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병헌 사진작가는 40년간 흑백 스트레이트 포토그래피를 지속해왔다. 광원이 없는 중간 톤의 밋밋한 빛에 의지하여 사진이 아니고는 결코 표현해낼 수 없는 절대적인 사진적 대상들을 스트레이트 기법으로 찍어 왔다.

움직이는 시간과 정지된 시간 안의 자연과 사물, 인체의 본질을 아날로그 카메라로 기록한다. 카메라로 대상을 포착하는 순간부터 암실에서 완성작이 나올 때까지 타인의 개입을 철저히 배제하고 전적으로 자신의 눈과 손으로 직접 해 오고 있다.

갤러리 구조 민병헌 작가 전시회. [사진 제공 갤러리 구조]
갤러리 구조 민병헌 작가 전시회. [사진 제공 갤러리 구조]

일체의 연출이나 작위가 없이 사진술의 본질적 메커니즘에 의지하는 스트레이트 포토그라피를 추구한다. 그러면서 민병헌 특유의 사색적 서정성과 독자적 세계관은 사진 매체의 특성을 뛰어넘는 미적인 체험을 하게 한다. 철저한 완벽주의로 흑백의 스트레이트 사진만을 고집해온 그는 독특하고 섬세한 감각의 세계를 보여주어 ‘회색의 달인’이라 불리기도 한다.

자연의 변화에 이끌려, 있는 듯 없는 듯 보일 듯 말 듯한 희미한 존재로 이들을 붙잡아 둔 그의 사진은 동양의 선가적 존재론을 형상화하고 있다.

1984년 첫 개인전 이후 국내에서뿐만 아니라 프랑스, 영국, 미국 등지에서도 활발한 활동을 해왔다. 민병헌의 대표작으로는 연작 시리즈인 [Deep Fog], [River], [Snow Land], [Waterfall], [Sky], [Body], [Moss ]등이 있다. 현재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을 비롯하여 미국 샌프란시스코 현대미술관, 시카고 현대미술관, 휴스턴 미술관, 프랑스 국립조형예술관 등 세계 유수의 뮤지엄에서 그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

갤러리 구조 민병헌 개인전. [사진 제공 갤러리 구조]
갤러리 구조 민병헌 개인전. [사진 제공 갤러리 구조]

갤러리 구조(서울시 성동구 뚝섬로 419)는 2021년부터 민병헌의 방대한 작품 세계를 세부적으로 고찰하는 전시를 이어오고 있다.

올해 6월 22일부터 8월 21일까지 한국을 대표하는 사진작가 민병헌의 개인전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민병헌의 작품 세계를 대표하는 [Body], [Flower] 등의 작품 60여점과 대표 시리즈인 [몸]의 에디션 북 2종을 선보이며 뮤지션 선종표가 작가의 작품에 헌정한 3곡도 함께 소개한다.

갤러리 구조 민병헌 개인전. [사진 제공 갤러리 구조]
갤러리 구조 민병헌 개인전. [사진 제공 갤러리 구조]

특히, 이번 전시는 민병헌의 경계와 선, 대상의 내밀한 표현에 주목했다. 그는 복제 예술이 지니는 한계점인 아우라의 부재를 복구하고, 탈매체적 현상을 일으켜 회화적 특성을 포착한다. 이를 통해 매체적 혼동과 동시에 수묵화를 보는 듯한 사색적이고 서정적인 민병헌의 작품 특성을 이해하게 된다.

사진 작가 민병헌. [사진 제공 갤러리 구조]
사진 작가 민병헌. [사진 제공 갤러리 구조]

민병헌의 다양한 작품 세계를 만날 수 있는 이번 전시는 네이버 사전 예약제로 운영된다. 다만, 작품 특성상 18세 미만은 관람할 수 없다. 자세한 사항은 갤러리 구조 홈페이지와 공식 SNS 등에서 확인할 수 있다. 관람료 무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