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채윤 지음 "그림을 좋아하고 병이 있어" 표지. [사진=한겨레출판]
신채윤 지음 "그림을 좋아하고 병이 있어" 표지. [사진=한겨레출판]

 열일곱 살 신채윤은 같은 또래들과 다른 생활을 하고 있다. ‘타키야수동맥염’이라는 희소 난치병을 앓고 있다. 타캬야수동맥염은 몸속 주요 혈관에 만성적 염증이 발생하는 병이다. 100만명 가운데 2명꼴로 생긴다고 알려져 있으며, 한국에서도 손에 꼽을 정도로 환자 수가 적다. 원인이 명확하지 않고 뚜렷한 치료법이 없는 난치병이다.

신채윤이 투병 에세이 《그림을 좋아하고 병이 있어》를 출간했다. 병을 앓는 일상일지라도 늘 배우려는 마음으로 순간순간을 살아내는 힘을 기록했다.

신채윤은 자신의 병을 “그림을 좋아하고, 웹툰과 독서, 공부를 좋아하는” 것과 같은, 자신을 나타내는 많은 특징 가운데 하나일 뿐이라고 여긴다. 고통을 스스로 드러내는 일을 넘어 ‘아픈 나’의 모습까지 안고 살아가겠다는 한 여고생의 단단한 마음은 깊은 울림과 감동을 준다.

작가는 ‘병의 진행’이 아니라 ‘치료의 진행’에 집중하며, 병에 절망하거나 괴로움에 몸부림치지 않기로 ‘결정’한다. 때때로 속상하고 우울한 순간들이 찾아오지만 그럼에도 자신을 끝까지 포기하지 않겠다고 힘주어 되뇌인다. 매일 아침에 일어나 침대를 정리하고, 매일 밤 잠자리에 들기 전 꼬박꼬박 일기를 쓰며 자신을 놓지 않기 위한 노력을 쉬지 않는다. 이런 통찰과 다짐들이 켜켜이 쌓여 작가는 매일 끊임없이 성장하고 있다. 굳이 병과 ‘싸워 이기려고’ 하지 않는 저자의 성숙하면서도 의연한 태도는 독자들에게 삶의 태도까지 돌아보게 한다.

《그림을 좋아하고 병이 있어》에는 형태와 내용은 다를지라도 삶의 고통을 겪는 누군가에게 위로와 웃음이 될 수 있는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저자는 아픈 자신에게 주변 이들이 건네는 따뜻한 마음을 세상의 소수자·약자를 향한 시선으로 확장한다. 어린이병원 대기실에 앉아 진료 순서를 기다리며, 자신보다 어린 아이들과 그들을 챙기는 부모를 조용히 지켜보며 마음속으로 응원한다. 병원 바닥에 비친 그들의 그림자라도 그저 모든 걱정에서 다 벗어났으면, 하는 덧없지만 간절한 바람을 곱씹는다.

《그림을 좋아하고 병이 있어》는 투병기이기도 하지만, 자신의 현재 모습과 삶을 끌어안고 앞으로 나아가려는 모습이 담긴 ‘성장기’이기도 하다. 《그림을 좋아하고 병이 있어》를 읽은 독자라면 누구든, 이 소녀가 앞으로 얼마나 더 멋지고 단단한 어른으로 살아갈지 기대하는 마음으로 응원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한겨레출판. 264쪽. 1만 5천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