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본관에서는 5월 22일(일)까지 '권진규 탄생 100주년 기념, 노실의 천사' 전시를 개최한다. 

2021년 (사)권진규기념사업회와 유족은 많은 사람들이 권진규의 작품을 접하길 바라며 서울시립미술관에 총 141점의 작품을 기증했다. 미술관은 기념사업회와 유족의 큰 뜻을 기리고, 2022년 권진규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고자 '권진규 탄생 100주년 기념, 노실의 천사'를 마련했다.

[사진 김경아 기자]
'권진규 탄생 100주년 기념전, 노실의 천사' 전시회를 보고 있는 관람객들 [사진 김경아 기자]

전시회 제목인 '노실의 천사'는 1972년 3월 3일에 조선일보 연재 기사 '화가의 수상' ⑧에 실린 권진규의 시, '예술적藝術的 산보_노실爐室의 천사天使를 작업作業하며 읊는 봄, 봄'에서 인용한 것이다. 그의 삶과 예술을 담은 이 시에서 ‘노실의 천사’는 가마 또는 가마가 있는 방으로 아틀리에의 천사, 즉 그가 작업을 통해 구현하고자 했던 순수한 정신적 실체로 볼 수 있다. 

'입산' (1964-65년) (사)권진규기념사업회 기증, 서울시립미술관 소장 [사진 김경아 기자]
'입산' (1964-65년), 나무, (사)권진규기념사업회 기증, 서울시립미술관 소장 [사진 김경아 기자]

전시는 작가가 평생동안 불교와 함께 했다는 점에 착안하여 불교적 세계관을 반영하여 시기별로 입산入山 (1947–1958), 수행修行 (1959–1968), 피안彼岸 (1969–1973)으로 구성되었다. 

'보살입상' (1955) 개인 소장 [사진 김경아 기자]
'보살입상' (1955년), 배나무, 개인 소장 [사진 김경아 기자]

'입산入山'의 시기는 1947년 성북회화연구소 시절부터 일본 무사시노미술학교에서 수학, 연구생활을 하던 시기로 이때에는 일본 최고의 재야단체 공모전인 니카전에서 특대를 수상하며 결실을 이루었다. 

'수행修行'의 시기는 스승의 영향에서 벗어나기 위해 귀국하여 활동하던 시기이다. 직접 아틀리에를 짓고 하루를 아침, 오전, 오후, 밤으로 나누어 아침과 밤에는 구상과 드로잉, 오전과 오후에 작품을 제작하는 등 수행자처럼 규칙적인 생활을 하며, 부조작품과 여성 흉상 등을 제작하며 다양한 작품 활동을 펼쳤다. 

'피안彼岸'의 시기에는 전통 재료인 건칠을 독자적인 방법으로 이용하여 건칠작품에 매진했다. 1971년 불상, 비구니 등으로 전시회를 개최했으나 대중들의 반응이 좋지 않아 좌절하였고, 불교에 침참하다가 결국 스스로 세상을 등졌다.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본관에서 열리고 있는 '권진규 탄생 100주년 기념전, 노실의 천사' [사진 김경아 기자]
'나부' (1954년), 석고, (사)권진규기념사업회 기증, 서울시립미술관 소장 [사진 김경아 기자]
'마두' (1952년경) 국립현대미술관 소장 [사진 김경아 기자]
'마두' (1952년경), 안산암, 국립현대미술관 소장 [사진 김경아 기자]
'춘몽' (1968-69년) 국립현대미술관 소장 [사진 김경아 기자]
'춘몽' (1968-69년), 대리석, 국립현대미술관 소장 [사진 김경아 기자]
'재회' (1967년) 개인 소장 [사진 김경아 기자]
'재회' (1967년), 테라코타, 나무, 개인 소장 [사진 김경아 기자]
'누운 여성' (1960) (사)권진규기념사업회 기증, 서울시립미술관 소장 [사진 김경아 기자]
'누운 여성' (1960), 테라코타, (사)권진규기념사업회 기증, 서울시립미술관 소장 [사진 김경아 기자]

권진규의 작품세계는 '지원의 얼굴'(1967)로 대표되는 여성흉상으로 잘 알려져 있지만, 사실 동물상, 여성두상, 여성상, 자소상, 부조를 비롯해서 불상, 탈, 가면, 기물, 잡상, 유화, 드로잉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지원의 얼굴' (1967년) 국립현대미술관 소장 [사진 김경아 기자]
'지원의 얼굴' (1967년), 테라코타, 국립현대미술관 소장 [사진 김경아 기자]
'선자' (1966년) 국립현대미술관 소장 [사진 김경아 기자]
'선자' (1966년), 테라코타, 국립현대미술관 소장 [사진 김경아 기자]
'말' (1960년대) 가나문화재단 소장 [사진 김경아 기자]
'말' (1960년대), 건칠, 가나문화재단 소장 [사진 김경아 기자]
'기수' (1965년) 국립현대미술관 소장 [사진 김경아 기자]
'기수' (1965년), 테라코타, 국립현대미술관 소장 [사진 김경아 기자]
'자화상' (1956-57년) 개인 소장 [사진 김경아 기자]
'자화상' (1956-57년), 종이에 잉크, 개인 소장 [사진 김경아 기자]
'드로잉북19' (1967년) (사)권진규기념사업회 기증, 서울시립미술관 소장 [사진 김경아 기자]
'드로잉북19' (1967년), 종이에 혼합매체, (사)권진규기념사업회 기증, 서울시립미술관 소장 [사진 김경아 기자]
'손' (1963년, 사후 제작) (사)권진규기념사업회 기증, 서울시립미술관 소장 [사진 김경아 기자]
'손' (1963년, 사후 제작), 청동, (사)권진규기념사업회 기증, 서울시립미술관 소장 [사진 김경아 기자]

전시공간은 권진규의 아틀리에와 1965년 신문회관에서 개최한 1회 개인전 작품 전시 방식에서 영감을 얻어 삼공블록과 벽돌을 이용해 우물과 가마를 형상화하여 마치 관람객이 아틀리에에서 그의 작업세계 전반을 살펴보는 것처럼 구성했다.

[사진 김경아 기자]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본관에서 열리고 있는 '권진규 탄생 100주년 기념전, 노실의 천사' [사진 김경아 기자]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본관에서 열리는 '권진규 탄생 100주년 기념, 노실의 천사'는 화~금요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8시까지, 토요일과 공휴일에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7시까지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매주 월요일과 1월 1일은 휴관이다. 서울 전시가 끝나면 광주시립미술관에서도 7월 26일부터 10월 23일까지 권진규 탄생 100주년 기념전이 이어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