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기호의 출판학교’ 개강을 앞두고 한기호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소장이 7월 7일 서울 마포구 서교동 창비서교빌딩 대강당에서 ‘새로운 퍼블리터의 시대’라는 제목으로 출판학교 긴급 특강을 했다. 이날 특강에는 출판업계 종사자, 작가 등 120여 명이 참석했다.

특강에서 한 소장은 “기존의 출판 문법이 통하지 않는 출판 시장, 디지털 미디어를 향유하는 독자가 원하는 콘텐츠,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환경을 활용한 콘텐츠 기획과 생산 방식, 지속가능한 출판의 미래는 변화를 수용하는 퍼블리터에 달렸다.”고 강조했다.  ‘퍼블리터’는 한기호 소장이 《한국의 출판기획자》에서 처음 사용한 말로, 퍼블리셔+에디터의 준말이다. 편집자는 발행인의 자세와 에디터의 실력이 결합되어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한기호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소장이 7월 7일 서울 마포구 서교동 창비서교빌딩 대강당에서 ‘새로운 퍼블리터의 시대’라는 제목으로 출판학교 긴급 특강을 했다. [사진 정유철 기자]
한기호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소장이 7월 7일 서울 마포구 서교동 창비서교빌딩 대강당에서 ‘새로운 퍼블리터의 시대’라는 제목으로 출판학교 긴급 특강을 했다. [사진 정유철 기자]

 

먼저 한 소장은 최근 한국 출판이 놓여있는 상황을 10가지로 정리했다. 1. 사라지는 독자 2. 급증하는 출판사와 저자 3. 통하는 마케팅 툴이 없다? 4. 유통경로의 집중화 5. 출판 정책의 부재 6. 독자의 인기 셀럽의 위력 증대 7. 트렌드 : 성공→ 행복 → 셀프힐링 → 멘붕 →이생망→ 생존 8. 세계 시장에서 K-콘텐츠의 인기 9. 출판생산자의 다변화-플랫폼기업(네이버, 카카오), 작가, 기업, 기관, 셀럽, 개인 10. 퍼블리터의 시대가 그것이다.

이처럼 독자는 줄어드는데 출판사와 저자가 급증하는 추세를 한 소장은 “노래를 부르려는 사람은 많아도 들으려는 사람은 없다”라고 요약했다.

한 소장은 ‘디지털 출판에서 일어나고 있는 3대 혁명으로 1. 읽기 혁명 : 검색형 읽기-인공지능(AI)이 검색형 독서 체제를 강화, 2. 쓰기 혁명 :누르며 쓰기-손가락(엄지)작가의 등장, 3. 텍스트(물질성) 혁명: 액정화면이라는 인터페이스는 독자와 작가의 관계성을 만드는 결정적 열쇠’라고 소개했다. 이러한 3대 혁명으로 인해 출판에도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한 소장은 먼저 “‘특정 분야의 책을 잘 골라 놓는 큐레이션’이 답이다”며 “책에 담기는 내용이 보편적 지식이 아닌 특수한 체험이 알려주는 지성(지혜)이고 지식 정보는 분절화에서 통합화를 추구한다. 책의 저자도 교수/엘리트에서 이제는 특별한 재능을 가진 일반인으로 바뀌고 독자의 니즈도 ‘조직의 미래’에서 ‘개인의 지향점’으로 바뀌었고 지식 엔터테인먼트(책 내용)가 과거에는 ‘이데올로기/이론’ 중심이었었다면 이제는 ‘유머가 있는 실용지식’으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또한 한 소장은 “호모스마트쿠스형 작가의 탄생”에 주목했다. “호모스마트쿠스형은 스마트폰, 스마트 패드, 스마트TV 등 스마트 기기를 활용한 전문 검색을 통해 인류가 생산한 모든 지식에 자유롭게 접근하는 인간형”을 말한다. 호모스마트쿠스형 작가의 탄생으로 1인 크리에이터의 시대를 열었고 독자도 세컨드 크리에이터로 바뀌었다. 세컨드 크리에이터(second creator)는 ‘천재 주변에 있으면서 함께 작품을 창조하는 사람’으로 일본의 텔레비전 프로듀서 가쿠다 요이치로가 현대 비즈니스의 변화를 설명하고자 만든 개념이다. 한 소장은 출판에 세컨드 크리에이터로서 독자를 얼마나 관련시키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며 2017년 처음 출간한 김동식 작가의 소설《회색 인간》, 《세상에서 가장 약한 요괴》, 《13일의 김남우》을 예를 들었다. 김동식 작가가 소설을 연재한 인터넷 카페의 회원들이 소설이 출간되자 자발적으로 사진을 올려 구입 인증 릴레이를 한 것이다.

한 소장은 한국 출판의 과제로 “출판 관련 빅데이터를 모으는 플랫폼” 구축, 돈이 아닌 사람에게 투자, 지속성과 확장성 있는 콘텐츠의 발굴, 레거시 미디어의 위기 속에서 종이책의 존재감부터 키우기, 공동 기획, 콘텐츠 확보, 성공을 가져오는 연결“ 등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