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_

공직선거법 개정으로 국회의원과 지방선거 출마자 연령이 만 18세로 낮아졌습니다. 그로 인해 ​​지방선거 사상 처음으로 만 18세 4명, 만 19세 3명의 10대 후보자들이 출사표를 던졌습니다. 기초의원 지역구 2명, 광역비례대표 4명, 기초 비례대표 1명입니다. '청년의 권리는 청년이 대변한다'라는 소신이 있는 10대 정치가들은 한국 정치에 어떤 변화를 가져오려는 걸까요. K스피릿이 10대 청년후보들을 만났습니다.

 

[사진 김서희 기자]
경기도 광역비례의원 이재혁 정의당 후보 화상 인터뷰 갈무리 [사진 김서희 기자]

이재혁 후보(18)는 2018년 정의당에 입당하여 올해로 5년 차의 정치경력을 갖고 있다. 현재 정의당 경기도당 청소년위원장, 청소년 정책특보이며, 정의당 경기도당 차별금지법 추진위원회 위원, 경기도당 젠더인권선대본부장 활동을 해왔다.

 

정치활동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2017년 대선 토론에서 심상정 후보가 성소수자를 위해 한 1분 발언이 인상적이었다. 그때 ‘대한민국에 사회적 소수자들을 위해 목소리를 내는 정당’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그다음 해인 2018년에 입당하여 정치활동을 시작했다.

 

이 후보의 삶의 목표와 가치관에 영향을 준 인물이 있다면?

정치 활동에 노회찬 전 원내대표님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입당하고 얼마 되지 않아 고인이 되셨지만, 정의당의 정체성을 만든 인물이라고 생각한다. 진보 정당 운동 및 약자를 위한 정치, 소수자들을 대변하는 정치를 하시는 모습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 노회찬 전 원내대표님처럼 낮은 자세로 소수자들을 대변하고 싶어서 이번에 출마까지 결심하게 됐다.

 

대학 재학 중이다. 출마에 대한 주변 반응은?

아직 대학 새내기다. 출마 지역과 학교가 있는 지역이 다르다 보니 정치적인 언급은 자제하고 있다. 지인들은 또래에 공직선거 경험을 갖거나 긴 정치경력을 가진 경우가 거의 없기 때문에 많이 신기해한다. 한편으로 현실 정치에는 아직 미성숙하다고 생각해 약간 걱정도 한다.

하지만 정치는 나이순이 아니라고 본다. 이번 경기도 의회에 출마하신 그 어떤 분들과도 경력이나 의제를 설정하는 데 있어서 제가 결코 뒤지지 않는다고 자부한다. 주변에서는 많은 분이 반신반의하시는데, 이 기회를 통해 그분들에게 정의당이 ‘이런 정치를 한다’는 것을 보여드리고 싶다.

 

[사진 이재혁 후보 제공]
특성화고 현장실습 사고 규탄대회에 참여한 경기도 광역비례의원 이재혁 정의당 후보  [사진 제공 이재혁 후보]

현재 정의당 경기도당 청소년위원장이다. 변화를 위한 실천 활동 및 일화가 있다면?

경기도당 청소년위원장을 하면서 주로 다뤘던 이슈들은 제도권 밖 청소년에 대한 인권 신장이다. 그리고 특성화고 현장실습 사고에 대한 정책 대안을 지난 2년 동안 다뤄왔다.

일화로는 경기도의 교육재난지원금 지급 문제다. 코로나19가 심해져 교육 재난이 일어났을 때, 경기도 내 학생들에게 재난지원금이 지급됐다. 그러나 같은 연령대의 청소년임에도 불구하고 학교 밖 청소년은 지급 대상에서 배제됐다. 교육재난지원금의 경우는 제주나 울산, 광주 등 여러 지자체에서도 시행되었지만, 이들 지자체도 제도권 밖 청소년을 지급 대상에서 제외하면서 문제가 대두됐다.

국민권익위원회에서도 학교 밖 청소년에 대한 교육재난지원금 지급을 즉각 실천하도록 조례를 수정해야 한다는 권고안을 냈다. 당시 정의당 소속 도의원들과 소통하며 경기도 학교 밖 청소년 교육재난지원금 배제 규탄 성명도 냈다. 그 결과 석 달 정도 지난 후 학교 밖 청소년들에게도 교육재난지원금이 동일하게 정상 지급됐다.

이처럼 제도권 밖 청소년들에 대한 차별을 바로잡으려고 노력해왔다. 저 역시 학교 밖 청소년이었기 때문에 더욱 절실하게 제도적 사각지대와 사회적 편견에 맞서는 역할을 하고 싶다.

 

제도권 밖에 있는 청소년을 위해 가장 시급히 해결되어야 할 문제는?

검정고시장 확충이 가장 시급하다. 현재 경기도 내 검정고시장은 의정부와 수원, 두 곳의 기초단체에만 설치가 돼 있다. 경기 북부에서는 포천과 파주에 거주하는 응시자들이 검정고시를 보기 위해서 아침 일찍 의정부로 이동해야 하며, 경기 남부의 경우는 여주, 평택, 오산에 거주하는 응시자들이 수원까지 가야 한다.

11월에 치러지는 수능과 비교했을 때, 이는 대단히 행정 편의적인 운영이다. 많은 학교 밖 청소년들과 검정고시 응시자들이 불편함을 호소하고 있다.

도의원에 당선이 되면 즉각 교육청과 소통을 해서 각 기초단체에 최소한 한 곳 이상의 검정고시장을 배치하도록 해 응시자들의 이동권과 학습권을 보장하겠다.

 

중학교 졸업 후 고등학교에 미진학했다. 그 계기는?

제가 있는 지역은 유독 입시 과열이 심했다. 입시에 매몰된 공교육의 한계와 문제점들을 많이 보고 느꼈다. 그래서 고교 입학이 그저 대학 입학을 위한 단계에 불과하다면 큰 의미가 없다고 생각되어 고등학교에 진학하지 않았다.

대신 학교 밖에서 청소년 운동과 정당 활동을 했다. 입시생과 제도권 밖 청소년에 대한 차별과 각종 청소년이 겪고 있는 문제에 대해 자세히 알게 된 시간이었다.

그 과정에서 사회 현장에서 직접 보고 경험하는 것이 학교에 있는 그 어떠한 시간보다 가치가 있음을 느꼈다. 고등학교에 진학하지 않은 것은 지금도 잘한 선택이라 생각한다.

 

사회 현장 경험을 통해 변화하게 된 부분이 있다면?

학교생활을 하며 느끼지 못했던 제도적 차별과 사회적 시선을 체감할 수 있었다. 사회 통념상 '정상'이라고 생각하는 부류에 속해 있다가 그곳에서 벗어나 ‘비정상’이라는 부류에 속하게 된 경험을 하며 기존 정치가 관심을 두지 않았던 청소년 의제를 확인하게 됐다.

 

이 후보가 느끼는 공교육의 문제점은?

입시 중심의 교육 자체가 문제라고 본다. 근본적으로 노동시장이 인력을 학력, 학벌 중심으로 채용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고등학생들은 오로지 좋은 대학교에 가기 위해서 입시를 위한 공부만 한다. 더 큰 문제는 중학교와 초등학교 하물며 유치원생들에게까지도 이런 입시를 위한 교육이 이어진다는 점이다.

 

후보자 약력에 재학 중인 대학교를 기재하지 않은 것도 같은 이유에서인가?

그렇다. 공직선거에서마저도 유권자들은 후보자의 정책과 비전, 인성이 아닌 학력으로 후보자를 판단하려는 경향이 많다. 모두가 학력에 매여 있는 것이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입시 철폐가 꼭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많은 대학을 국공립화하고 수능을 자격고시화해서 현대에 맞게 고등교육의 질과 형평성이 변화해야 한다. 프랑스의 경우 누구나 평등한 고등 교육을 받을 수 있는 분위기를 갖추고 있다. 한국의 수능 제도 역시 자격고시화 하고, 지금처럼 거주지나 선택한 지역과 가까운 학교로 고교 배정을 하는 제도를 재검토해야 한다.

교육이 입시와 학벌주의를 위해 있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우리가 일과 삶에서 자신의 가치를 실현해 나갈 것인가에 대한 교육의 본 목적이 실현되어야 한다.

 

경기도 광역비례의원 이재혁 정의당 후보
정의당 정책 토의에 참여한 이재혁 후보 [사진 제공 이재혁 후보]

사회적 약자, 소수자에 대한 관심이 많다. 모두가 존중받는 긍정적인 사회를 위해 경기도는 어떤 정책이 필요하다고 보나?

경기도 청소년 인권 조례 제정이다. 현재 학생 인권 조례가 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학교 안 학생들을 보호하고 대변하는 인권 조례다. 이를 넓혀서 학교 밖 청소년, 가정 밖 청소년, 이주민 청소년, 성소수자 청소년을 포함한 인권 조례로 나아가 지역 사회 인식 개선과 환경 변화를 만들고 싶다.

그뿐만 아니라 각 기초단체에 있는 인권 조례 역시 재개정해서 지역사회 인권센터를 마련하고 소수자들이 제도적인 부분에서 배제되지 않는 경기도를 만들기 위해서 최선을 다할 것이다.

 

핵심 공약 1순위는?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인권이다. 청소년의 완전한 권리가 보장되어 완전한 시민으로서의 참정권과 주체성을 부여받는 것이 현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본다. 나아가서는 기후 변화 위기의 문제다. 기후 위기를 극복하는데 정치가 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 최선을 다해야 할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청년의 정치 참여가 청년의 정치 관심도를 높일 거로 생각하나?

단순히 정치 연령이 낮아져야 한다고 말씀드리는 건 아니다. 청년 정치를 보여주겠다고 그저 구색 갖추기식 후보로 경험 없는 청년 정치인을 내세워 국민을 현혹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 당내 곳곳에서 오랫동안 경험하고 시민들에게 의제를 호소할 수 있는 사람들이 의회에 들어가 진정한 청년 정치를 해야 한다고 믿는다.

선거권과 피선거권이 만 18세까지 하향된 것은 청년들이 직접 목소리를 낼 기회라고 생각한다. 흔히 세대별로 구분하며 발생하는 정치 혐오와 방관을 걷어내고 청년들이 정치적 주체로 설 수 있도록 토대를 마련하는 것이 이번 지방선거가 갖는 큰 의미라고 생각한다.

 

청년 정치가로서 힘든 점이나 바라는 부분이 있다면?

가장 큰 고충을 얘기하자면 사회적 시선이다. 5년 정도의 정치 경험이 있지만, 이를 어떻게 유권자분들에게 설득할 것인가는 제 능력이라고 본다. 시민 여러분께서 열린 마음으로 봐주셨으면 한다.

금전적인 부분도 개선되기를 바란다. 기초의원의 경우는 200만 원의 기탁금을 내야 하고, 광역이나 지자체장의 경우는 수천만 원에 이르는 기탁금을 내야 한다. 결국 돈이 있는 사람들만 정치를 하게 되는 제도다. 피선거권 연령 하향에 맞게 금전적인 측면도 현실화하여 경제적 부담을 줄여서 출마의 문턱을 낮추어 주기를 바란다.

 

더 나은 사회적 개선과 연결을 위해 리더에게 필요한 자질은?

리더의 덕목은 소통과 경청이라고 생각한다. 리더는 많은 말을 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의 말을 들어줌으로써 이들의 의견을 참작하고, 소통과 경청을 통해 실천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사진 이재혁 후보 제공]
정견 발표를 하는 이재혁 정의당 후보 [사진 제공 이재혁 후보]

이 후보가 가진 강점은?

시민 여러분의 목소리와 유권자 여러분의 정책적인 바람을 잘 소화해낼 수 있는 후보라고 감히 말씀드린다. 저의 젊은 모습을 보시고 "봤던 사람들, 항상 했던 사람들이 하는 정치가 아니라 진보 정당이 새롭게 의회에 들어가 정말로 시민의 목소리를 듣는 그런 지방의회가 되길 바란다"라는 말씀들을 하신다.

정당 생활을 하며 청소년 참정권과 청소년 정치는 아직 시기상조라는 이야기도 많이 들었다. 하지만 130여 석이 넘는 경기도의회에서 1석 정도는 청소년 도의원이 나서서 청소년의 이야기를 대변할 자리가 필요하다. 제가 청소년이기에 기존 정치가 외면해온 청소년의 고충과 어려움을 가장 잘 풀어낼 수 있는 후보라고 생각한다.

 

청소년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청소년 여러분께 간곡하게 부탁드린다. 정의당이 아니더라도 꼭 투표소에 찾아주시길 바란다. 그동안 거친 언행으로 싸우는 정치, 성의 없고 품격 없는 정치가 지속됐다. 민주주의는 가만히 있다고 쟁취되는 것이 아니다. 유권자의 방관과 무관심이 결국 또 같은 사람들이 똑같은 정치를 하게 만든다.

투표소를 찾아주셔서 본인의 목소리를 내주시길 바란다. 될 것 같은 후보가 아니라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후보, 원하는 정당에 소신껏 투표함으로써 대한민국의 정치 변화에 함께해주시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