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우리나라에서도 파도타기를 즐기는 인구가 급격히 늘었다. 대략 100만 정도 된다고 한다. 부산에서 국제경기가 해마다 열리고 강원도에서 서핑학교가 인기를 끌고 있다. 이제 출판에서도 '서핑' 관련 도서가 많아지는 추세다.

《소울 서핑》(샘 블리클리 지음, 이초희 옮김, 한문화, 2022)은 파도타기가 가져오는 명상의 경지에 관한 책이다. ‘소울 서핑’이라는 말은 1960년대 젊은이들 사이에서 일어난 반문화운동과 함께 등장해 1970년대에 꽃피웠다. 이는 순수한 즐거움을 위해 파도를 타던, 상업이나 경쟁과 거리가 먼 서퍼들을 의미한다. 이들이 추구한 목표는 좀 더 영적인 느낌이 강했다. 소울 서핑이라는 개념은 정확히 파도타기가 프로 서핑으로 발전하는 데에 반대하는 의미로 생겨났다.

샘 블리클리 지음 "소울 서핑" 표지. [사진=한문화 제공]
샘 블리클리 지음 "소울 서핑" 표지. [사진=한문화 제공]

저자 샘 블리클리는 마음챙김 서퍼이자 세계 롱보드 챔피언, 서핑 해설가로 활약하여 파도타기가 가져오는 명상의 경지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파도타기의 명상을 일반적인 마음챙김과 구별해 ‘푸른 마음챙김’이라 부른다.《소울 서핑》은 푸른 마음챙김에 다가서기 위해 서퍼가 갖춰야 할 태도를 짚어주고, 나아가 이것이 바다를 대하는 서퍼의 마음과 서핑 기술을 어떻게 나아지게 하는지를 설명한다.

‘푸른 마음챙김’은 바닷물 소나기, 무지개, 바다 표면 따위가 남색에서 선명한 푸른색으로 바뀌며 우리를 덮여올 때 자연 현상을 있는 그대로 수용하며 내면의 생각을 내려놓는 과정이다. 바다라는 존재가 내 자세를 결정하도록 허락하는 것이다. 나와 보드, 그리고 내가 서핑하는 파도의 표면이 적절히 어우러지는 것, 그게 바로 푸른 마음챙김이다. 이는 마음이나 존재 상태가 아니라 서핑에 나는 맞추는 일이다. 바다 형태와 소리, 다가오는 파도의 움직임 등 바다가 주는 것과 내 반응이 최상의 조화를 이뤄야 한다. 서핑에서 마음챙김은 밖에서 안으로 향한다.

서핑은 예측할 수 없는 바다 상황에 전적으로 의지해야 한다는 점에서 다른 스포츠와 구분된다. 이 책은 파도를 타는 다양한 기술이 바다의 어떤 속성과 맞닿아 있는지도 명상적으로 설명했다. 가령 롱보드의 노즈 위에 발을 올리고 타는 노즈 라이딩 기술은 서퍼의 무게와 서프보드의 기울기가 최적의 균형점을 찾았을 때 중력을 거스른 듯 파도를 탈 수 있다고 말한다. 파도 안에 생긴 터널 같은 공간을 통과하는 튜브 라이딩 기술은 인간의 창조성을 극대화하는 삼스카라의 순간으로 서퍼를 안내한다. 바닷물에 휩싸였다가 벗어나는 순간에 자연이 인간을 씻어주는 치유의 힘을 강력히 경험하는 것이다.

'소울 서핑' [사진=한문화 제공]
'소울 서핑' [사진=한문화 제공]

 《소울 서핑》은 서핑을 하나의 장난처럼 배우라고 권한다. 억지로 경쟁을 부추기는 방식을 고집하면 서핑은 놀이가 되기 때문이다. 저자는 다섯 살에 서핑 인생을 시작했다. 그래서 파도타기를 놀이처럼 접근하며 서핑의 기본기를 익힐 수 있었다. 그는 파도를 타는 많은 이들에게 물 앞에서 겸손할 것을 강조한다. 서핑의 한 가지 기술을 익혔다고 다음 단계로 급히 넘어가기보다 기본을 반복적으로 연습하며 와이프아웃(서프보드에서 고꾸라져 물속에서 휘둘리는 것)을 충분히 겪어야 한다는 것이다. 서핑에 녹아들되 압도당하지 않으면 서퍼는 겸손을 차곡차곡 쌓아갈 수 있다. 그렇게 불안함을 극복하고 자신감을 챙길 수 있다.

저자는 우울할 때 서핑이 도움된다고 말한다. 서핑은 단순한 파도타기가 아니라 거대한 자연에 몰입하는 경험 자체이다. 가슴 아프도록 고요한 바다에 간간이 파도가 무리 지어 찾아오는데, 그 너울이 부서지는 모습에 주목하자. 이는 우울감이 지나간 자리에 불안정한 활력이 잠시 찾아오는 과정과 닮았다. 그러다가 더 큰 공간이 활짝 열리며 다시 깊은 적막이 찾아든다. 그건 무기력하고 힘없는 우울증이 아니라 사색의 시간이다. 이런 시간을 겪으면 감정은 바다와 하늘이라는 더 큰 감정 앞에서 잠잠해진다. 《소울 서핑》은 이런 경험으로 안내하는 책이다.