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북아 선도제천문화의 연구 현황-제천시설 분야

요동·요서지역에서 공히 나타나는 ʻ환호를 두른 구릉성 제천시설ʼ은 청동기~초기철기시대 한반도 남부에서 꼭 같은 성격의 ʻ환호를 두른 구릉성 제천시설(적석단·나무솟대·제천사·선돌류)ʼ로 그 모습을 드러내게 된다.(김권구,「청동기시대-초기 철기시대 고지성 환구에 관한 고찰」,『한국상고사학보』76, 2012.)

한반도 남부에서는 청동기시대 또는 초기철기시대로 편년되는 산이나 구릉의 정상부에 입지하는 환호로 둘러싸인 제천유적들이 대거 발굴되었다. 부천 고강동 유적, 울산 연암동 유적, 안성 반제리 유적, 평택 용이동 유적, 오산 가장동 유적, 경주 나정 유적 등이 그 예인데 산이나 구릉의 정상부 평탄지에 적석단(적석 유구)·선돌·나무솟대 구멍(주혈 유구)·제천사 등의 중심 제천시설이 자리하고 주변에 환호가 둘러진 형태였다. 시대변화에 따른 중심 제천시설의 차이는 있지만 이들은 모두 동일 계통의 유적에 속한다. 유적의 시기는 넓게는 청동기~초기철기시대이지만 중심 시기는 초기철기시대 원형점토대 토기 단계에 집중되는 경향을 띤다.

주변을 한눈에 내려다 볼 수 있고, 하늘과 가까운 느낌을 주는 고지성 입지, 환호 내부에서 수혈 유구·토기편·소토·목탄 등이 확인되는 점, 유구 내의 유물이 정치된 상태로 남아있지 않고 훼기 또는 폐기 행위가 이루어졌음을 보여주는 점, 환호로 둘러싸인 구역 내부 산 정상부에 적석단·자연석·주혈(柱穴) 유구 등의 의례 시설이나 신앙 대상물이 일부 확인되는 점, 환호로 둘러싸인 구역의 내부에는 수혈 유구 이외에는 동일 시기의 유구가 존재하지 않고 공지(空地)로 비어있거나 소규모 수혈 유구만이 확인되는 점 등은 여러 측면에서 의례용 공간으로 인식되었다. 구릉지에 자리잡고 환호를 두른 제의시설은 인근의 생활공간과 격리된 전망이 좋은 장소에 입지하는데 대체로 이곳은 산이나 구릉지 아래의 일반 마을과 구분되는 신성지역으로 『삼국지(三國志)』「위서(魏書)」 ʻ동이전(東夷傳)ʼ에 나오는 ʻ소도ʼ 관련 기사와 연결, 제천의례 또는 천신의례가 행해졌던 소도의 원형으로 밝혀지고 있다. 특히 환호를 두른 것은 신성 공간임을 표현한 것으로 성·속 구분의 의미로 이해되었다.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흑수백산지구 소남산문화에서 개시된 환국시대의 ‘환호를 두른 구릉성 제천시설(적석단총)’은 ‘배달국시대의 ʻ환호를 두른 구릉성 제천시설(3층원단류)ʼ, 청동기~초기철기시대 한반도 남부의 ʻ환호를 두른 구릉성 제천시설(적석단·나무솟대·제천사·선돌류)ʼ의 형태로 이어졌다. 환국시대부터 고구려시대까지 수천 년의 긴 시간 동안 요동·요서·한반도 지역을 관통하던 ʻ맥족계 선도제천시설ʼ의 성격이 밝혀지게 된 바 그것은 곧 ʻ서기전 7200년~600년경 요동·요서·한반도의 환호를 두른 구릉성 제천시설(적석단·나무솟대·제천사·고인돌·선돌류)ʼ이다.

<자료 3> 청동기~초기철기시대 한반도 남부의 ʻ환호를 두른 구릉성 제천시설ʼ

1. 적석단(적석 유구) 유형: 부천 고강동 유적

배기동·강병학, 『부천 고강동 선사유적 제4차 발굴조사보고서』, 부천시·한양대학교박물관, 2000, 38~44쪽.
배기동·강병학, 『부천 고강동 선사유적 제4차 발굴조사보고서』, 부천시·한양대학교박물관, 2000, 38~44쪽.
배기동·강병학, 『부천 고강동 선사유적 제4차 발굴조사보고서』, 부천시·한양대학교박물관, 2000, 38~44쪽.
배기동·강병학, 『부천 고강동 선사유적 제4차 발굴조사보고서』, 부천시·한양대학교박물관, 2000, 38~44쪽.

2. 나무솟대(주혈 유구) 유형: 평택 용이동 유적, 경주 나정 유적

김상운, 『동아일보』, 「전기 청동기시대 ‘제의용 환호’ 평택-구리에서 잇달아 발견」, 2015년 10월 15일자.
김상운, 『동아일보』, 「전기 청동기시대 ‘제의용 환호’ 평택-구리에서 잇달아 발견」, 2015년 10월 15일자.
중앙문화재연구원, 『경주 나정』, 2008 , 39쪽.
중앙문화재연구원, 『경주 나정』, 2008 , 39쪽.

 

3. 제천사 유형: 울산 연암동 환호유적

정의도·현창호·김하나, 『울산 산업로 배면도로 연암 I. C. 개설구간내 울산 연암동 환호유적』, 울산광역시종합건설본부·경남문화재연구원, 2006, 109~111쪽.
정의도·현창호·김하나, 『울산 산업로 배면도로 연암 I. C. 개설구간내 울산 연암동 환호유적』, 울산광역시종합건설본부·경남문화재연구원, 2006, 109~111쪽.

4. 고인돌·선돌 유형: 안성 반제리 유적 및 정상부의 자연석 형태

중원문화재연구원, 『안성 반제리유적-조사보고서 제45책』, 2007, 533, 538쪽
중원문화재연구원, 『안성 반제리유적-조사보고서 제45책』, 2007, 533, 538쪽

이상의 고찰을 통해 필자는 오늘날 마을 앞·뒤 산과 마을 어귀에서 볼 수 있는 마을제의 시설(적석단, 적석탑, 고인돌, 선돌, 신목, 제천사, 장승, 솟대 등)이 서기전 7200년~600년경 요동·요서·한반도의 구릉성 제천시설(3층원단·적석단·나무솟대·제천사·고인돌·선돌류)과 형태적·내용적으로 깊은 관련성이 있음을 알게 되었고 이에 오늘날 마을제의 시설을 선도제천의 유속으로 연결 지어 바라보는 것이 가능할 것으로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