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멕시코한인회(회장 엄기웅)는 올들어 우크라이나 돕기, 울진 삼척 산불 피해주민 돕기 등 다양한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한인을 위한 활동뿐만 아니라 멕시코와 외국으로까지 영역을 넓혀 활동한다.  지난해 3월 한인회장에 취임한 후 한인회를 이끌며 왕성하게 활동하는 엄기웅 회장을 이메일로 인터뷰했다.

-- 재멕시코한인회가 모금과 봉사를 왕성하게 하고 있는데,  모국 산불 피해주민 돕기 등과 같은 모금 봉사활동을 언제부터 해왔는지요?

이전부터 제16대 멕시코한인회의 전신인 멕시코 코로나동포연대는 2020년 3월부터 2021년 6월까지 약 9,500만원의 현금과 현물을 모아서 코로나19로 어려움에 빠진 동포들과 멕시칸들을 도왔습니다. 멕시코 각지의 동포 302명, 현지인 7,200명에게 도움을 주었습니다.

제2회 한인이민자의 날을 맞아 5월 8일 시가행진을 하고 있는 재멕시코한인회 엄기웅 회장(사진 오른쪽에서 두 번째). [사진 제공 재멕시코한인회]
제2회 한인이민자의 날을 맞아 5월 8일 시가행진을 하고 있는 재멕시코한인회 엄기웅 회장(사진 오른쪽에서 두 번째). [사진 제공 재멕시코한인회]

 제16대 한인회가 2021월 3월에 출범한 후에는 너무 협소한 메리다 한인이민사박물관 현대화 공사를 위한 모금을 2021년 9월 30일부터 그 해 말까지 실시하여 14만 페소(한화 약 900만원)를 모았습니다.

러시아가 2022년 2월 24일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고 며칠 후 본격적인 뉴스가 쏟아져 나오기 시작할 즈음에 멕시코 한인회는 전 세계 한인회 최초로 3월 1일에 성명서를 발표하고, 당일 모금운동을 실시하였습니다. 4월 7일까지 한인후손회와 함께 모금운동을 하여 현금과 현물(숙박지원) 등을 포함해 총 226,864페소 (약 1,450만원)을 2차에 걸쳐 주멕시코 우크라이나대사관에 전달했습니다.

--울진 삼척 화재 피해주민 돕기 모금은 어떻게 결정하였는지요?

고국 뉴스를 접한 동포들이 단체 카톡 방에서 제안하여, 이를 한인회 집행부 회의에서 검토하여 모금운동을 하기로 했습니다. 사실 지난 1년간 코로나 동포 환자 모금, 메리다 한인 이민사 박물관 모금, 우크라이나 난민 지원 모금 등으로 동포들의 모금 운동에 대한 피로가 누적되어 있었습니다. 그래서 신중하게 회의를 거쳐 모금운동을 결정하였습니다.

저도 개인적으로 대학생일 때 강원도 인제와 양양으로 농활을 가서 송이버섯 채취 현장을 본 적이 있습니다. 그래서 울진과 삼척에서 산불로 송이버섯 채취가 20년간 불가능하다니 농민들의 수입원이 끊겨버리는 게 안타까웠습니다. 

--모금은 어떻게 진행하였습니까?

한인회 5대 공식 채널인 카카오톡 단체방, 왓츠앱 단체방,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홈페이지를 통해 모금의 배경과 취지를 설명하고, 모금 운동을 시작하였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지난 1년간의 여러 모금 활동을 하여 피로도가 누적된 때문인지 예상보다 적은 인원이 참여하였습니다. 하지만 관심은 적지 않아 많은 동포가 고국의 산불 소식에 걱정하고 염려하는 글들을 많이 올렸습니다. 그 많은 글을 보면서 가슴이 뭉클했습니다. 타국에 살고 있지만, 우리는 모두 한인으로 하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재멕시코한인회 엄기웅 회장. [사진 제공 재멕시코 한인회]
재멕시코한인회 엄기웅 회장. [사진 제공 재멕시코 한인회]

-- 더욱이 우크라이나 돕기 모금과 겹쳐 더 어려웠을 같은데요?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우크라이나 사태가 산불보다 먼저 발생하여, 멕시코 한인회는 전 세계 최초로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지 선언과 더불어 모금운동을 시작하였습니다. 그런데 이어 울진 삼척 화재 피해자 돕기 모금운동을 하게 되자 동포들의 관심이 분산될 수밖에 없었고, 지속하는 것이 쉽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모금액보다 우리의 지속적인 관심이 중요하다는 차원에서 모금운동을 이끌어 나갔습니다. 그렇게 하여 3월 13일부터 4월 25일까지 9만 페소(약 580만원)를 모금하여 한국의 전국재난구호협회로 보내고 울진 삼척 화재 피해자들을 위해 사용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한인회 임직원들이 적극적으로 동참하여 힘을 합쳐 진정한 동포애를 보여주었습니다. 고맙고 든든합니다.  

-- 한인회뿐만 아니라 ‘사랑의 손길’이라는 단체도 참가했는데, 어떤 단체인가요?

‘사랑의 손길’은 강덕수 회장이 이끄시는 한인으로 된 순수 봉사단체로서 경제적 어려움에 처한 동포들을 물심양면으로 돕는 단체입니다. 이번 모금에서도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여, 강덕수 회장을 비롯하여 여러 사랑의 손길 회원이 모금 활동에 동참하여 주셨습니다. 

-- 멕시코 한인동포는 인구가 얼마나 되고 그 위상은 어느 정도인지요?

멕시코 한인 동포는 멕시코시티에 10,000명, 지방에 5,000명 등 대략 15,000명이 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습니다. 한인 동포 외에 멕시코에는 1905년에 농업이민을 온 1,033명의 후손이 현재 50,000명 살고 있습니다.  한인 1.5세와 2세가 멕시코사회에 뿌리를 내리고 자리를 잡아가는 성장기에 있습니다. 고위 관료, 변호사, 회계사, 의사 등 전문인이 꾸준히 배출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 부족한 수준입니다. 한인회는 이러한 전문직과 더불어 동포사회가 주류사회로 진출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고자 정치권에도 한국계 정치인이 나올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 시작으로 한국계 의원 보좌관을 10년 내에 배출하려고 합니다. 이러한 노력의 일환으로 최근 여당 연방상원 의원들과 인맥을 쌓아가며 교류를 활성화하고 있습니다.

재멕시코한인회 엄기웅 회장이 멕시코연방의회 상원을 방문했다. [사진제공 재멕시코한인회]
재멕시코한인회 엄기웅 회장이 멕시코연방의회 상원을 방문했다. [사진제공 재멕시코한인회]

한편, 한인 후손은 4세, 5세들이 정치권, 행정부, 산업계 등 각계각층에서 활약하고 있습니다. 최근의 한류 열풍과 우리 기업의 높아진 위상은 한국인의 자긍심을 높여주고 있으며, 어느 때보다도 한국어와 한국 역사에 동포와 후손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한인회와 한인후손회는 한국인이라는 연결고리를 놓지 않고 빈번한 교류를 통해 하나가 되기 위한 노력을 시작하였습니다.

-- 지난 5월 8일 제2회 한국이민자의 날 행사 때는 시가행진도 했더군요? 

멕시코에서는 5월 4일이 한인 이민자의 날입니다. 2021년 멕시코연방의회가 5월 4일을 ‘한국 이민자의 날’이자 ‘우정의 날’로 지정했습니다. 외국인 커뮤니티 가운데 최초입니다. 우리보다 이민 역사가 앞선 일본(1897)이나 중국(1903)은 ‘일본 이민자의 날’이나 ‘중국 이민자의 날’을 지정하지 못했는데, ‘한국 이민자의 날’만 공식적으로 지정되었죠. 이것은 한국의 신장된 국력을 상징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제 우리 한인은 5월 4일 ‘한국 이민자의 날’이라고 표시된 멕시코 달력을 자랑스럽게 펼쳐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올해 제2회 한인 이민자의 날을 맞아 5월 8일(일) 멕시코시티 독립기념탑 및 한인회관에서 기념 행진을 하고 우리 육군 군악대가 공연을 했습니다. 또한 우리 전통 민속놀이, 한인후손 어르신의 말씀 경청, 식사 및 경품 추첨 등의 행사를 통해 한인이 하나가 되고 멕시칸과 화합을 도모했습니다. 앞으로 전국의 한인 후손회 및 각 지역 한인회와 손잡고 전국적인 행사가 되도록 하고 홍보를 통해 멕시코인들에게 친숙한 날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 한인회가 멕시코 사회의 발전을 위해서도 활동을 강화하여 멕시코인들에게 좋은 이미지를 주고 있다는 반가운 소식도 있었습니다.

한인회는 최근 2년간 신종코로나감염증19에 걸린 멕시코한인동포들을 치료해준 멕시코 국립종합병원에 마스크 등을 기증했습니다.  지난 4월 마스크 6만장, 정수기 27대, 한국산 항원검사 키트 480개 등 총193,205 페소 (약 1,240만원) 상당의 물품을 전달했습니다. 이번 기증은 한국인의 생명을 살려낸 병원측에 감사의 뜻을 전하고 한국인의 멕시코 국립종합병원 접근성을 제공하기 위한 것입니다. 또한, 아시아인 혐오 범죄를 미연에 방지하며, 나아가 더불어 잘사는 멕시코 사회를 구현한다는 취지로 마련했습니다.

운영하는 법무법인에서 직원들과 함께한 엄기웅 회장. [사진 제공 엄기웅 회장]
운영하는 법무법인에서 직원들과 함께한 엄기웅 회장. [사진 제공 엄기웅 회장]

 그리고 지난 3월에는 멕시코주 찰코시 소재 기숙학교 소녀의 집(Escuela Villa de las Niñas Chalco)에 후원금과 후원 물품을 전달하고, 멕시코 청소년들을 격려했습니다. 한인회는 학교 측과 협의하여 필요한 물품을 준비했습니다. 후원금 3만 페소(약 190만원) 외에 쌀, 덴탈 마스크, 코로나 비상약, 산소포화도측정기 등 총 233,200페소(약 1,500만원)에 달하는 후원을 했습니다. 오는 6월 8일에는 실습용 원단 3.5톤을 비롯하여 속옷 레깅스 반바지 4,000벌, 쌀 3포대, 현금 3만 페소 등 총 1,000,000페소(약 6,400만원)에 달하는 후원을 2차로 할 예정입니다. 앞으로도 한인들이 살고 있는 멕시코 사회의 발전을 위해 한인들도 적극 동참하겠습니다.

-- 마지막으로 회장님은 멕시코에 어떻게 거주하게 되었습니까?

2007년에 KOTRA주재원으로 멕시코에 왔다가, 멕시코에 남게 되었습니다. 이후 멕시코 국립대 법대에서 공부하여 변호사가 되었습니다. 그후에 한국기업 멕시코지사장을 잠시 일하기도 했습니다. 지금은 Mundus Apertus라는 법무법인을 만들어 변호사 10명, 회계사 3명이 근무하는 회사를 운영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