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유농업 홍보 리플릿. [이미지  농촌진흥청 제공]
치유농업 홍보 리플릿. [이미지 농촌진흥청 제공]

 치유농업이 본격 추진된다. 1990년대 중반 생활원예 중심의 원예치유가 도입된 지 30여년만에 치유농업이 본격적으로 정부 정책을 통해 추진에 동력을 갖게 됐다. 정부는 치유농업을 활성화하기 위해 종합계획을 수립하고, 그동안의 연구성과를 공유하는 설명회를 갖는 등 본격적인 정책 추진에 나섰다. 

유럽 등에서 현대적 의미의 치유농업이 도입된 것은 1960년대로 추정된다. 치유농업은 농업이 가지는 식량공급기능 외에 농업활동을 통해 육체적 정신적 건강을 회복하는 기능에 주목하면서 시작됐다. 유럽 등에서 치유농업은 사회적 농업, 건강을 위한 농업 등 다양한 용어로 불렸지만, 본질적으로 ‘치유를 제공하기 위한 농업’의 뜻을 갖고 있다. 즉 치유농업은 농장이나 농촌경관을 활용해 정신적·육체적 건강을 회복하기 위해 제공되는 모든 농업활동을 의미한다.

치유농업은 일과 생활 속에서 스트레스를 받거나 건강이 좋지 않은 사람들뿐만 아니라 의학적·사회적으로 치료가 필요한 정신질환자, 우울증 환자, 학습장애인, 약물중독자 등을 치유하는 농업활동으로도 관심을 받고 있다. 다양한 사람들에게 농업을 통해 건강, 사회적 이익, 교육적 이익을 줄 수 있는 활동이라는 점에서 유럽 등 선진 각국이 앞다퉈 도입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국민 건강증진과 지속가능한 농업‧농촌 발전에 이바지하기 위한 치유농업 육성이 본격화된다. 농촌진흥청은 ‘제1차 치유농업 연구개발 및 육성 종합계획(2022~2026)’을 수립, 시행한다고 지난 4월 밝혔다. 이번 종합계획의 목표는 크게 △치유농업 콘텐츠 개발·확산 △농촌 활력화를 위한 치유농업 사업모델 육성과 일자리 창출이다. 이를 위해 연구개발, 성과확산, 기반구축, 사업화 촉진 4개 부문별 총 13개 중점과제를 추진한다. 

치유농업에 관한 전략적 연구개발 및 과학적 효과검증 강화를 위해 치유농업자원 발굴·특성평가, 수요자 맞춤형 치유농업 콘텐츠 개발, 효과검증 및 원리구명, 신산업 창출 등 4가지 과제를 진행한다. 연구 성과 확산을 위한 거점기관 구축과 기술 보급을 위해 치유농업 거점기관 구축, 기술보급, 전문 인력 육성 등 3가지 과제를 진행한다. 치유농업에 관한 국민 접근성 향상을 위해 실태조사‧정보망 구축, 부처 협업, 제도정비 등 3가지 과제를 진행한다.  치유농업 인증을 통한 소비자 신뢰도 확보, 기술이전 창업 등 현장 실용화를 위해 품질관리, 창업지원, 인지도 제고·국제협력 등 등 3가지 과제를 진행한다.

치유농업에 대한 연구성과를 공유하고 발전방향을 모색하기 위한 학술행사도 잇따라 개최됐다. 농촌진흥청은 지난 4월28일 도시농업 관련 시민단체, 지방농촌진흥기관 관계자가 참석한 가운데 ‘도시농업 개발기술 설명회’를 열었다. 설명회에서는 ‘환경조경’, ‘치유농업’, ‘생활농업’ 연구 분야별 산업재산권과 그동안 개발한 주요 영농기술을 소개했다.

농촌진흥청은 또 연구, 농업 현장 연계로 융복합 치유농업 콘텐츠와 수익 모델을 발굴하고, 치유농업의 발전 방향과 가치 확산 방안을 찾기 위해 ‘국립농업과학원 치유농업연구회 현장 연수회’를 지난 2월 열었다. 이번 현장 연수회는 그동안 공유된 내용을 바탕으로 연구와 관련 제도, 산업 발전을 위한 유기적인 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연구회가 2단계로 발돋움하는 계기를 만들고자 마련됐다. 농촌진흥청은 향후 치유농업 연구에 대한 과학적 기반을 쌓고, 체계화해 현장 활성화를 지원할 수 있도록 추진할 계획이다.

최근 종합적인 치유농업 모델 개발과 연구 체계화, 전문가 간의 소통이 필요하다는 현장의 의견을 반영해 지난해 9월 ‘국립농업과학원 치유농업연구회’가 출범했다. 국립농업과학원 치유농업연구회는 그동안 분야별 세미나를 통해 치유농업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지에 대해 공감하고 자원의 융복합 활용 방향, 프로그램 개발과 효과 검증, 품질 향상과 제도 개선, 협력 체계 구축과 가치 확산 방안 등을 현장과 함께 논의해 왔다.

한편, 치유농업을 통해 치유 효과를 보여주는 조사결과가 잇따라 나와 관심을 끌고 있다. 각종 위험과 스트레스에 노출된 소방관을 대상으로 치유농업 활동을 적용한 결과, 스트레스 호르몬이 줄어드는 등 긍정적 효과가 나타난 것이 확인됐다. 농촌진흥청은 지난해 소방청과 협약을 맺고 올해 4-7월, 9차례에 걸쳐 대전광역시 유성소방서 소방공무원 30명을 대상으로 식물을 보고 만지고 느낄 수 있는 △채소와 허브 재배 텃밭 조성하기 △접시정원과 향기 주머니 만들기 △꽃 편지 쓰기 등 치유농업 프로그램을 적용했다. 참여 소방관의 뇌파를 분석한 결과, 안정과 이완 관련 지표는 51% 높아지고 긴장과 스트레스 지표는 10% 감소했다. 또한 체내 스트레스 호르몬은 이전보다 23% 줄어들었다. 

농촌진흥청은 지난해 12월 벼를 활용한 치유 활동이 청소년들의 학업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데 효과가 있음을 확인했다. 농촌진흥청은 지난해 10월 21일∼11월 11일까지 매주 2번씩 2주간 중학생 24명을 대상으로 벼 도정, 떡꼬치 만들기, 볏짚 놀이, 가마솥 한상차림, 약선 치유 등 체험활동을 적용했다. 그 결과, 치유농업을 경험한 청소년의 자아존중감과 사회적 유능성이 증가했고, 스트레스는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농촌진흥청 관계자는 “이번 종합계획 수립·시행이 치유농업의 체계적 연구개발과 확산에 필요한 기반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라며, “다각화된 치유농업 사업 모델 육성과 일자리 창출로 농촌 활력을 도모하고, 다양한 치유농업 서비스로 국민 삶의 질이 한 단계 높아질 수 있도록 선순환 체계를 구축할 계획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