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우 감독 | 소속 : SBS 드라마 제작본부 PD  | 작품 : 불량커플 연출, 돌아와요 순애씨, 발리에서 생긴 일, 올인 조연출

미 대륙의 인디언에게 야만적이고 잔인한 이미지를 부여한 것은 미국 서부영화이다. 대중문화가 사람들에게 역사나 인물을 바라보는 시각에 미치는 영향, 때로는 왜곡을 생각해 볼 때 그 역할은 실로 막강하다 하겠다.

최근 <주몽> <대조영> 등 국민적 지지를 받은 많은 고대 사극 드라마의 출현으로 우리 고대문화와 역사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사료부족을 이유로 외면했던 고대사를 오늘날의 상상력에 입각해서 역사적 사실을 해석하고 재구성한 작품을 통해 우리는 고대인을 만난다. 아주 먼, 우리와는 상관없이 벽화에서나 볼 수 있던 그들의 살아 숨 쉬는 삶, 사랑, 그 시대를 살아내기 위한 고뇌를 느껴보자.

고대사를 배경으로 작품을 제작하고 있는 대중문화의 창작자들을 만나 그들의 노력과 역사에 대한 인식을 들어보고 작품의 기획의도를 전달하고자 한다. 첫 번째로, 고구려 시대의 유명 설화인 "낙랑공주와 호동왕자" 에서 모티브를 차용, 자명고가 ‘북이 아닌 낙랑공주의 이복자매 자명공주였다.’는 가상 설정을 추가한 SBS 월화 대하사극 ‘왕녀 자명고’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드라마 자명고의 갑옷은 영화 "반지의 제왕" 의상팀이 직접 만들었다.

“승리자에게만 역사가 있는 것이 아니다. 패배자의 역사도 충분히 아름다울 수 있고 가치가 있다”

- ‘자명고’의 연출을 맡게 된 계기는
고대사는 사료(史料)가 부족해 한계가 있죠. 상당히 많은 부분을 추측하면서 만들어야 합니다. 자료가 없음은 부담이 되기도 하지만 오히려 기회라고 생각했어요. 또 한 가지는 역사라는 본질 자체가 승리한 사람들의 기록이잖아요. 저는 패망한 나라의 역사에 대해서도 조명을 해보고자 했습니다.

- 낙랑에 관한 여러 학설 중에서 어느 것을 기본으로 하셨는지, 그 이유는
요령 낙랑군·한반도 낙랑국 병립설, 한반도 낙랑군·낙랑국 병립설, 한반도 낙랑군->낙랑국 교체설 등 여러 설이 있고 역사 왜곡에 대한 염려도 주변에서 많이 들었죠. 오랜 고민 끝에 드라마에서 표현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전개하기 쉽게 지리학적으로 고구려의 아랫부분에 위치한 설을 택했습니다. (세부자료는 자명고 홈페이지 ‘자명고 역사자료’ 게시판을 참고)

- 드라마에서 나타낸 역사적 사실(fact)과 드라마적 상상력을 간략히 소개해주시죠.
남아있는 자료가 너무 부족해서 상당히 많은 부분이 픽션(fiction)입니다. 의상만 하더라도 고구려 벽화나 몇 개 남아있는 그림을 근거로 제작해야 했습니다. 특히 주요 출연진의 의상에 심혈을 기울였습니다. 전담 의상팀이 고구려 벽화를 고증받아 디자인했죠. 한정된 사실을 근거로 최대한 상상력을 동원하고 사실을 존중하고 훼손시키지 않는 범위에서 제작하려고 최대한 노력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고춧가루가 없을 시절이므로 백김치를 쓴다든가, 종이대신 죽간을 쓰기도 합니다.

- 최리와 왕굉이 단군왕검 영정 앞에서 비장하게 결의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의미를 두자면
고조선의 일부 지역이 중국의 한사군에 정복되었으니, 독립을 위해 구심점이 필요했다고 봅니다. 옛 조선으로 돌아가고자 하는 핵심, 즉 이념과 사상이 필요했을 것이죠. 그런 면에서 단군왕검은 그들에게 깊은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 이 시대에도 그런 구심점이 필요한가요
급변하는 디지털시대, 개인화되어가는 시대에 국민의 마음을 아우르는 구심점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모든 종교나 사상이 나름의 사상과 교리로 각자의 역할을 하고 있지만 여러 가지 측면에서 부족함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홍익인간 정신이 국민에게 그런 역할을 해주면 상당히 좋겠죠. 왜냐하면 그 자체가 배타적이거나 이단성이 아니라, 무엇이든 아우르는 통합적인 가치관을 제시해주잖아요. 우리의 뿌리를 고조선으로 보잖아요. 홍익인간은 뿌리가 되는 고조선의 중심사상이었던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이 시대에 복되고 참되고 가치 있는, 중심사상을 가질 수 있다면 뜻있는 일이 아닐까요.

- 감독님의 역사관은
역사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는 부족합니다만 제 소견으로 역사는 현시대를 사는 사람들의 시각으로 과거를 평가하는 기준이 되죠. 뒤집어 생각해보면 현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은 미래에 어떻게 평가되어질 지를 생각하면서 오늘을 산다면 좀 더 바른 역사와 좋은 세상이 만들어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 드라마가 중반을 넘었습니다. 앞으로의 대략적인 전개과정과 관전 포인트는
호동과 자명의 사랑도, 낙랑공주와 호동의 사랑도 깊어져 갑니다. 모든 것이 사랑스럽게 보이는 그 느낌으로 그들의 사랑을 지켜봐 주시고 호동왕자가 왕권을 지키기 위해 처절하게 몸부림치는 모습도 볼거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