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_

공직선거법 개정으로 국회의원과 지방선거 출마자 연령이 만 18세로 낮아졌습니다. 그로 인해 ​​지방선거 사상 처음으로 만 18세 4명, 만 19세 3명의 10대 후보자들이 출사표를 던졌습니다. 기초의원 지역구 2명, 광역비례대표 4명, 기초 비례대표 1명입니다. '청년의 권리는 청년이 대변한다'라는 소신이 있는 10대 정치가들은 한국 정치에 어떤 변화를 가져오려는 걸까요. K스피릿이 10대 청년후보들을 만났습니다.

 

[사진 김서희 기자]
경기도 광역비례대표 신은진 진보당 후보 화상 인터뷰 갈무리 [사진 김서희 기자]

신은진 후보(19)는 현재 진보당 청소년 특별위원회 위원장, 전국 특성화고 노동조합과 경기지부 남부지회장 활동 중이다. 중학교 때는 오산 청소년 평화나비 서포터즈, 고등학교 2학년 때 진보당 예비당원으로 가입해 활동을 시작했다.

 

정치에 입문하게 된 계기는?

중학생 시절, 오산 청소년 평화나비 서포터즈 활동을 하면서 2016년 12월에 촛불 집회에 갔었다. 옆에 계신 분들이 음식과 핫팩을 챙겨주셨고, 자주 뵌 분들과 반갑게 인사도 나눴다. 나중에 그분들이 진보당 당원인 걸 알게 됐다. 그 계기로 은연중에 진보당 사람들의 활동이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함께 그 변화를 만들고 싶어 자연스럽게 정치에 입문하여 진보당 당원이 됐다.

 

정치 활동을 시작과 출마까지 가장 도움을 준 사람은?

정치 활동을 하기까지 도움을 주신 분은 이석기 전 의원님이시다. 의원님에 대해 처음 알게 된 것은 촛불 집회에서였다. 박근혜와 양승태 전 대법원 사건 조작으로 억울하게 감옥에 계신 양심수라는 것만 알았었는데, 의원님이 쓰신 책을 읽고 작년 말부터 편지를 보내게 되었다. 

의원님께 편지를 쓸 때면 진보운동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문득 당사자의 직접 정치를 가장 큰 가치로 두는 진보당원으로 활동하는 건 '내 삶의 주인이 되는 과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 변화를 만들어주기까지 마냥 기다리는 게 아니라 내 손으로 직접 삶을 바꾸는 것이기 때문이다. 의원님은 책에서 '2016년 촛불 집회가 사람들 스스로 현실을 바꾼 엄청난 승리의 경험'이라고 표현하기도 하셨다. 삶의 주인으로 살아야 한다는 걸 일깨워주신 가장 존경하는 분이다.

 

촛불 집회 참여가 신 후보에게는 큰 전환점이 된 것 같다. 공약에 특성화고의 경험들이 반영되어 있다. 특성화고를 선택한 이유는?

두 살 많은 언니와 동생이 있다. 언니가 대학에 갔을 때 아버지께서 "차라리 취업하지 그랬냐?"고 하셨다. 가정 형편이 좋지 못한 상황이라 얼른 돈을 벌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장 큰 이유는 일찍 취업하기 위해서였다.

 

취업이나 진로에 대한 기대와 바람은 무엇이었고, 그 과정은 어떠했는지?

2학년이 되어 1학년 때 선생님께 권유받은 도제 반에 들어갔다. 도제 반은 2학년부터 선택할 수 있는 실습 형태로, 면접에 통과하면 일주일에 한두 번은 회사에 가서 실무 능력을 배우고, 그 외의 날들은 학교에서 수업을 받는다. 학업 성적과 회사생활이 동시에 이루어져 굉장히 어렵겠다고 생각했으나, 월급을 받을 수 있어서 경제적인 목적으로 선택했다.

작년 8월부터는 노동조합 활동을 시작했다. 경기도형 도제를 하고 있는 조합원이 있었다. 저는 산학일체형 도제였는데 그 친구는 경기도형 도제였다. 같이 대화를 나누는 중에 최저임급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친구가 도제를 통해 받는 실습 일당 5만 원은 최저시급에 미달되던 임금이었다. 같은 도제에도 노동자성 보장 차이가 있다는 게 놀라웠다. 그래서 국정감사 시즌 때 함께 목소리를 내고, 결국 일당 8만 원으로 올리는 결과를 얻었다. 

학생 권익을 위한 특성화고 교칙 설문조사를 하는 신은진 후보  [사진 신은진 후보 제공]
학생 권익을 위한 특성화고 교칙 설문조사를 하는 신은진 진보당 후보  [사진 제공 신은진 후보]

노동조합 활동이 ‘차별을 뛰어넘는 10대 정치’라는 슬로건을 나오게 된 계기와 관련이 있나?

출마를 결심한 이유도 노동조합 활동을 하면서 청소년들이 처해 있는 상황과 현실을 느끼게 된 점이 가장 크다. 학교에서 노동조합 활동을 하는 게 쉽지 않았다. 전단지 하나를 붙일 때도 학교 선생님께 허락받아야 한다. 실습 과정에서 최저시급을 받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학교 앞에서 유인물을 나눠주는 일이 있었다. 그 과정에서 교사들에게 "노동조합이 한국 사회 좀먹는 거 모르냐?"라고 들었다.

이와 비슷하게 노동조합 활동을 탄압하는 일이 많다. 한국 사회에서는 노동자가 가진 당연한 권리로서 노동조합을 하는 걸 보수적,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시선이 크다. 작년 10월에는 같은 나이에 특성화고 학생이었던 고 홍정운 님이 여수 요트업체 현장실습 중에 목숨을 잃었다. 

 

노동과 관련해 목소리를 내고 변화를 위한 실천 활동이나 해결한 일화가 있다면?

전국특성화고노동조합 경기지부 조직부장으로 활동했다. 현장실습생 홍정운의 사망 사고와 최저임금 문제로 서명운동을 하던 중, 학교 측에서 노동조합 활동을 탄압하는 일이 있었다. 심지어는 활동을 저지하기 위해 경찰까지 불렀다. 그 일이 있은 이후에 '표현의 자유 침해 및 노동조합 탄압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어 공식적인 사과를 받은 일화가 있다.

 

그동안 안전한 일터가 제공되지 않았던 이유, 반복되는 사건에도 안전대책에 진전이 없었던 이유는 무엇인가?

현장실습은 현장 실습생들을 노동자로 보지 않는 그런 시선이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사건이 터졌을 때만 반짝 쟁점이 될 뿐이고 진전이 없다. 또한 상황이 벌어졌을 때 기업과 학교는 모두 책임을 회피하려 한다. 사건이 일어난다면 작은 사건이라도 제대로 된 조사과정이 필요한데 인권과 권리에 대한 노동자성 인식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첫 유세를 모교에서 했다. 모교 선생님과 후배들의 반응은 어떠했나?

선생님들이 보통 차로 출근하는데, 차 안에서 반갑게 손을 이렇게 흔들어 주셨다. 교장 선생님께서도 알아보셨다. 후배들도 같은 학교 출신이 출마한 것을 신기해하면서 명함을 잘 받아줬다.

특성화고 현장실습생들을 만나 문제점을 듣는 신은진 후보  [사진 신은진 후보 제공]
특성화고 현장실습생들을 만나 문제점을 듣는 신은진 진보당 후보  [사진 제공 신은진 후보]

청소년과 청년이 지방의회에 입성해서 직접 정치를 구현하는 사회를 위해 정책 제안 및 결정을 할 수 있는 ‘미래 정책 공동 협의기구 설립’ 공약을 제시했다. 어떤 변화를 기대하나?

청소년과 청년 당사자들이 직접 목소리를 낼 기회이기 때문에 적극적인 토론이 일어날 거라 본다. 그리고 미래에 영향을 주는 환경이나 고용 문제에 대해서 좀 더 획기적인 해결 방안이 제시될 거로 생각한다.

 

10대 정치인에 대한 우려가 있다. 유권자는 단순히 청년 도의원이 아닌 도의원이 될 만한 청년을 원한다. 신 후보가 가진 강점은?

노동조합 활동과 진보당 청소년 특별위원회 활동이 강점이다. 전국 특성화고 노동조합 활동을 통해서 부당한 일이 있었을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알게 되었다. 그리고 청소년 특위장으로서 기자회견 및 정책을 고민하고 만드는 활동을 하면서 우리 사회 속에서 정치가 왜 필요한지, 어떤 정치를 해야 하는지 고민하게 되었다.

나이와 성별, 종교나 가치관의 차이 없이 차별받지 않고 누구나 정치할 수 있어야 진정한 민주사회라고 생각한다. 현재는 어린 나이에 정치 활동하는 모습을 멋있다고 생각하면서도, 좋지 않게 보는 시선이 공존한다.

이러한 시선은 청소년이 사회를 보는 시선을 키울 수 없게 한다. 정치 기본권도 제대로 보장되지 않는 현실 속에서 제대로 된 청소년, 청년 의원을 기대하는 건 모순인 것 같다. 의원이 될 만한 청소년, 청년 정치인을 원한다면 그만큼 우리 사회에 청소년과 청년 정치인을 키울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청소년이나 청년들의 처지를 대변할 수 있는 공약이 많다. 관련한 지역적 특징은?

경기도는 특히 특성화고 청소년들이 가장 많은 곳이다. 최우선 목표로 두고 있는 ‘특성화고 취업 지원 조례’를 통해 특성화고를 졸업한 친구들이 안전한 일터에서 불안해하지 않길 바란다. 행복한 양질의 일터에서 일할 수 있도록 만들겠다.

 

핵심 공약이 특성화고 취업 지원 조례인가?

그렇다. 특성화고 졸업생 취업 지원 조례를 제정하고 싶다. 그래서 직업계고 현장실습 운영 및 지원 예산을 확대하고 공공부문 고졸 노동자 의무 채용을 확대해서 특성화고생이라면 누구나 양질의 일터에서 일할 수 있는 그런 환경을 제공하는 게 우선이라 생각한다.

전국특성화고노동조합 경기지부에서 서명운동을 전개하는 신은진 진보당 후보 [사진 신은진 후보 제공]
학교 앞에서 교칙 개정 서명운동을 하고 있는 신은진 진보당 후보 [사진 제공 신은진 후보]

특성화고 출신으로서 고교 서열화 교육 정책 반대 촉구했다. 입시 과열 경쟁을 부추기는 현 교육 정책에 대해 정책적 대안은?

기존 필수 과목에 대한 필수 이수 단위를 축소하고 자유학기제와 같은 자율 수업의 날을 지정하는 것이다. 정규 교과 시간 내에서 문화, 체육, 여가, 창의적 체험학습이나 자율 학습 활동을 할 수 있는 선택의 폭을 넓히는 교육이 필요하다.

또한 다양한 교육에 대한 접근성을 높일 수 있도록 국가 차원에서 교육 환경 정보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이다. 정규 교과 수업이나 방과 후 수업, EBS 교육, 대외 활동 등 학습 교육 이외에 교육과 관련된 모든 활동에 대한 접근에 대해서 참여 방법이 있어야 한다.

동시에 교육 정책이나 제도에 대해서 청소년 당사자의 의견을 들을 수 있도록 피드백 센터를 운영이 이루어져야 한다. 학생들이 희망하는 수업을 개설할 수 있도록 하고 지역 및 학교 간 차별 없이 접근할 수 있도록 격차 해소 방안도 이루어져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현재 수능을 자격 고사의 형태로 개편해서 교육 과정을 이수할 의지와 기본적인 학습 능력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무상으로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대학 서열화의 맹아에 있는 서울대학교를 대신할 국·공립대학 간 통합 네트워크를 구축해서 입시에서의 등급과 점수가 아니라 지역 및 전공에 따라서 대학을 진학할 수 있는 환경 마련이 중요하다고 본다.

현재 교육은 미래를 결정짓는 수단으로만 너무 치부되어 있다. 가치를 중심으로 둔 그러한 교육 정책이 더욱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에 대한 논의부터 우선시되어야 한다.

 

신 후보가 그리는 미래 대한민국의 모습은?

특성화고, 여성, 고졸 노동자, 다문화 가정인 저는 차별을 뛰어넘는 정치를 하고 싶다. 노동의 가치가 존중되는 사회, 불평등이 사라진 사회, 학력 차별 없는 안전한 일터를 꿈꾼다. 무엇보다 당사자가 직접 정치에 나서서 변화를 만들고 함께 목소리를 냈으면 좋겠다.

 

청년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저는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19살 노동자이자 청소년이지만, 현장 실습을 통해 노동자의 현실과 우리 사회가 노동을 바라보고 있는 민낯을 뼈저리게 느꼈다. 2030 세대가 있긴 하지만 수가 적고 정치 구성원은 대부분 기성세대로 이루어져 있다. 차별이 난무하고 하루하루를 살아가면서 고통을 겪고 있는 당사자가 직접 정치를 통해서 스스로 원하는 정책과 미래를 만들 수 있다고 확신한다. 청년이 뭉치면 바뀐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

10대 정치인이 처음 등장한 이번 지방선거는 미래를 바꿀 당사자들이 직접 목소리를 내고 있기에 정말 의미 있는 선거다. 이번 선거를 통해 진보당을 더욱 알리고 청소년, 청년 당사자들의 직접 정치뿐만 아니라 고통을 느끼며 불평등한 현실에 사는 모든 계층의 당사자가 직접 정치할 수 있는 그러한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