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안1942(통의동 보안여관) 기획전시 〈블루 플래닛 — 바다〉는 바다를 기회의 장 또는 도구로서 이용하는 것이 아닌 바다의 실질적인 모습에 주목한다. 인간이 생존하고 생활하는 육지 중심의 편향적인 시각에서 벗어나 바다의 실질적인 역할과 위치를 살펴보자는 것이다. 우리 곁에 항상 자리하고 있으며 실질적인 인간 생존의 핵심인 바다에 주목한다.

《바다의 시간》의 저자인 자크 아탈리는 “바다를 바라보는 인간의 시각은 낭만적이거나 탐욕적인 이중적 시각을 가지고 있다. 바다는 운동과 자유를 사랑하는 모든 이들에 의해 칭송된다. 대신 자유가 다른 이들에게는 불행이 되기도 한다. 바다는 인간의 모순과 희망을 비추는 거울이다. 결국 바다는 누구의 소유의 것도 아니다”라고 바다의 독립성을 주장하며 고유한 공간으로 바라보았다.

엘마스 데니즈, '연체동물의 섬 The Isle of Mollusks', 2020, 3채널 비디오, 컬러, 사운드, 19분 11초, 반복재생. Ⓒ 엘마스 데니즈 & 질버맨, 이스탄불/베를린스틸이미지 [사진 제공 통의동 보안여관]
엘마스 데니즈, '연체동물의 섬 The Isle of Mollusks', 2020, 3채널 비디오, 컬러, 사운드, 19분 11초, 반복재생. Ⓒ 엘마스 데니즈 & 질버맨, 이스탄불/베를린스틸이미지 [사진 제공 통의동 보안여관]

 

우리에게 바다는 미래 자원으로서 매우 중요한 공간이며 세계와 연결되는 길이지만 자크 아탈리의 말처럼 그저 소비하고 소유하는 공간으로 생각하는 자세를 버려야 한다. 지속적인 바다와의 협업과 공존을 위해서는 바다라는 존재에 대해 끊임없이 관심을 가지고 고민해야 한다.

엘마스 데니즈(튀르키예), 정소영, 황문정 작가가 전시에 참여하며 앨런 세쿨라의 <잊혀진 공간>이 스크리닝된다. 또한 해양환경단체인 "시셰퍼드 코리아"와 협업하여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엘마스 데니즈는 바다의 비인간 생물들과 직접적인 소통 장면들을 보여준다. 해양환경과 해양생태계에서의 인간에 대해 돌아보며 본인의 이야기를 영상, 설치 작품을 통해 담담히 전달한다.

정소영,어부의 섬 VI, 2021, 한-중 배타적 경제 수역에서 떠내려온 것으로 추정되는 부표, 구리, 가변설치. ⓒ 정소영. [사진 제공 통의동 보안여관]
정소영,어부의 섬 VI, 2021, 한-중 배타적 경제 수역에서 떠내려온 것으로 추정되는 부표, 구리, 가변설치. ⓒ 정소영. [사진 제공 통의동 보안여관]

 정소영 작가는 인간이 정해놓은 해수역에서 발생하는 국가간의 관계를 바다에 부유하고 있는 물질들과 배의 움직임으로 인해 발생하는 수면 위 흔적을 통해 인간이 규정하지 않은 상상의 바다를 보여준다. 또한 자연의 시간에 순응하여 생활하였을 때 목격하고 기록한 변화하는 바다의 모습을 보여준다.

황문정, '일상의 어탐기', 2022, 단채널비디오, 컬러, 반복재생. 《블루 플래닛 — 바다》커미션 Ⓒ 황문정 스틸이미지. [사진 제공 통의동 보안여관]
황문정, '일상의 어탐기', 2022, 단채널비디오, 컬러, 반복재생. 《블루 플래닛 — 바다》커미션 Ⓒ 황문정 스틸이미지. [사진 제공 통의동 보안여관]

 

 황문정 작가는 국내 해양생태계에서 발생하는 사건들을 주목하며 해양 비인간 생물들의 관점으로 심해를 들여다보며 인간의 인식과 시각의 그릇됨을 보여준다. 이러한 작품들을 통해 인간의 기준과 시각뿐만 아니라 해양생물의 관점 혹은 해양생태계와 환경을 온전히 보여주며 바다의 상황과 입장을 그려보고자 한다.

엘마스 데니즈는 튀르키예 이스탄불에서 활동하는 작가로 경제와 자연 사이 관계의 교차점을 조사한다. 자본주의로 인해 발생하는 자연의 악화와 이에 대한 우리의 인식 및 관련 소비자주의 문화에 대해 작품에서 다룬다. 작가는 경제 시스템이 어떻게 우리의 인식을 계속해서 변화시키는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며 인간과 자연의 관계, 역사로부터의 자연에 대한 인식과 생태학적 관점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작가는 작품을 통해 시스템의 결함을 비판적으로 드러내고 대안적 가능성을 제안하고 있다.

정소영은 인간이 긴 시간을 거쳐온 물질 속에서 보통 우리가 인지할 수 없는 시간을 인식하여 조각한다. 작가가 사는 도시와 역사를 품은 지층, 땅을 가로지르는 국경, 유동하는 바다, 모든 인식의 한계를 넘어서는 우주와 같이 이 공간들을 이루는 물질들이 지닌 시간에 초점을 맞추고 연구하고 있다. 이 행위는 작가에게 과거와 현재, 미래를 지금 이 순간 속에서 지속시키는 방법이다. 작가는 건축적 공간의 생성과 소멸에 대한 작업으로 시작해 동시대의 표면을 갈라놓는 지정학적 경계를 지질학적 시간으로 확장하였다. 또한 물질의 현상은 지역 탐험과 리서치를 바탕으로 연구 되는데 최근 2018년부터는 제주도 남단 가파도에 체류하며 얻은 경험을 바탕으로 섬의 지질학 및 수역의 경계에 대한 작업을 시작하였다. 작가의 시선이 육지에서 섬으로, 심해까지 확장되어 해안의 경계, 섬의 유동적인 상태, 물의 표면 아래 무한한 차원 속 인간의 생명이 보장받지 못하는 깊은 세계에 대한 상상을 통해 물질의 시간과 사유에 대해 고민하고 작업으로 구축하고자 한다.

황문정은 어린 시절 도시의 내, 외곽을 넘나 들며 이사를 자주하였다. 이러한 환경변화가 작가에게 도시의 질서 체계를 구성하는 다양한 사람, 인공물, 자연 등의 요소를 관찰하는데 영향을 미쳤으며 도시 이면의 관계가 드러나는 특정한 장소와 상황에 주목하게 만들었다. 이를 토대로 도시공간 안에서 인간들과 함께 삶을 전유하지만 쉽게 포착되지 않은 비인간들의 이야기를 수면 위로 드러내는 작업을 지향한다. 특히 인간과 비인간의 관계성을 서사를 통해 풀어내고 관객을 단순한 감상자가 아닌 작업의 시스템 내부로의 적극적인 참여자로 전환시키기 위해 근래에는 인터렉티브 설치, 조각, 영상 등 여러 매체를 접목하여 작품을 제작하고 있다. 

보안1942(통의동 보안여관) 기획전시 〈블루 플래닛 — 바다〉는 아트스페이스 보안1, 2, 3에서 6월  17일부터 7월 24일까지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