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음사가 문학, 역사, 철학, 예술 분야에서 반드시 읽어야 하는 인문교양 고전으로 '인문학 클래식'을 출간했다. [사진 제공 민음사]
민음사가 문학, 역사, 철학, 예술 분야에서 반드시 읽어야 하는 인문교양 고전으로 '인문학 클래식'을 출간했다. [사진 제공 민음사]

민음사가 문학, 역사, 철학, 예술 분야에서 반드시 읽어야 하는 인문교양 고전으로 〈인문학 클래식〉을 출간했다.

새롭게 론칭하는 〈인문학 클래식〉을 통해 민음사는 “전통 위에서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고자 한다. 인문교양(Liberal Arts) 고전들은 우리의 생각에 새로운 창을 열어줄 것이다. 거장들의 작품과 고민에 귀를 기울임으로써, 그 풍부한 해석과 무한한 가능성의 세계를 열어나가고자 한다”고 밝혔다.

학제 간 융합이 진행되고 점점 더 새로운 상상력이 필요해지는 추세도 〈인문학 클래식〉론칭에 작용했다.

민음사는 "고전 위에서 혁신을 이루었던 스트라빈스키는 ‘혁신은 전통과 함께 갈 때에만 생산적일 수 있다.’고 말한 바와 같다. 그래서 다시 고전으로 돌아가야 한다. 문학, 역사, 철학, 예술 분야에서 교양으로서 꼭 읽어야 하는 고전들을 선별해 보이고자 한다. 고대 그리스 신화에서부터 르네상스를 거쳐 20세기 초 모더니즘까지 지적인 오디세이를 감행한 거장들을 만나보고자 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그리스 신화는 고대 세계의 과학이기도 했다. 예를 들어, 강의 신이 헤라클레스와 싸우느라 뱀과 황소로 변신한 것은 사행천(蛇行川)과 우각호(牛角湖)에 대한 설명이기도 하다”며 “고대인들의 상상력에서 모더니스트들의 혁신에 이르기까지, 지금 우리가 누리는 문화적 유산의 창조자들이 감행했던 지적 모험에 동참하고자 한다”고 전했다.

민음사 '인문학 클래식' 1 "오뒷세이아" 표지. [사진 제공 민음사]
민음사 '인문학 클래식' 1 "오뒷세이아" 표지. [사진 제공 민음사]

 

이번에 나온 〈인문학 클래식〉은 서양고전학자가 희랍어 원문에서 새롭게 번역한 완역본 호메로스의 《오뒷세이아》를 1권으로, 2권은 세네카의 문학적 글쓰기의 정수가 담긴 ‘위로 3부작’ 《철학자의 위로》, 3권은 현대시의 창시자 보들레르 이해에 가장 중요한 1차 자료들인 《우울의 고백》, 4권은 고대 그리스 3대 비극 작가 가운데 가장 지적인 에우리피데스 대표 선집 《메데이아》이다.

《오뒷세이아》는 아버지를 찾는 텔레마코스의 모험과 오뒷세우스의 모험과 오뒷세우스의 귀향으로 구성돼 있는데, 방랑과 귀환 및 정체성의 회복이라는 주제, 그리고 반전, 발견, 파토스의 구성을 갖춘 오뒷세우스 이야기는 지금도 소설과 영화에서 그 모티프가 계속 반복되고 있다. 특히 소설의 발전에도 많은 영향을 미쳤는데, 《돈키호테》나 《로빈슨 크루소》같은 피카레스크 장르로부터 허먼 멜빌의 《모비딕》, 제임스 조이스의 《율리시스》,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오디세이아》에 이른다.

영어 ‘오디세이(odyssey)’는 저마다 최고로 여기는 가치를 찾아 나서는 여정을 상징하는 단어가 되었다. 우리도 끊임없이 고전에서 새로운 가치를 찾아내는 오디세이를 감행한다. 《오뒷세이아

》가 ‘인문학 클래식’ 1번 작품이 된 이유이기도 하다.

고전 중에서도 최고의 고전이기에 읽기 어렵다는 편견이 있다. 특히 호메로스의 텍스트는 소크라테스보다도 앞선 시대에 속하기 때문에 번역도 그만큼 어렵다. 그래서 고대 그리스 문학 전공자여야 희랍어 원문이 의도하는 바를 살려낼 수 있다. 특히 김기영 역자는 “개념과 장면을 환기하는 순서가 중요하기 때문에 희랍어 원문의 순서를 고려하면서 간결하고 압축적으로 번역하고자” 노력했다. 또한 고대 희랍어의 뉘앙스를 살리는 범위 안에서 최대한 독자가 편안하게 읽을 수 있도록 옮기는 데 중점을 두었다.

민음사 '인문학 클래식' 2 "철학의 위로" 표지. [사진 제공 민음사]
민음사 '인문학 클래식' 2 "철학의 위로" 표지. [사진 제공 민음사]

 

세네카의 ‘위로 3부작’으로 유명한 《철학자의 위로》는 가족의 죽음이나 추방을 견뎌야 하는 이들을 위로하는 서간문이다. 세네카는 고통을 축소하지 않고 직시한다. 그의 문장은 공허한 위로들의 모음이 아니라, 철학적 사유로부터 흘러나온 구체적인 조언들이다. 세네카가 제시하는 슬픔의 극복방법은 20세기 프로이트가 제시했던 실천에 철학적 근거가 되며, 21세기 뇌과학자가 밝힌 우리의정신에 대해 이미 철학적으로 성찰한 결과들이다. 《철학자의 위로》는 트라우마와 불안으로 고통 받는 현대인에게 놀라운 세계를 열어줄 것이다.

인간이 트라우마를 겪으면 감각을 닫아버린다고 현대 심리학자들은 밝혀냈다. 우리는 충분히 애도하는 기간을 가져야 하지만, 슬픔이 오래되면 나의 미래에 어두운 그림자가 된다. 지금 당장 겪은 고통뿐만 아니라 내 안에 잠재되어 나도 모르게 빠져 있는 슬픔들을 직시하기 위해서는, 2000년이라는 시간을 뚫고 내려올 만큼 단단한 ‘철학의 위로’가 필요하다.

민음사 '인문학 클래식' 3 "우울의 고백: 샤를 보들레르 서간집" 표지. [사진 제공 민음사]
민음사 '인문학 클래식' 3 "우울의 고백: 샤를 보들레르 서간집" 표지. [사진 제공 민음사]

샤를 보들레르의 중학생 시절인 1832년부터 세상을 떠나기 전해인 1866년까지의 편지 43통을 엄선한 《우울의 고백: 샤를 보들레르 서간집》이 인문학 클래식 시리즈 3번으로 출간되었다. 《악의 꽃》이라는 단 한 편의 시집으로 현대시의 서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는 보들레르는 프랑스에 알려지지 않았던 에드거 앨런 포의 작품들을 최초로 번역하여 소개하고 당대 최고의 문인들만 선발되었다는 아카데미 프랑세즈 입후보에 지원하는 등 파격적인 행보를 보인 문단의 천재였다.

《우울의 고백》에 수록된 시인의 편지들은 평생 시인이 맺어 온 인간관계와 성장 배경, 경제적 상황, 그로 인해 형성된 정서 등을 이해하는 실마리가 되어 주며, 작품 세계를 입체적으로 이해하는 가장 중요한 1차 자료로서 귀중하게 활용되고 있다.

“교류의 방편이 오로지 우편뿐이던 19세기 중엽 시대상에 비추어 볼 때 보들레르가 써서 보낸 편지통수는 그의 교우 관계의 의미 있는 지표”라고 할 수 있다. 이에 불문학자 이건수는 총 1,420통의 편지 중 보들레르를 이해하는 데 가장 핵심이 되는 43통을 선별하여 국내 독자들에게 소개했다. 피슈아의 플레이아드판 《보들레르 서간집》, 인디애나대학 교수였던 로즈메리 로이드가 번역한 《샤를 보들레르 서간 선집》, 도쿄대학 교수를 역임한 아베 요시오가 1999년에 출간한 《보들레르비평 4:아포리즘, 서간 초(抄)》를 참고하였다.

민음사 '인문학 클래식' 4 "메데이아" 표지. [사진 제공 민음사]
민음사 '인문학 클래식' 4 "메데이아" 표지. [사진 제공 민음사]

《우울의 고백》은 부모의 애정을 갈구했던 보들레르의 유년 시절부터 금치산자로 지정되어 법정후견인이 설정된 사건, 《악의 꽃》 소송, 아카데미 프랑세즈 입후보 사퇴, 벨기에 망명 등 보들레르가 겪어야 했던 실패의 에피소드들을 편지글로 엮었다. 시인의 삶과 그 안에서 이루어지는 내밀한 고백을 통해 보들레르의 작품 세계를 다채롭게 이해할 수 있는 첫걸음을 마련하였다.

아이스퀼로스, 소포클레스와 함께 고대 그리스 3대 비극 작가 에우리피데스의 대표작 《메데이아》가 이번 〈인문학 클래식〉의 4권으로 출간되었다. 가장 지적이고 다층적인 작가로 평가받고 있는 에우리피데스는, 혁신적인 구성으로 관계의 복잡함과 미묘함을 표현하고 인본주의적 사상을 내포하여 근세 유럽의 비극 문학에 큰 영향을 주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시학》에서 그를 “가장 비극적인 시인”이라고 평했다. 현존하는 18편 가운데 대표작 「메데이아」, 「힙폴뤼토스」, 「엘렉트라」, 「알케스티스」 4편을 실었다. JTBC 「차이 나는 클라스」, EBS 클래스e 「고전, 인간을 말하다」 등에서 고대 그리스 신화와 문학을 명쾌하게 소개한 강대진 서양고전문학 권위자의 원전 번역이다.

민음사의 〈인문학 클래식〉은 앞으로 순차적으로 한 권씩 나올 예정이다. 현재 7월과 8월에 한 권씩 출간이 예정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