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관 내부가 왜 빨간색인지 생각해본 적이 있는가? 진한 빨간색 좌석과 묵중한 커튼은 공간에 격조를 더하며 세련되게 만든다. 하지만 굳이 빨간 좌석을 배치한 데는 과학적 근거가 숨어 있다. 인간의 눈은 어두운 곳에서 짙은 빨간색을 잘 보지 못한다. 조명을 껐을 때 좌석이 빨간색이면 공간을 더 어둡게 만드는 효과를 낸다. 그로 인해 관람객은 스크린에 더욱 집중하게 된다.”

밥 햄블리 지음 《컬러愛 물들다》(최진선 옮김, 리드리드출판, 2022)에 나오는 내용이다. 인용한 내용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책은 우리 주위에 흔히 접하는 색채의 의미를 이야기식으로 풀어낸다.

밥 햄블리 지음 "컬러愛 물들다" 표지. [사진 출처 리드리드출판]
밥 햄블리 지음 "컬러愛 물들다" 표지. [사진 출처 리드리드출판]

무심코 지나친 색에 이런 뜻이 숨어있다니! 예를 들어 패스트푸드점 간판에는 빨간색과 노란색을 많이 쓴다. 이 두 가지 원색이 소비자에게 긍정적인 기운과 힘을 북돋아주면서 동시에 패스트푸드점의 회전율을 빠르게 촉진시킨다. 실제로 맥도날드, 버거킹, 웬디스, 인앤아웃버거, 하디스 등 회사 로고에 빨간색이나 노란색이 들어간다. 대신 패스푸트 매장에서 파란색을 찾아보기 힘들다. 이유는 파란색은 식욕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달러 지폐는 ‘그린백(Greenback)’이라고 부른다. 이유는 녹색 잉크를 사용했기 때문이다. 왜 녹색 잉크로 인쇄할까? 위조를 방지하기 위해서다.

미국이나 캐나다 고속도로에서는 교통표지판으로 녹색 표지판을 쓴다. 녹색 표지판은 출구나 주와 주 사이의 간선 거리 등 방향길과 길을 안내한다. 그런데 초록색, 파란색, 갈색같이 자연을 닮은 색상을 표지판으로 사용하면 운전자가 잘 보지 못화고 그냥 지나칠 수 있다. 그런데도 이 배경색을 사용하는 까닭은 무엇일까? 녹색 배경색에 흰색 글씨를 넣으면 밤에는 오히려 글씨가 선명하게 보이기 때문이다. 희색 글자와 배경색이 극명하게 대비되어서 글씨가 더 커보이는 효과를 낸다.

빨간색은 공격성, 열정, 따뜻함을 상징하지만, 중국을 대표한다. 마오쩌둥에게 빨간색은 대의를 위해 흘린 피를 상징하는 공산 혁명의 색이었다. 1949년에 중국은 빨간색 바탕에 노란 별이 있는 오성홍기를 국기로 채택했다. 이때부터 빨간색이 중국(인민과 중국공산당)을 대표하는 색이 되었다.

우리 주변에서 접하는 색채는 각각 의미를 지니고 있다. 우리는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늘 색채를 고려한다. 매일 아침 입고 나갈 옷을 고를 때를 생각해보면 잘 알 수 있다. 그러는 만큼 경제 분야에서도 색채 활용은 매우 중요하다.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패스트푸드점의 색채 활용이 이를 증명한다. 색채 활용을 소홀히 해왔다면 그 감각을 깨우는 데 《컬러愛 물들다》가 도움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