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황칠나무 이름은 세영이야.” “난 엘리자베스 2세.” “처음으로 식물 친구가 생겼어.” 여린 새싹을 피운 황칠나무를 작은 도자기 화분에 심은 청소년들이 자신이 갖게 된 반려식물에게 이름을 지어주며 떠들썩했다.

지구시민연합 강원지부는 지난 26일 춘천유봉여자중학교에서 황칠새싹 나무를 반려식물로 가꾸고 교감하는 '청소년 지구공감 프로젝트' 수업을 진행했다. [사진 강나리 기자]
지구시민연합 강원지부는 지난 26일 춘천유봉여자중학교에서 황칠새싹 나무를 반려식물로 가꾸고 교감하는 '청소년 지구공감 프로젝트' 수업을 진행했다. [사진 강나리 기자]

지난 26일 춘천유봉여자중학교 3학년 1반 교실에서 학생들은 일상에서 반려식물을 가꾸고 교감함으로써 지구와의 공감을 키우는 환경감수성 체험을 했다. 강원도청의 지원을 받아 지구시민연합 강원지부가 주관한 ‘청소년 지구공감 프로젝트’이다.

첫 시간, 이준애 지구시민연합 강원지부 사무국장의 강의로 참가자들은 기후 위기와 탄소중립, 환경‧지구와 공존하는 지구시민의 삶에 대한 개념을 이해했다. 아울러 오감을 넘어 자신과 자신을 둘러싼 자연을 느끼고 평화로운 상태를 만드는 감각을 깨우는 명상을 체험하며, 하늘과 땅, 바람을 느끼고 숨을 통해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경험했다. 학생들은 교실 밖으로 나가 햇볕과 바람결을 느껴보고 나무와 교감하면서 자연을 생생한 감각으로 체험했다.

(위) 청소년 지구공감 프로젝트 수업에서 기후위기와 탄소중립, 지구와 공존하는 법을 배우는 학생들. (아래) 야외에서 자연과 교감하며 숨을 통해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체험하는 학생들. [사진 강나리 기자]
(위) 청소년 지구공감 프로젝트 수업에서 기후위기와 탄소중립, 지구와 공존하는 법을 배우는 학생들. (아래) 야외에서 자연과 교감하며 숨을 통해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체험하는 학생들. [사진 강나리 기자]

이준애 국장은 “진정한 환경친화적 삶은 단순히 지구 환경을 보호하는 게 아니라 나와 지구가 하나임을 알고 나와 이웃과 지구를 힐링하며 살아가는 것”이라고 설명하고 “지구를 환경이 아닌 ‘생명’으로서 인식하고, 파괴자가 아닌 ‘치유자’로서 함께 살아가자”라고 강조했다.

둘째 시간, 학생들은 제주도에서 공수한 3개월령 새싹 묘목을 숨 쉬는 그릇 도자기 화분에 옮겨 심는 작업을 했다. 선택된 반려식물은 전통 약용식물이자 탄소중립 나무로 크게 주목받고 있는 황칠나무였다. 황칠나무는 산삼나무로 불리며 우리나라에서는 고대에서부터 귀한 약재와 도료로 쓰였으며, 최근에는 식물유래 엑소좀 연구로 건강과 치료, 미용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다.

이준애 국장은 “경주에서 발굴된 1,300년 전 신라 유물에서 황칠도료가 발견된 바 있는데 명맥이 끊겼다가 다시 부활한 우리나라의 고유 수종”이라며 “소중한 우리의 자산인 황칠나무를 곁에 가까이 두고 사랑과 평화의 에너지로 교감하며 지구와 공감하는 감각을 키우기 바란다”고 격려했다.

조심스러운 손길로 3개월령 황칠나무 새싹을 도자기 화분에 옮겨 담는 학생들. [사진 강나리 기자]
조심스러운 손길로 3개월령 황칠나무 새싹을 도자기 화분에 옮겨 담는 학생들. [사진 강나리 기자]

교육에 참가한 유지혜 학생은 “지구 온난화 등에 관심이 많았는데 오늘 배우면서 지구환경에 대해 알 수 있었고 생각보다 심각하다는 걸 느꼈다. 지구를 생명체로 느끼는 것이 새로웠다”라고 했다. 유지혜 학생은 “직접 반려식물을 심으면서 내 의식을 높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권혜정 학생은 “황칠나무라는 새로운 식물을 알게 되어서 기쁘고 에너지를 느끼는 여섯 번째 감각을 키워보는 체험도 좋았다. 지구가 이제 멀리 느껴지지 않고 가까워진 느낌”이라고 했고, 전윤민 학생은 “우리 뇌에 미러뉴런이 있어서 공감할 수 있다는 게 흥미로웠고 바람결과 나무를 느껴보는 게 신선했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왼쪽부터) 춘천 유봉여중 유지혜 학생, 권혜정 학생, 전윤민 학생, 유현정 선생님. [사진 강나리 기자]
(왼쪽부터) 춘천 유봉여중 유지혜 학생, 권혜정 학생, 전윤민 학생, 유현정 선생님. [사진 강나리 기자]

학생들과 함께 체험한 담임 유현정 교사는 “아이들이 자라나는 나무를 보면서 생명의 소중함도 느낄 수 있고, 지구 환경을 생각하게 될 것 같다”라고 했다.

지구시민연합 강원지부 이준애 사무국장. [사진 강나리 기자]
지구시민연합 강원지부 이준애 사무국장. [사진 강나리 기자]

강의를 마친 이준애 국장은 “코로나 이후 위안을 주는 반려식물에 대한 관심이 높다. 청소년에게 반려식물을 통해 지구를 생명체로서 공감하는 교육이 와닿는 것 같다”라며 “지난 17일에도 양구 석천중학교 2학년 전체 70여 명이 체험했다. 그중 한 학생이 태양, 바람, 하늘, 땅을 느끼고 자연을 관찰하는 것에 관심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자신이 좋아한다 걸 알았다고 했다. 학생들이 자라나는 생명의 성장 과정을 지켜보며 하루하루 달라지는 모습을 SNS에 올리고 있다”라고 전했다.

지구시민연합 강원지부는 오는 6월에는 청소년 자원봉사단 ‘봄내희망원정대’를 대상으로, 7월에는 원주 교학초등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지구공감 프로젝트’를 진행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