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되었을 뿐인데, 세상이 뒤집혔다!
엄마가 되었을 뿐인데, 세상이 뒤집혔다!
  • 정유철 기자
  • npns@naver.com
  • 승인 2022-05-17 17: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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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멜리사 호겐붐 지음 "엄마라는 이상한 이름"(허성심 옮김, 한문화 간)

“아, 당신도 그중 한 명이군요. 엄마가 된다는 것에 관한 책을 쓰는 또 한 명의 엄마!”

BBC 과학 전문 기자 멜리사 호겐붐이 2019년 한 모임에서  “엄마가 되었을 때의 정체성 변화에 관한 내용으로 책을 쓴다”고 하자 어떤 사람이 보인 반응이다. 이런 반응이 씁쓸했지만 멜리사 호겐붐은 책을 펴냈다. 그 이유를 그는 이렇게 설명했다.

“우리가 모성을 주제로 논의하고 글을 쓰고 토론해야 하는 이유는 엄밀히 말해서 여성들도 엄마가 된다는 것을 ‘단순하고 평범하게’ 생각하기 때문이다. 엄마가 된다는 것은 흔한 일일지는 모르지만 절대 평범한 일은 아니다. 엄마가 되면서 겪는 정체성의 변화가 경우에 따라 심각한 감정적 소모를 일으키는 이유이기도 하다.”

멜리사 호겐붐이 펴낸 《엄마라는 이상한 이름》(허성심 옮김, 한문화, 2022)은 BBC 과학 전문 기자이자 두 아이의 엄마이기도 한 저자의 경험담과 여성들이 엄마가 되면서 경험하는 정체성 변화에 관한 생물학, 심리학, 사회과학적 분석을 함께 담은 책이다. 원제는 ‘THE MOTHERHOOD COMPLEX’.

둘째 아이를 낳고 출산휴가 동안 이 책을 썼다니 남다른 기자정신이 느껴진다. 저자가 두 아이의 육아를 병행하는 고단한 생활 속에서도 집필했던 것은 과학 전문 기자인 자신이 엄마들이 겪는 여러 문제를 누구보다 정확히 관찰하고 분석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멜리사 호겐붐 지음 "엄마라는 이상한 이름" 표지. [사진=한문화 제공]
멜리사 호겐붐 지음 "엄마라는 이상한 이름" 표지. [사진=한문화 제공]

 엄마가 되는 과정에서 저자 또한 이 책에 쓴 상당 부분을 직접 겪었다. 출산 후의 신체적·심리적 변화, 직장에서 느끼는 차별, 완벽한 엄마이기를 강요하는 사회적 압박, 육아 분담 문제, 육아 스트레스와 우울증, 출산휴가 정책의 문제점 등 엄마의 삶 곳곳에 숨어 있는 난관에 대해 좀 더 많은 이들과 함께 고민하고 싶은 마음을 이 책에 담았다.

그러니 임신한 뇌의 변화, 출산과정, 산후우울증, 자연분만을 바라보는 심정 등 엄마만이 겪는 일을 세세하게 보여준다. 그 세세한 내용을 알게 되면 엄마가 되기 이전과 이후는 ‘세상이 뒤집힌다’고 하는 말에 공감하게 된다.

이 책은 처음부터 읽어도 되지만 각 장별로 필요한 곳을 골라 읽어도 좋게 구성되었다. 전체 내용을 보면 1장 엄마의 탄생, 2장 출산의 순간, 3장 신체의 변화, 4장 직장에서 겪는 차별, 5장 엄마의 인간관계, 6장 모성 페널티, 7장 육아 분담 문제, 8장 육아 번아웃, 9장 좋은 엄마 증후군, 10장 엄마의 행복지수, 11장 소셜미디어 시대의 육아, 12장 엄마의 정체성으로 되어 있다.

각 장 제목이 암시하듯 엄마라는 이유로 겪어야 할 난관이 적지 않다. 이런 난관에 대처하는 저자의 모습이 우리 주위에서 보는 엄마와 겹쳐 보이는 것은 영국이나 우리나라가 엄마로 살아가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일지 모르겠다. 그런데도 저자의 체험담으로 그치지 않은 것은 생물학, 심리학, 사회과학적 분석으로 탄탄하게 뒷받침하기 때문이다.

특히 11장 소셜미디어 시대의 육아는 이 시대 부모라면 꼭 참고할 내용이다. 화려한 휴가, 값비싼 가구, 멋진 자동차 또는 다른 형태의 교묘한 자기 과시를 나타내는 글을 보면서 번번이 비교한다면, 그렇지 않아도 육아로 힘든 시기에 정신적으로 더 쉽게 좌절할 수 있다. 소셜미디어가 소통과 교류의 중요한 원천이 될 수 있지만, 그 속의 모습이 너무 자주 우리를 형편없이 느끼게 만든다면 SNS를 중지해야 한다고 저자는 조언한다.

어린 자녀가 있는 엄마가 스마트폰을 자제할 이유가 또 있다. 스마트폰에 너무 많은 시간을 빼앗기다 보면 정작 어린 자녀에게 신경 써야 할 순간을 놓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 아이에게 일상에 관한 이야기를 자주 해주는 것처럼 좋은 의사소통 습관을 자연스럽게 기를 수가 없다. 아동 발달 전문가들은 태어나면서부터 아기에게 일상에 관한 이야기를 자주 해줘야 한다고 말한다. 부모가 아기에게 일방적으로 말하거나 아이와 눈을 마주치지 않고 옆에서 말했을 때보다 아기와 대화를 주고받는 형식으로 말했을 때 아이들의 학업 성취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는 점을 소개한다. 이런 소중한 기회를 지금까지 스마트폰을 사용하느라 놓쳤다면 이제 아이와 함께할 때는 스마트폰은 멀리 둘 일이다. 아기는 부모로부터 세상의 의미를 배우고, 부모는 아이가 보내는 신호를 포착하고 아이에게 반응하는 법을 배운다, 이 점을 기억하자.

'엄마라는 이상한 이름' .[사진=한문화 제공]
'엄마라는 이상한 이름' .[사진=한문화 제공]

 아이에게 학습보다는 놀이를 하게 하라는 점도 우리나라 부모들이 관심을 가져야 할 대목이다. 놀이는 아이들이 처음으로 세상을 배우는 과정이다. 창의성(상상 놀이)부터 문제 해결력, 산술 능력, 협력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것을 배운다. 따라서 너무 어릴 때 학업과 관련한 공부를 시작하는 것은 반드시 좋은 것은 아니다. 유럽 국가에서는 영국보다 훨씬 더 나중에 읽기와 쓰기를 가르치기 시작하는데, 어른이 되었을 때 학업 성과에 미치는 어떤 영향도 관찰되지 않았다는 점을 저자는 소개한다. 읽기와 쓰기를 더 일찍 시작한다고 반드시 나중에 학업 성취향상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반면에 일찍부터 놀이는 중요시하는 삶에는 무수히 많은 이익이 따른다. 아이들이 더 잘 배우도록 돕고 스트레스를 감소시키고 심지어 긍정적인 뇌 변화를 일으킨다는 것이 이미 증명되었다는 게 저자가 강조하는 바다.

이렇게 이 책을 읽다 보면 ‘엄마’라는 존재가 얼마나 위대한지 느끼게 된다. 문제는 그것을 인정하고 지원하는 제도가 미비하고 편견과 차별이 존재한다는 점이다. 그래서 저자는 “이 책에서 살펴본 모든 사실을 고려해볼 때 여성들이 어느 한쪽에 대해서도 뒤로 물러서지 말아야 한다”고 말한다. 사회적 압박이나 미미한 정부의 지원 때문에 하나를 포기하는 것은 진정한 선택이 아니다는 것이다. 이렇게 해야 할 이유는 엄마가 행복하면 아이들도 더 행복하기 때문이다.

“엄마로서 우리의 정체성은 자기비판부터 외부 압력까지 여러 방면에서 힘껏 뒤흔들리고 있다. 장기적으로 보면 우리 자신, 우리의 행복 그리고 거창하게 말해서 우리의 진정한 자아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기적인 생각처럼 들릴지도 모른다. 하지만 늘 아이에게, 또는 가정에 충분히 해주지 못한다는 걱정에서 끝없이 더 많은 것을 하려 하는 우리의 모순된 모습을 생각해볼 때, 우리 아이들은 엄마가 잠시나마 엄마 자신을 우선시한 것에 고마워할 것이다. 우리가 행복하면 아이들도 더 행복하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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