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에는 쉽게 접하기 어렵거나 단편적인 관람에 그치던 우리의 소중한 문화유산을 새로운 각도에서 실감나게 체험할 수 있는 실감콘텐츠가 잇따라 공개돼 관심을 끌고 있다. 특히 가상현실이나 증강현실, 확장현실 등과 같은 초실감형 기술을 접목해 문화유산에 대한 의미들을 흥미롭게 재인식하는 계기를 제공하고 있다.

국립진주박물관은 5월 14일 실감콘텐츠‘승자총통, 대첩의 불꽃이 되다’를 공개했다. 이번에 공개하는 실감콘텐츠는 승자총통을 주제로 한 위치추적 기반 XR(확장현실) 콘텐츠다. 체험자는 약 15분간 승자총통 컨트롤러를 들고 조선 총통수가 되어 한산도 대첩과 진주 대첩에 참전하게 된다. 50㎡의 공간에 4K 해상도의 프로젝터 7대와 7.1채널 스피커를 완비했으며, 높이 3m에 이르는 벽면을 활용해 압도적인 몰입감을 느낄 수 있도록 했다. XR(확장현실)은 가상현실(VR)과 증강현실(AR), 혼합현실(MR) 기술을 망라하는 초실감형 기술 및 서비스를 말한다.

체험 희망자는 현장에서 접수해 참여할 수 있으며, 5월 30일부터는 국립진주박물관 홈페이지에서 온라인으로 예약할 수 있다. 오전 10:00부터 오후 5시 40분까지 시간당 3회씩(하루 18회) 운영한다.

실감콘텐츠체험관 체험장면. [이미지 = 국립진주박물관 제공]
실감콘텐츠체험관 체험장면. [이미지 = 국립진주박물관 제공]

 국립중앙도서관은 지난해 3월 실감콘텐츠 체험관인 ‘실감서재’를 개관했다. ‘실감서재’는 관람객들이 첨단 기술이 적용된 새로운 형태의 도서관 콘텐츠를 체험할 수 있는 전시 공간이다.

‘실감서재’에서는 쉽게 접할 수 없었던 국립중앙도서관의 수장고를 비롯한 소장자료 4종을 실감형 콘텐츠로 만나볼 수 있다. ‘수장고 체험’에서는 국가지식정보의 보물창고인 국립중앙도서관의 미래 수장고 모습을 3차원 영상으로 제작해 대형 화면으로 현실감 있게 전달한다. 전시관 중앙에 있는 ‘검색의 미래’ 코너에서는 도서관 자료를 더욱 시각적이고 역동적으로 검색하고 검색 결과를 다른 관람객과 공유하고 협업할 수 있는 차세대 도서관을 체험할 수 있다. 

이 밖에도 최근 국가중요과학기술자료로 등록된 허준의 「동의보감(東醫寶鑑, 1613년)」과 한국의 전통 무예를 도해와 함께 설명한 「무예도보통지(武藝圖譜通志, 1790년)」 등 실물로 보기 어려운 국보급 자료들을 프로젝션 맵핑 기술로 구현해 생동감 있는 콘텐츠로 감상할 수 있게 했다. 프로젝션 맵핑은 대상물의 표면에 빛으로 이루어진 영상을 투사해 변화를 줌으로써 현실에 존재하는 대상이 다른 성격을 가진 것처럼 보이도록 하는 기술이다.

목포자연사박물관은 관람객이 박물관을 직접 방문하지 않아도 전시콘텐츠를 관람할 수 있는 ‘가상현실(VR) 온라인 전시’ 서비스를 지난해 9월부터 무료로 제공한다. ‘VR 온라인 전시’ 관람은 목포자연사박물관 홈페이지 ‘VR 온라인 전시관’에서 이용할 수 있다.

‘VR 온라인 전시’는 실제 전시실에 있는 유물, 사진, 설명글 등을 온라인 공간에 완벽하게 재현해 가상의 관람을 실감나게 경험할 수 있는 서비스다. 온라인 관람객은 PC와 모바일기기만 있으면 클릭을 통해 화면 속 전시공간에서 360˚ 회전해 자유롭게 이동하면서 유물을 확대해서 살펴보는 등 현장감 넘치는 체험을 할 수 있다.

국립낙동강생물자원관은 미생물과 정보통신기술을 접목한 실감형 전시‧체험공간인 ‘미생물 체험관’을 지난해 3월부터 생물누리관에 개장했다. 체험관은 미생물의 다양한 역할과 생물자원으로서 가치를 알리기 위해 누구나 쉽고 재미있게 접할 수 있도록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등의 디지털 기술을 이용해 만들어졌다. 체험관은 생물누리관 내의 총 200㎡의 공간을 활용해 △나는 누구일까요? △나는 어디에서 만날 수 있을까요? △나랑 같이 놀자 △또 다른 나를 찾아봐! △나는 아주 소중해 등 5개의 디지털 체험형 코너로 구성됐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지난해 10월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에 국립중앙박물관 가상박물관을 구축하고 월드맵 ‘힐링동산(feat.국립중앙박물관 반가사유상)’이라는 이름으로 공개를 시작했다. 제페토 ‘힐링동산’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국보 금동미륵보살반가사유상(이하, 반가사유상) 2점이 함께 존재하는 가상세계, 메타버스(metaverse)이다. 

제페토 ‘힐링동산’에서는 반가사유상의 미소와 사유의 철학이 전하는 치유와 힐링의 메시지를 글로벌 Z세대의 감성에 맞추어 공간으로 형상화하고 경험을 설계했다. 이 세계에서 반가사유상은 박물관 전시실이 아닌 자연의 빛이 가득한 평화로운 야외의 자연 환경 속에 존재한다. 뭉게구름이 피어난 하늘, 풀과 사계절 꽃이 만발한 들판, 잔잔한 호수, 아름드리 나무 등과 함께 하는 반가사유상의 공간은 ‘힐링’이라는 가치의 세계관에 기반해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새로운 ‘가상 박물관’이다. 방문자는 이곳에서 여러 가지 퀘스트(과제)를 완수함으로써 반가사유상에 가까이 다가가 대면할 수 있다.

메타버스 박물관 제페토‘힐링동산’ 피드 이미지. [이미지 =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메타버스 박물관 제페토‘힐링동산’ 피드 이미지. [이미지 =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문화재청 궁능유적본부 덕수궁관리소와 SK텔레콤은 온라인에서 덕수궁을 실감나게 즐길 수 있는 ‘AR(증강현실) 덕수궁’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해 지난 20년 3월 시범운영에 들어갔다.  ‘AR 덕수궁’은 SK텔레콤이 개발한 ‘점프 AR(Jump AR)’ 앱을 스마트폰에서 내려 받으면 즐길 수 있는 덕수궁 실감 콘텐츠다. 덕수궁 내 12개 궁궐 건물들과 6만 1천 2백여㎡에 달하는 궁궐 공간을 스마트폰을 활용해 자유자재로 실감나게 볼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마련돼 있다.

이 사업은 AR(증강현실) 기술로 우리 문화유산인 덕수궁을 더 편리하고 새롭게 즐길 수 있도록 기획한 사업으로, 수천 여 장의 항공사진과 AR 기술을 기반으로 덕수궁을 3차원으로 구현해냈다.  ‘AR 덕수궁’ 프로그램은 총 3가지로 △AR 지도 △AR 포토존 △AR 전생찍기로 구성됐다. 3월 말에는 외국인을 위한 영문 콘텐츠도 추가됐다.

한편,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가상현실, 증강현실 등 가상융합기술이 적용된 콘텐츠를 학교 현장에서 활용하는 ‘실감교육 콘텐츠 체험학교’ 모집 접수를 오는 5월 27일까지 진행한다고 밝혔다. 체험학교 모집은 전국 초·중·고교(대안학교 및 특성화 학교 포함)를 대상으로 진행되며 총 40개 학교를 선정할 예정이다.

올해 체험학교에서 새롭게 선보이는 실감교육 콘텐츠는 학생들이 미래의 가정, 학교, 사회에서 접할 수 있는 일상생활을 구체화하여 상황별로 미래 유망진로를 체험해 볼 수 있는 총 21종의 콘텐츠로 구성된다. 

과기정통부는 지난 19년부터 실감교육 강화사업을 추진해 총 83종의 실감교육 콘텐츠를 개발했고, 이 중 62종은 한국교육방송공사(EBS) 중등 실감콘텐츠 누리집에서 누구나 내려받기 가능하다. 

과기정통부 소프트웨어정책 담당자는 “이번 실감교육 콘텐츠 체험학교를 통해 학교 수업에 가상융합 실감교육 콘텐츠 도입과 적용이 활성화되고, 학생들이 디지털 신대륙인 메타버스 시대를 맞아 자신의 디지털역량을 키우는 촉매제가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