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을 통해 삶의 변화를 가져오는 계기를 만나기도 한다. ‘꿈을 찾는 1년’ 갭이어형 대안고등학교 벤자민인성영재학교(이하 벤자민학교) 9기 윤혜은(18) 학생은 지난 5월 17일부터 20일까지 대구학습관 동기들, 선생님과 함께 울릉도와 독도 탐방 여행을 다녀왔다.

다음은 3박4일간 여행을 통해 타율적이던 삶에서 벗어나 스스로 선택하여 삶을 설계할 용기를 얻은 윤혜은 양의 체험기이다.

갭이어형 대안고등학교를 선택한 윤혜은 학생은 지난 5월 17일~20일 울릉도와 독도를 탐방했다.[사진=벤자민인성영재학교]
갭이어형 대안고등학교를 선택한 윤혜은 학생은 지난 5월 17일~20일 울릉도와 독도를 탐방했다.[사진 벤자민인성영재학교]

17일 탐방 여행을 시작했다. 밤늦게 포항 영일만에서 크루즈를 타고 다음날 아침 울릉도 사동항에 도착하는 일정이었다. 설렘과 긴장을 가진 채 배에 올랐고 입학 후 벤자민학교 친구들과 함께 하는 첫 번째 여행이라 기분이 좋았다. 일출을 보기 위해 5시도 안 된 시각에 일어나 갑판 위로 올라가서 떠오르는 태양을 마주하니 나에게 힘을 주는 듯했다. 항상 나에게 든든한 힘이 되어주던 가족들, 친구들이 떠올랐다.

벤자민학교를 선택하고 어느덧 5월이 되었고 그 시간 동안 고민이 많았다. 일반 고등학교 1학년까지 정해진 등하교 시간과 시간표대로 그저 하루를 열심히 보냈다. 그러다가 갭이어 과정을 통해 완전한 자유를 얻게 되었는데 스스로 하루를 계획하고 삶을 설계한다는 것이 생각보다 어려웠다. 무엇을 해도 즐겁지 않고 자신에게 당당하지 못한 것 같아 마음이 무거웠다. 그런 나에게 이번 울릉도 여행이 해답을 찾아가는 통로가 될 것 같았다.

포항 영일만을 출발해 울릉도 사동항을 향하는 크루즈 위에서 맞이한 해돋이. [사진=본인 제공]
포항 영일만을 출발해 울릉도 사동항을 향하는 크루즈 위에서 맞이한 해돋이. [사진 본인 제공]

18일, 울릉도에서의 탐방 1일차를 보냈다. 아침으로 든든하게 국밥을 먹고 케이블카를 타고 독도 전망대에 갔다. 케이블카에서 바라본 울릉도의 자연은 정말 싱그러웠고 에너지가 가득가득 담겨 있었다.

점심을 먹고 우리는 행남 해안 산책로로 향했다. 울릉도 자유 여행을 계획하면서 미리 확인한 사진 속 풍경이 너무나 아름다워 꼭 가고 싶었던 곳 중 하나였다. 울릉도의 맑고 깨끗한 바다와 거대한 절벽의 모습이 마치 자연이 만들어 낸 한 폭의 그림 같았다.

돌아오는 길이 조금 험했지만 내가 좋아하는 산, 바다, 그리고 기분 좋게 숨이 차는 느낌을 한꺼번에 경험할 수 있어서 오히려 좋았다. 다 내려온 후 길가의 트럭이 만들어 준 그늘 바닥에 앉았을 때 자유로움과 큰 행복을 느꼈다. 시간이나 경로에 얽매이지 않고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항상 틀에 갇혀 답답함을 느꼈던 나에게 마음이 편하게 숨 쉼을 느끼게 해줬던 하루였다.

윤혜은 양은 울릉도 자유 여행을 하며 대자연과 만나고 자유로움과 큰 행복을 체험했다. [사진=본인 제공]
윤혜은 양은 울릉도 자유 여행을 하며 대자연과 만나고 자유로움과 큰 행복을 체험했다. [사진 본인 제공]

19일, 드디어 독도에 갔다. 나는 독도가 우리에게 주는 의미는 뭘까 항상 궁금했었다. 책이나 영상으로만 봤던 독도를 직접 두 눈에 담고 독도를 지키기 위해 노력해주신 많은 분의 숨결을 느껴보고 싶었다. 독도에 간다는 생각만으로도 심장이 뛰었다.

배에 탔을 때 파도가 거세서 섬에 들어가기 어려울 수도 있다는 승무원의 안내에 가슴이 철렁했는데 다행히 들어갈 수 있었다. 독도에 발을 내딛는 순간 우리 땅 동쪽 끝에 왔다는 생각과 모든 사람의 손에 들린 태극기를 보며 울컥했다. 내가 그곳에 서 있을 수 있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벅차고 감사했다.

‘독도는 우리땅’ 노래에 맞춰 독도 플래시몹 댄스를 추었다. 남들 앞이라 조금 부끄러웠지만, 우리 땅 독도에서 우리 목소리를 낼 수 있다는 것이 소중한 경험이었다.

(위) '독도는 우리땅' 노래에 맞춰 플래시몹을 하는 모습. (아래) 독도전망대 방문. [사진본인 제공]
(위) '독도는 우리땅' 노래에 맞춰 플래시몹을 하는 모습. (아래) 독도전망대 방문. [사진 본인 제공]

독도는 선조가 우리에게 남겨준 가장 아름답고 고귀한 선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것이 자랑스러웠고, 그곳에 발자취를 남길 수 있다는 것이 영광이었다. 탐방 일정 동안 매일 밤 혼자 하루를 정리하는 시간을 가졌는데 그 순간을 절대 잊지 못할 것 같다.

이번 여행은 꽉 막힌 공간, 반복되는 일상이 아닌 자연 속에서 새로운 자극을 받으면서 무감각해졌던 감각들이 깨어나고 내 안에서 많은 감사함이 일어났던 시간이었고, 내가 만든 나의 틀을 내려놓는 시간이었다.

벤자민학교에 오면서 지금까지의 삶에서 ‘나는 이런 사람이어야 해’라고 스스로 세운 기준들에 어긋난다는 생각에 많은 죄책감을 느꼈었다. 그런데 거대한 자연을 만나고 자신에게 집중하면서 나에게 좀 더 솔직해질 수 있었다. 이런 고민들 또한 나를 찾아가는 과정일 것이다.

여행 중 뭘 애써 하려 하지 않아도 좋았고 편안함을 느꼈다. 이곳에서의 모든 순간이 나 자신을 믿고 나의 하루를 만들어 갈 용기와 힘을 주었다. 함께 한 3박 4일이라는 시간이 내 마음속 깊이 오래 기억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