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무형문화재 제27호 승무의 예능보유자인 故 이애주 선생의 1주기를 맞아 그가 남긴 논문과 글을 모아 세 권의 책이 출판됐다. 이 책의 출판기념회와 ‘학예굿 이애주 춤’이 이애주문화재단(이사장 유홍준)에서 열린다.

이애주 선생은 그 자신이 뛰어난 춤꾼이면서 또한 우리 춤에 관해 독창적인 사유를 한 연구자이다. 하지만 단독으로 저술한 책을 내놓기도 전에 급작스러운 병환으로 세상과 등지고 말았다. 이애주문화재단은 이애주 책 출판을 결정하고 선생의 1주기를 맞아 그가 남긴 상당량의 춤에 관한 연구논문과 글을 모으고 주제별로 분류하여 세 권의 책으로 출간하였다.

이애주, "승무의 미학" 표지. [사진 제공 이애주문화재단]
이애주, "승무의 미학" 표지. [사진 제공 이애주문화재단]

 이번에 출판한 《승무의 미학》(개마고원, 2022)은 한성준으로부터 시작되어 한영숙에게 전수되고 그리고 이애주 선생에 닿은 ‘승무’ 형성의 역사와 더불어 승무 춤사위의 원리와 그 바탕을 이루고 있는 철학적 의미를 정리한 책이다. 한성준에 대한 연구와 승무에 관한 미적 고찰, 그리고 이애주 선생이 채록한 한영숙춤 승무의 무보를 합본으로 묶었다.

이재주문화재단 유홍준 이사장은 《승무의 미학》 ‘발간사’에서 이렇게 소개했다.

“이애주 선생의 우리 춤에 대한 생각을 담은 글은 예상 밖으로 상당한 양이었습니다. 선생께서는 생전에 저서를 펴낸 일은 없었지만, 기회가 있을 때마다 우리 춤의 미학과 역사적 전통에 대해 적극적으로 논지를 폈습니다. 이를 가름해 보니 하나는 《승무의 미학》이고 또 하나는 우리 춤의 나아갈 길을 갈파한 〈이애주의 춤 생각〉이었습니다

학위 논문 중 하나는 박사학위 논문 〈고구려 춤의 상징체계〉(1999년)입니다. 이는 이애주 선생이 고구려 고분벽화의 춤그림을 바탕으로 우리 춤의 기원을 찾아간 탁월한 연구 작업이라 할 수 있습니다. 또 하나는 석사학위 논문 〈처용무에 관한 연구〉(1971년)로, 처용무를 통해 우리 전통무용의 특질을 선구적으로 탐구한 것입니다. 이 두 편의 논문은 각기 별도의 저서로 될 만한 내용과 분량을 갖추고 있었습니다.

이애주문화재단은 이 네 편의 논저를 모두 출판하기로 하였습니다.

이 중 〈이애주의 춤 생각〉은 선생의 모교인 ‘서울대 출판부’에, 다른 세 권은 ‘개마서원’에 출판을 의뢰하여 마침내 모두 결실을 맺게 되었습니다.

《승무의 미학》은 이애주 선생 자신이 무형문화재 예능보유자로 되어 있는 승무의 유래와 춤의 구성과 특질을 역사적ㆍ예술적으로 탐구하고 논한 이애주 선생의 대표 저작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애주
이애주 "고구려 춤 연구"표지. [사진 제공 이애주문화재단]

승무는 승복을 입고 추는 춤이지만 불교에서 승려들이 추는 춤이 아닙니다. 오랜 세월 민중들이 고깔모자와 장삼이라는 승복의 의상을 빌려 삶의 기쁨과 슬픔, 고난과 그 극복과정을 춤사위로 표현하여온 민중무용이자 민족무용입니다. 따라서 승무는 추는 사람에 따라 여러 형태로 나타났습니다. 그런 승무를 춤의 한 장르로 완성하여 틀을 갖춘 분은 조선 말기에 등장한 불세출의 춤꾼인 한성준(1875~1941) 선생님이셨습니다.

한성준에 의해 정립된 승무는 그의 손녀인 한영숙(1929~89)에게 전수되어 1969년 국가무형문화재 제27호로 지정되었고 그 뒤를 이은 분이 바로 이애주 선생입니다. 승무의 형성 역사가 이러하기 때문에 그동안 춤사위에 대한 연구와 발전은 끊임없이 이루어졌지만, 이에 대한 문헌적 뒷받침과 예술학적 탐구는 따르지 못한 면이 있었습니다. 이애주 선생은 생전에 이를 아쉽게 여기고 기회 있을 때마다 승무에 관해 글을 발표해 왔던 것입니다.

이 글들을 모아 종합 정리해보니, 한편은 승무를 정립한 한성준 선생에 관한 연구였으며, 다른 한편은 승무 자체의 원리와 미적(美的) 구조에 관한 탐구였습니다.

책의 구성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책은 한성준-한영숙-이애주로 이어오는 승무의 역사적 맥락과 춤사위 하나하나의 의미를 명확히 해 놓은, 사실상 ‘승무에 관한 모든 것’이 담겨 있는 노작(勞作)이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애주 선생이 스승 한성준 선생님과 한영숙 선생님께 누(陋)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 노심초사 했듯이, 후학 제자들도 고인(故人)이 되신 이애주 선생에게 혹 누가 되지 않을까 염려하면서 성심으로 자료를 모으고 다듬어 마침내 이 책을 펴내게 되었습니다.”

《고구려 춤 연구》(개마고원, 2022)는 선생이 천착한 대주제로써 우리춤의 본질을 캐는 연구의 결과물이다. 서울대학교 박사학위논문이기도 한 이 책은 고구려 고분벽화에 그려진 우리 민족 몸짓을 통해 고구려 춤의 구조와 유형을 체계화하고 춤의 미적 가치와 특성과 함께 상징체계까지 밝혀 놓은 역작이다.

“이 책은 고구려 춤의 구조와 유형, 춤옷과 악기, 고구려 춤의 특징 및 미적 가치, 상징체계로 구성되어 있다.

고구려 춤에 사용된 기본 춤사위를 아랫몸의 움직임인 하체놀림, 윗몸의 움직임인 상체놀림, 그리고 그 모두가 합쳐져서 나타나는 몸놀림 등으로 구분하여 설명하였다. 고구려 춤의 형태는 춤의 성격과 춤사위의 관점에서 몇 가지의 틀로 나누어 볼 수 있는데, 소매춤ㆍ맨손춤ㆍ행렬춤ㆍ곡예춤ㆍ무예춤ㆍ하늘춤으로 유형화하여 살폈다.

또한 고구려 춤에 사용된 춤옷의 종류-소매옷, 통넓은 바지, 주름치마, 평상복, 하늘옷-와 특징을 분석하였다. 더불어 문헌자료에 보이는 고구려 무악과 고분벽화에 보이는 각종 악기들, 완함ㆍ각ㆍ소ㆍ횡적ㆍ요고ㆍ거문고 등을 체계적으로 정리해주고 있다.

저자는 고구려 춤의 유형과 춤옷, 악기의 형상을 구체적으로 검토하였을 뿐 아니라 춤의 형상 속에 표현된 고구려인의 미의식과 그 속에 담겨진 상징과 사상체계에 대해서 깊은 성찰을 하고 있다.

고구려 춤은 미적 표현의 관점에서 볼 때 최고 가치의 예술성을 구현해내고 있다고 보았으며, ‘역사적 함축’ ‘중도(中道)의 담백성’ ‘진중한 장엄미’ ‘강건한 역동성’을 그 특징으로 보았다.

고구려 춤에는 개개의 춤사위나 완성된 춤 자체에 수많은 상징들이 표현되어 하나의 체계를 이루고 있는 바, 저자는 고구려인들의 생활과 의식세계를 표현한 춤에 나타나는 상징적 체계를 ‘현실과 천상’ ‘천지인(天地人) 삼사상’ ‘영혼불멸사상’ ‘예(禮) 사상’ ‘불교사상’ ‘신선사상과 도교사상’ ‘음양 오행사상’으로 구분하여 당시 고구려인의 사상과 문화 전반을 관류하는 심도있는 검토를 하였다.

우리는 그동안 ‘춤무덤’ ‘씨름무덤’ 등에 보이는 화려한 색채에 미혹되어 단편적으로 이해하였던 고구려 춤사위가 이애주의 체계적인 정리를 통해 어떤 의미를 갖는지 분명히 알게 되었다.”(서영수 단국대 명예교수, “이애주의 유작 《고구려 춤 연구》 출간에 즈음하여”)

이애주, "춤꾼은 자기 장단을 타고 난다" 표지. [사진 제공 이애주문화재단]
이애주, "춤꾼은 자기 장단을 타고 난다" 표지. [사진 제공 이애주문화재단]

《춤꾼은 자기 장단을 타고난다》(개마고원, 2022)는 이애주 선생이 구술로 남긴 생애사를 풀어 글로 바꾸고 그가 남긴 또 다른 소중한 글들을 추가하여 사진과 함께 재구성하여 발간하였다.

이 책의 출판기념회와 ‘학예굿 이애주 춤’이 5월 27일(금) 오후 2시부터 연속하여 경기도 과천 소재 이애주문화재단(이사장 유홍준)에서 열린다. 이어서 오후 3시에는 ‘학예굿 이애주춤’이 이애주문화재단과 민족미학연구소, 한국전통춤회의 주관으로 펼쳐진다.

학예굿의 첫째 마당은 학술발표 마당으로서 △임재해(안동대 민속학과 명예교수)의 「이애주춤의 현장성과 변혁적 운동성」 △문무병(제주신화연구소 소장)의 「이애주의 춤과 제주 4·3 차사영맞이」 △김익두(전북대 국문과 명예교수)의 「이애주춤과 남학」△·채희완(부산대 예술문화영상학과 명예교수)의 「초기 이애주춤의 활동상과 예술선언」△조경만(목포대 문화인류학과 명예교수)의 「이애주춤과 세상」△김연정(제자, 한예종 겸임교수)의 「이애주 선생의 춤 활동과 예술정신의 배경」 등 주제 논문발표 후 정병훈 국립경상대 철학과 명예교수의 주제로 자유토론이 이어진다.

둘째 마당은 예술행사 마당으로서 △ 한국전통춤회는 선생이 전승한 춤 중에 잘 알려지지 않은 〈영가무도〉를 (사)한국민족춤협회는 선생의 창작춤인 〈바람맞이〉를 재현하고  풍물굿패 삶터의 한판 풍물굿과 그리고 창작판소리연구원의 소리 공연이 예정되어 있다.

마지막 셋째 마당은 집들이 마당으로서 이애주 선생의 유품과 자료를 함께 둘러보고 함께 음식을 나누어 먹는 ‘나눔과 돌아봄’으로 행사가 마무리된다.

임진택 이애주문화재단 상임이사는 “‘학예굿 이애주춤’은 지난 2012년 이애주 선생의 서울대학교 퇴임기념 학예굿 ‘한국춤의 생성론과 이애주의 춤세계’에 이어 두 번째 치러지는 행사로 앞으로 몇 번의 학예굿을 거쳐 주제발표 논문들을 모아 선생에 대한 평론집을 내고자 한다”고 밝혔다.

우리 춤과 이애주 선생을 알고자 하는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문의 전화 02-504-538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