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에서 이상기후로 감자 수급량이 불안정해지면서 프랜차이즈 업계에서 감자 메뉴 판매 중단 사태가 반복되고 있다.

써브웨이 사이드 메뉴인 웨지감자와 감자 칩이 품절되었다. [사진 출처 서브웨이 갈무리]

현재 샌드위치 브랜드 ‘써브웨이’에는 사이드 메뉴인 웨지감자와 감자 칩이 품절되었다. 홈페이지에 “이상기후에 따른 감자 수확량 감소와 지속적인 물류대란으로 인해 수급이 불안정하다“라고 지난 5월 4일과 6일에 걸쳐 연달아 공지하며 판매를 일시 중단했다. 이 품절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햄버거 세트에 감자튀김 메뉴가 빠지고 다른 메뉴로 대체되는 상황이 이제는 익숙해지고 있다. 지난해 6월 롯데리아를 시작으로 각 업체가 감자튀김 수급 차질 문제를 홈페이지에 공지했다. 롯데리아의 경우에는 치즈스틱으로 대체했고, 맥도날드는 지난해 8월 감자 대란으로 보름이 넘도록 맥너겟이나 치즈스틱 및 애플파이로 대신하여 제공했다. 일본 맥도날드에서도 지난해 감자튀김을 S(소형) 크기만 판매한 바 있으며, 지난 1월에는 일본의 일부 점포와 대만에서도 ‘해시 포테이토’ 판매가 중단됐다.

또한 케냐 KFC는 1월 3일 트위터를 통해 “감자튀김이 바닥나고 말았다”라며 사과했다. 버거킹도 5월 23에서 24일간 일부 매장에서 감자튀김이 포함된 세트 메뉴는 판매를 중단했다.

롯데리아, 맥도날드 등 주요 패스트푸드점은 물론 국내 외식 업체도 주로 미국 북미지역의 대형 기업들로부터 감자튀김을 냉동 상태로 수입해왔다. 현재는 감자튀김 수급과 관련해 정상화된 곳이 많지만, 불안정이 아직 이어지면서 대체될 수 있음을 안내하고 있다. 수입이 어려운 상황에도 감자튀김은 국내 감자로 대체하기 어렵다. 튀김용 감자는 전분 성분이 높고 수분이 적어야 하는데 국내 감자는 생산량의 80%가 수분이 많은 수미감자이기 때문이다.

전 세계가 왜 이렇게 감자튀김을 먹기가 힘들어졌을까? 악화된 감자 수급 문제의 원인은 기후변화로 인한 자연재해와 코로나19 대유행, 국제 물류대란 등 크게 3가지로 나눠볼 수 있다.

기후변화로 인한 자연재해

식량 생산에 있어서 기후변화는 전 세계의 식량 위기를 불러일으키고 있어 비단 국내만의 문제가 아니다. 가공 감자는 주로 미국에서 수입한다. 전 세계 맥도날드 매장은 감자 품종 중 하나인 ‘러셋 버뱅크’를 고집하는데 이 감자는 미국 북서부의 아이다호 주(州)에서 가장 많이 생산되며 여기가 제1의 감자 생산지이다. 이곳은 지난해 산불 비상사태가 선포될 정도로 빈발한 산불에 시달렸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캘리포니아 주 새크라멘토 공항에서 산불 피해를 연설하며 “아이다호에서도 매년 산불 시작 시점이 빨라지고 있다“라며 언급했다.

산불이 잦아진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로, 주로 폭염과 가뭄이다. 북미의 건조한 서부에서 잇따른 폭염이 발생되면서 뜨거운 공기를 가두는 열돔 현상으로 이어졌고, 폭염에 따른 가뭄은 산불에 불쏘시개 역할을 했다. 미국해양대기청(NOAA)에 따르면 다년간의 서부 전역에 걸친 가뭄은 ‘가뭄모니터 22년 역사상 가장 광범위하고 극심하다‘라고 밝혔다. 많은 전문가도 산불과 같은 자연재해의 빈도가 강해지는 것은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감자가 흉작을 맞은 것이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기후와도 연관되어 있음을 언급 중인 최재천 교수 [사진 출처 tvN 공식 유튜브]

코로나19 대유행

기후변화로 인한 이상기후에 코로나19 대유행까지 겹치면서 수급 상황은 더욱 악화되었다. 5월 11일 방송된 tvN 예능프로그램 ‘유 퀴즈 온 더 블록’에는 생태학자 최재천 교수가 출연하여 코로나19와 같은 팬데믹(세계적인 전염병)은 기후와도 연관되어 있음을 언급했다.

최재천 교수는 “박쥐는 거의 압도적으로 전부 열대에 산다. 그러나 작년 2021년 5월 케임브리지 대학 연구진의 논문에 따르면 열대 박쥐들이 지구온난화로 기온이 올라가면서 온대 지방으로 분포를 확장하였는데 지난 100년간 온대 지방 몇 군데에 박쥐 거점 지역이 생겼다. 그중 가장 대표적인 게 중국 남부”라며 “중국에 온 박쥐 40종과 코로나바이러스 2, 3종류를 곱하면 중국 남부지역으로 100종류 이상의 새로운 코로나바이러스가 100년 동안 유입된 거다. 그중 하나의 박쥐가 인간과 나쁜 의미로 궁합이 잘 맞은 것”이라 표현했다. 더불어 생물 다양성의 불균형을 바로잡지 않으면 확률적으로 바이러스는 계속 우리를 공격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6월 15일에는 ‘제13회 이데일리 전략포럼, 기후위기: 가능성 있는 미래로의 초대’에서 반기문 전 총장이 “코로나19 팬데믹과 그 이전에 각종 감염병은 모두 환경파괴의 결과다. 21세기 발생한 바이러스는 거의 인간과 야생동물들에 대한 접촉으로 발생했고, 그 결과 인류가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바이러스가 걷잡을 수 없이 퍼졌다”라고 전했다.

국제 물류대란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발생하면서 전 지구의 이동이 멈췄다. 하지만 백신 보급 확대로 국제 해운 물동량이 급격히 많아지면서 이번엔 국제 물류대란이 발생했다. 이 때문에 외식업체의 재료 수입이 지연되면서 감자튀김 수입도 어려워졌다. 특히, 올해는 러시아가 세계 4위 곡물 수출국인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수급 불안정이 심화하였다. 종전에 관한 이야기도 나오고 있지만, 전쟁이 중단되어도 기후위기는 계속된다.

기후는 인간의 삶과 연결되어 있으며, 코로나19와 같은 바이러스에도 큰 영향을 끼친다. 단순히 프랜차이즈의 사이드 메뉴인 감자튀김 문제가 아니라 많은 농가와 관련된 사람들이 받는 피해, 더 나아가 전 세계 물가가 오르며 인플레이션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기후위기에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않으면 날씨만 변화되는 게 아니라 우리의 먹거리, 그리고 우리의 삶도 변화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