 날개다랑어는 해양 생태계 먹이사슬의 꼭대기를 차지하고 포식자로 전 세계 바다 곳곳을 누비고 다닌다.”

롤프 할든 지음 "오늘도 플라스틱을 먹었습니다" 앞 표지. [사진 한문화]
롤프 할든 지음 "오늘도 플라스틱을 먹었습니다" 앞 표지. [사진 한문화]

 공기 중에 있던 오염 물질이 비와 뒤섞여 땅에 떨어지면 또 다른 독성 물질과 결합해 바다로 흘러간다. 바닷물 속에서 수많은 해양 생물이 진공청소기처럼 이 물질을 빨아들여 체내 지방으로 저장한다. 큰 물고기가 작은 물고기를 잡아먹을 때 지용성(fat-soluble) 성분을 같이 흡수하므로 독성 물질은 그대로 큰 물고기로 이동한다. 먹이사슬 상위 단계로 올라갈수록 축적된 독성 물질의 양이 증가하는 이유다. 그래서 최상위의 포식자인 황새치의 몸에 매우 높은 함량으로 독성 물질이 축적되어 있다.

식품 검수관이 중독된 독은 이런 물질이다. 월남전에 사용된 발암성 제초제인 에이전트 오렌지, 1970년 이후 사용이 금지된 내분비 교란 물질(endocrine disruptors)인 폴리염화 바이페닐, 다른 독성 물질과 쉽게 결합하는 폴리브로민화 난연제 등이었다.

롤프 할든이 쓴 《오늘도 플라스틱을 먹었습니다》(조용빈 옮김, 한문화, 2022)는 이 식품 검수관 사례처럼 인류가 오염시킨 지구 환경이 어떻게 인간의 몸을 오염시키는지 그 과정에 주목한다. 인간이 개발한 각종 화학물질이 먹이사슬을 통해 결국 인간의 몸으로 다시 되돌아 오고 있음을 다양한 사례를 통해 보여준다. 생물학(환경 정화), 토목공학, 환경공학(환경 보건)을 전공한 롤프 할든 박사는 전 세계가 직면한 지구 오염 문제의 궤적을 《오늘도 플라스틱을 먹었습니다》에 낱낱이 소개하고자 했다.

롤프 할든 지음 "오늘도 플라스틱을 먹었습니다" 앞 표지. [사진 한문화]
롤프 할든 지음 "오늘도 플라스틱을 먹었습니다" 앞 표지. [사진 한문화]

그가 환경 보건, 노출 과학(eposure science)을 집중적으로 연구하게 된 계기는 ‘학자로서 무엇을 연구해야 더 오래 살아남을 수 있을까?’라는 현실적인 고민에서 비롯했지만, 이제는 오염 문제의 과거와 현재를 똑바로 보고 미래를 대비하는 일이 곧 ‘지속 가능한’ 환경 대책을 세울 유일한 방법임을 알고 있다. 그리고 더 많은 이들이 환경 문제를 자기 일로 인식하기를 바란다는 간절함을 이 책에 담았다. 사실 《오늘도 플라스틱을 먹었습니다》를 읽어가면 마음이 불편해진다. 하지만 “인류가 오래도록 생존하기를 바란다면 이 불편한 질문이 꼭 필요하다”는 저자의 말에 불편함이 사라지고 책에 집중하게 된다.

“사람들은 자기가 진정으로 원하는 게 무엇인지 좀처럼 알지 못한다. 아무것도 없이 하루하루를 먹고 생존하기 위해 싸우는 사람들에게 이런 질문은 무의미하고, 묻는 것 자체가 불공정할 수 있다. 그러나 먹고 사는 게 큰 걱정이 아닌 이들에게는 마음이 불편하더라도 이 질문이 꼭 필요하다. 우리는 정말로 다른 어떤 것보다 지구를 지키는 게 우선일까? 진정으로 인류가 오래도록 생존하기를 바라는가? 아니면 현세대와 후세대를 위험에 빠트리더라도 지금이 편하니 이대로 인간을 받아 주고 있는 자연을 오염시키며 살겠는가?”

유기불소 화합물의 경우를 보자. 오늘날 유기불소 화합물은 신발과 셔츠, 각종 음식물을 통해 우리 몸속에 차곡차곡 쌓이고 있다. 사람들은 물과 기름을 모두 닦아 낼 수 있는 이 물질로 주거 공간을 깨끗이 유지하고 싶어 한다. 겉으로 봤을 때는 집이 어느 때보다 청결해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이 놀라운 보호막으로 주거 공간을 모조리 코팅했을 때 인체가 영원히 오염될 수 있음을 기억하자. 피자 박스, 패스트푸드 포장지, 구김이 가지 않는 셔츠, 멤브레인(membrane) 소재 신발, 각종 실내 및 실외용 기능성 의류…… 이런 소비재는 다불화 처리(polyfluorinated) 과정을 거쳐 우리에게 온다. 그리고 우리 몸을 영원히 오염시킨다.

미세 플라스틱 또한 심각하다. 오늘 당장 생산을 중단한다 해도 미세 플라스틱 쓰레기 양은 지구 곳곳에서 늘어나기만 할 것이다. 이미 버린 플라스틱 쓰레기가 분해되면서 미세 플라스틱이 될 예정이니 말이다. 그동안 방치한 플라스틱이 잘게 쪼개져 동물과 인간이 호흡할 때마다 몸에 쌓인다니 두렵기까지 하다.

그런데 오염으로 끝나지 않고 인류를 멸종시킬 수도 있다. 저자는 인을 들어 설명한다.

인은 우리 몸에 필수 불가결한 성분이지만 인체에서 자체 생성되지는 않는다. 그러니 자연에서 나오는 인을 섭취하는 수밖에 달리 방법이 없다. 하지만 인을 다량 함유한 광석을 채굴할 매장량은 급속도로 줄고 있다. 생명 유지에 필요한 이 원소는 석유와 수자원에 이어 제3의 자원이 될 가능성이 크다. 어쩌면 전 세계가 인을 차지하려고 전쟁을 벌일 수도 있다는 위험한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인을 재활용(recycling)하지 못하면 세계적인 인 공급량은 조만간 바닥이 나고 말 것이다. 그 시점을 두고 다양한 의견이 나오는데, 2000년대 초반에만 해도 향후 50년, 길어봤자 100년이면 완전히 고갈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이후 더 정확히 예측한 바로는 200~300년 정도 걸릴 것이라 한다. 8~12세대가 흐르는 기간이다. 저자는 ‘다음 세대를 기약할 수 없는 시대’라고 한다.

롤프 할든 지음 "오늘도 플라스틱을 먹었습니다" 앞 표지. [사진 한문화]
롤프 할든 지음 "오늘도 플라스틱을 먹었습니다" 앞 표지. [사진 한문화]

‘설마, 인이 없어 인류가 멸종할까?’라고 생각한다면 이건 어떨까?

지구상은 한때 170만 종 이상의 동물, 식물, 조류 등으로 들끓었다. 그러나 이런 생물 다양성은 계속해서 줄어들고 있으며, 놀랄 만큼 빠른 속도로 무너지고 있다. 인류가 새로 합성한 화학 물물을 지구 대기로 배출하면서 전 세계 다양한 생명체에 영향을 미쳤지만, 여전히 이 문제는 수면으로 떠오르지 않고 있다. 새로운 화학물질을 생산해 배출할수록 이런 현상은 증가할 수 있다. 이같이 생명체의 멸종 위기 문제는 더 심각해질 테고, 언젠가는 그 위험이 인류에게 닥칠 것이다. 그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또한 저자는 개인적 또는 사회적 수준에서 지속 가능성을 생각하는 일이 곧 지구라는 거대한 환경의 생존과 맞닿아 있음을 강조한다. 지구 반대편에 있는 사람들의 행동이 미국 국민 건강에 영향을 줄 수 있듯이 이쪽에서 먹고 마시는 게 지구 반대편 사람들 건강에 영향을 미치니 말이다. 그래서 저자는 이런 말을 기억하라고 한다.

“우리가 중시하고 지키려 하는 경계선은 모두 허구다. 그런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자기 자신과 그것을 둘러싼 주위 환경이라는 개념은 소중히 지켜 온 망상에 지나지 않는다.”

우리가 호흡하고 흡수하고 마시고 입고 창조하는 모든 것이 곧 환경이다. 인간과 환경은 하나이며 같은 선상에 있다. 환경이 오염되면 인간도 오염된다. 그럼 우리의 선택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