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마을제시설의 양대 계통: 구릉성 제천시설 계통(2)

(3) 신목 유형

마을제의 제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형태가 신목 유형인데 신목은 기본적으로 하늘을 향해 높이 솟아있는 나무기둥(목천주)류로 인간과 하늘(우주, 天)을 연결하는 기둥의 역할을 하는 제천시설물이다.

경북 예천군 감천면 현내리에서는 마을 뒷산 신목이 있는 제장을 ʻ천제당(天祭堂)ʼ이라 부르고 여기서 지내는 마을제를 ʻ천제(天祭)ʼ라고 부르고 있다. 제일은 음력 1월 16일이다. 앞서 벌방리 바위가 있는 제장을 ʻ천제당ʼ으로 부르고 ʻ천제ʼ를 지낸 것과 같은 의미로 보게 된다. 상고시대로부터 전해오는 영고·동맹·무천 등 선도제천문화의 유속(遺俗)이 마을제 전통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진 것으로 바라보게 된다. 동북아 상고 선도제천문화의 기준으로 볼 때 전국 각처의 구릉성 산비탈에 위치한 각종 제의시설들의 신격은 언제나 하늘이었고 그 제의는 천제였던 것이다.

안동시 예안면 도촌리 사래실 마을에서는 뒷산 제장에 신목과 골맥이(영남ㆍ강원 등지의 마을 수호신. 대개 그 마을에 최초로 정착한 시조신(始祖神)이나 마을 창건신(創建神)으로, 정월 대보름날에 동신제(洞神祭)를 지내어 풍년과 번영을 빈다.) 둘레로 냇가돌을 직경 3m 정도로 둘러놓았는데 이는 신석기시대 제천시설로 밝혀진 돌돌림유적의 전통이 후대로 이어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자료 13> 신목 유형 사례

1. 현내리 천제당 신목
1. 현내리 천제당 신목

 

 

2. 도촌리 사래실 신목. [사진 제공 최수민]
2. 도촌리 사래실 신목. [사진 제공 최수민]

 경기도 과천시 갈현동 가일마을에서는 시월상달이 되면 좋은 날을 잡아 뒷산 능선에 위치한 참나무 신목에서 산신에게 산신제를 지냈으나 지금은 여러 가지 사정으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

경기도 포천군 군내면 용정리에서는 마을 전체를 조망할 수 있는 금반산 고갯마루에서 산신제를 지내는데 제장에는 단풍나무 신목만 한 그루 있다.

김포시 통진면 동을산 상야마을은 마을 뒷산 갈참나무 신목 앞에서 산신제를 지내는데 음력 정월 초에 택일을 하여 지낸다.

(4) 제천사 유형

제천사는  후대에 나타난 인공적인 형태의 제의시설물로 흔히 건물 안에 글씨가 적힌 위패나 그림, 신상 같은 신체(神體)가 모셔져 있다. 전국적으로 산 구릉지나 산기슭, 뒷산 약수터 주변 등에 위치하고 있으며 모시는 신은 산신이 가장 많고 제일은 정월 대보름 전후가 가장 많았다.

경기도 안성시 도기동 도구머리마을과 안동시 길안면 금곡리 고마실의 예처럼 ʻ용마ʼ를 모신 경우도 있는데 이는 일반적으로 ʻ서낭ʼ을 뜻한다. 도구머리마을은 산신을 모시면서 그 신체로 말을 모셨고 왼쪽의 흰 말과 오른쪽의 적색말은 서로 내외지간이 된다고 하는데 이것은 일종의 산신의 신체로 볼 수 있다. 길안면 금곡리 고마실은 서낭신을 모시면서 그 신체로 말을 모시는데 도구머리 마을 제당과 비교해 볼 때 산신과 서낭은 곧 같은 신격임을 알 수 있다.

경북 문경시 유곡동 아골의 동제는 재악산 능선에 위치한 국사당에서 음력 1월 14일 산신제를 지내는데 건강과 부촌을 기원하는 마음을 담아 지낸다.

경기도 군포시 산본 2동 광정마을 산신제는 수리산 자락에 있는 ʻ수리산 산신제당ʼ에서 음력 1월 초순과 7월 초순 2회에 걸쳐 지내는데 할아버지 산신을 모신다.

충남 계룡시 두마면 향한리 산신제는 향적산 중턱 산신당에서 매년 음력 1월 14일 산신에게 제사를 지내고 마을의 안녕과 풍년을 기원한다.

울산시 울주군 웅촌면 대대리 중대마을 제천사는 350여 년 전 마을을 열 때부터 있었다고 전해지며 마을 뒤 산자락에 위치한다. 대보름 자시에 산신과 토지신에게 제사를 지내며 마을의 안녕과 평안을 기원한다.

안양시 동안구 관양동 수촌마을 당제는 관악산 줄기 약수터 부근 산 정상에 위치한 제천사에서 지낸다. 초가지붕에 돌담으로 지은 전형적인 경기도의 제천사로 내부에는 시멘트로 바른 단이 있고 예전에는 큰 호랑이 그림이 걸려 있었다고 하나 지금은 없다. 제일은 음력 10월 2일이다.

 

<자료 15> 제천사 유형 사례

 

도구머리마을 제천사
도구머리마을 제천사

 

도구머리마을 제천사 내부.
도구머리마을 제천사 내부.

 

관양동 제천사. [사진 제공 최수민]
관양동 제천사. [사진 제공 최수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