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력 5월 5일(6월 3일) 단오를 부르는 우리말은 수릿날이다. 수리는 신(神)이라는 뜻과 높다는 뜻을 가진 말로, ‘높은 신이 오는 날’이라는 뜻이 된다. 조선 후기 세시풍속집 《동국세시기》에는 단오날에는 수리취나물을 뜻어 단오떡을 해먹거나 쑥으로 떡을 해서 먹는데 모양이 마치 수레바퀴처럼 둥글어 수릿날이라는 이름이 생겼다고 기록했다.

모내기를 마친 뒤 잠시 여유로운 시기에 지내는 명절인 단오에는 마을마다 수호신에게 공동체 제의를 지내고 씨름과 그네뛰기, 탈춤과 단오굿, 용왕제 등 한바탕 판을 벌려 어우러져 신명나게 즐기며 악귀를 물리치고 풍년을 기원했다.

단오에는 맑은 창포물에 머리를 감는 풍속을 즐겼다. [사진 국립민속박물관]
단오에는 맑은 창포물에 머리를 감는 풍속을 즐겼다. [사진 국립민속박물관]

단오의 대표적인 풍속으로는 창포물에 머리를 감고, 창포뿌리를 깎아 연지나 붉은색의 주사를 바른 창포비녀를 꽂아 액을 물리치고 여름동안 더위를 먹지 않고 건강하게 지낼 것을 기원했다. 마을에서는 집집마다 다니며 짚을 추렴해 그네를 만들고 단오에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고운 옷을 입고 그네를 뛰었다. 단오 때 입는 옷을 단오빔이라 하는데 설빔, 추석빔과 함께 한국인이 1년에 3번 입는 명절의상이다.

이날 장정들은 넓은 마당에서 씨름을 하며 힘을 겨루었다. 일정한 거리를 두고 마주 서서 손으로 힘과 기술을 겨루는 무예 수박희(手搏戲)도 단오놀이 중 하나이다. 궁중에서는 신하들이 임금께 시를 적은 단오첩(端午帖)을 올리면 대궐 전각의 기둥에 붙이고, 임금은 신하에게 단오부채인 단오선(端午扇)을 나눠주었다.

단옷날 먹는 음식으로는 수리취떡과 함께 앵두편, 앵두화채가 있다. 단오절이 한창 제철인 앵두를 살짝 쪄서 굵은 체에 걸러 과육만 설탕을 넣고 졸이다 녹말을 넣어 굳힌 것이 앵두편(떡)이다. 앵두를 씻어 씨를 빼서 설탕 또는 꿀에 재웠다가 오미자 국물에 넣고 잣을 띄운 것이 앵두화채로 단옷날 민가에서 청량음료로 즐겨 먹었다.

단오는 우리나라 뿐 아니라 중국과 일본, 대만, 베트남, 우즈베키스탄 등 많은 나라가 주요명절로 기린다. 우리나라에서는 신라, 가야에서도 단오를 지낸 것으로 나타나는데, 각 지역마다 봉산탈춤과 송파산대놀이, 양주별산대놀이 같은 탈춤과 가면극이 펼쳐졌다.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인 강릉단오제의 하이라이트는 국사성황신을 모셔오는 행차이다. [사진 강릉단오제 누리집]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인 강릉단오제의 하이라이트는 국사성황신을 모셔오는 행차이다. [사진 강릉단오제 누리집]

대표적인 단오축제로는 천년을 이어온 강릉단오제, 500년 전통의 전남 영광군 법성포단오제가 있다. 2005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된 ‘강릉단오제’는 시민들이 모은 신주미(쌀)로 대관령 국사성황제 때 사용할 술을 정성껏 빚는 신주 빚기로 시작해 음력 4월 15일 대관령에서 신목(神木)을 앞세우고 ‘영산홍가’를 부르며 강릉 시내로 국사성황신을 모셔오는 대대적인 행차를 마치고 국사여성황사에서 여서낭님과 합사를 함으로써 남자 신과 여자 신을 합방시킨다.

이어 음력 5월 3일 저녁 국사성황과 국사여성황의 신위와 신목을 단오장 제단에 모시는 영신행차를 한 후 본격적으로 단오굿과 무언가면극인 관노가면극 등 흥겨운 축제를 즐겼다. 끝으로 단오제에 모셨던 대관령국사서낭과 국사여서낭을 보내는 송신제, 각종 의례에 사용한 신위, 신목, 지화, 용선 등을 태우는 것으로 축제의 막을 내린다.

예로부터 어업을 주로 하는 전남 영광군 법성포의 단오제는 인의산신에게 무사안녕을 기원하는 제와 바다에서 용왕제를 올렸다.

전국 곳곳에서 신명나는 단오축제 열린다

올해도 전국에서 단오축제가 열렸다. 강릉에서는 5월 30일부터 6월 6일까지 남대천 단오장에서 전국 최대 규모의 난장이 펼쳐진다. 3년 만에 대면행사로 열리는 강릉단오제에서는 제례와 단오굿, 민속놀이를 비롯해 각종 체험과 수준 높은 문화예술 공연, 불꽃놀이 등 51개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또한, 수천 명이 운집하는 ‘신통대길 길놀이’가 4일에, ‘2022 강릉단오장사 씨름대회’가 오는 5일까지 열린다.

법성포단오제는 어촌마을의 특성상 '용왕제'를 올리는 특징이 있다. [사진 법성포단오제 누리집]
법성포단오제는 어촌마을의 특성상 '용왕제'를 올리는 특징이 있다. [사진 법성포단오제 누리집]

전남 영광군 법성포단오제는 지난 2일부터 5일까지 4일간 영광군 법성포단오제전수교육관 일원에서 열린다. 국가무형문화재인 ‘용왕제’와 선유놀이, 씨름대회가 열리며 윷놀이, 널뛰기 등 민속놀이와 민물장어잡기 체험 등에 참여할 수 있다.

전주에서는 덕진공원에서 3일과 4일 이틀간 단오문화마당과 단오풍류마당, 전통놀이마당, 단오난장 등 다채로운 행사가 열린다. 시민들은 단오문화마당에서 단오 물맞이와 단오음식을 맛보는 등 세시풍속을 체험할 수 있다. 전통놀이마당에서는 전주의 20개동 주민 참여 윷놀이 대항전과 어린이 투호대회가 열린다. 또한, 단오 풍년 기원제와 10개의 전북무형문화재 공연, 단오 청소년 예술제, 온고을 문화예술제 등 풍성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4일에는 일반 시민이 참여하는 외그네, 쌍그네 대회도 마련되어 있다.

전북 임실군에서는 오는 4일 강진면 필봉마을에서 흥겨운 단오굿판으로, 국가무형문화재 임실필봉농악 정기발표회 ‘단오야 필봉가자’를 개최한다. 당산제와 샘굿, 마당밟이와 같은 마을 굿과 사람들이 어울려 노는 뒷굿인 노래굿, 돌굿, 수박치기굿, 등지기굿을 한다. 이날 뒷굿의 백미인 도둑잽이굿과 탈머리굿도 선보이는데 도둑잽이굿은 마을공동체의 질서와 결속, 화합을 위한 연극굿이다. 이외에도 창포물에 머리감기, 족욕, 단오선 부채만들기, 화채 나눠먹기 등 체험과 전래놀이도 진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